벚꽃

🌸 EP.02

트리거주의.
짧은 교통사고 장면과 유혈 장면이 묘사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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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여행 당일, 양손 가득 무거운 짐을 들고 공항으로 나섰다. 여행에 서툰 여주를 챙기는 것은 항상 우진의 몫이었고, 늘 우진이 2인분을 다 하였지만 그마저도 행복했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는 여주를 바라보았다. 눈을 맞추자 베시시 웃어버리는 여주였다. 아직 바라만봐도 좋아죽는 신혼이었다. 

  





  



 우진과 여주는 봄에 결혼을 했다. 결혼 전에 서로 바빠서 매번 취소되거나 미뤄지는 데이트도 봄이면 거짓말처럼 시간이 비어있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데이트를 하는 날에는 항상 벚꽃잎이 떨어졌고, 여주는 매번 데이트를 할 때마다 벚꽃나무 아래에 서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제주도에 도착해서도 사진은 포기 못하는 여주가 분홍색 꽃비가 떨어지는 나무 아래에 서서 우진이 사진을 찍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우진이 벚꽃은 서울에도 많은데 굳이 제주도까지 와서도 벚꽃 사진을 찍어야하냐며 투덜거렸다가 서울의 벚꽃과 제주도의 벚꽃이 어떻게 같냐며 한 대 맞기도 했다. 그런 여주의 말에 우진은 사진을 찍어준 뒤 여주가 사진에 신경이 팔려있는 사이 벚꽃 한 송이를 주워 가져왔던 두꺼운 책 사이에 끼어 넣었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가면 책갈피로 만들어 여주에게 선물로 줄 생각이었다.  

  







  

 공항을 떠나 제주도의 바닷가에 도착했다. 푸른 빛으로 반짝이며 철썩이는 제주도의 바다와 그 바다 주변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여주를 보니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을 느낀 우진이었다. 같이 물 장난을 하기도 하고,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해가 질 때까지 수다를 떨기도 했다. 날이 점점 어둑어둑해지자 먼저 일어나자고 제안한것은 우진이었다. 하지만 여주는 왜인지 떠나고싶어하지 않았다. 여주의 분위기가 낮과는 약간 다르다고 느낀 우진은 여주에게 혹시 어디 아프냐고 물었지만 여주는 그냥 기분이 좀 찝찝하다며 바다만 바라보다가 다시 웃는 얼굴로 요새 너무 안 쉬었었나봐 하며 입꼬리를 올려 웃음을 짓고 우진을 따라나섰다. 여주의 어색한 억지 웃음에 걱정이 된 우진이었지만 오늘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피곤했을 법도 하지 생각하며 숙소에 가서 여주의 피로를 풀어줄 생각을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차에 타자마자 비가 쏟아져나렸다. 하지만 둘은 해안도로를 달리며 신나는 노래를 틀고 같이 흥얼거렸다. 날씨가 우중충해도 날씨처럼 우울한 기분을 느낄 수는 없다며 고안해낸 방법이다. 여주는 간만에 느끼는 휴식을 만끽하며 특유의 웃음을 지었고, 그에 화답하듯 우진 또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짓는 웃음은 이번이 마지막이 되었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는 비를 맞으며 온전치 못한 정신을 갖고 있었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으며 빗물인지 핏물인지 모른는 액체가 머리에서 흐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우진이 여주를 바라보았을 때 이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대충 눈으로만 보아도 굉장히 많이 다친듯한 여주의 모습에 우진은 그제야 상황파악이 됐고 상황파악을 끝낸 후에는 침착함을 잃었다. 교통사고였다. 그것도 비가 오는 바람에 더욱 큰 사고가 됐다. 우진이 여주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목이 쉬어 쇳소리가 나는 줄도 모르고 그저 '이여주' 이 세글자를 하염없이 외쳤다. 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여주는 예전처럼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우진을 바라봐주지 않았다. 그저 여기저기 빨갛게 물들어버린 상태로 힘겹게 눈을 꿈벅이며 계속 우진의 얼굴만 눈에 담고 있을 뿐이었다. 눈을 꿈벅거리던 여주가 그 움직임을 멈추고 눈을 감아버렸다. 우진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 조심히 정한의 뺨에 손을 갖다대었을 때는 이미 봄의 별이 되어버린 후였다. 야속하게도 신은 우진을 도와주지 않았다. 그저 하염없이 비만 내려줄 뿐이었다.  

  













 사고가 있었던 다음날 저녁에는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하늘이 깨끗했고 별은 더럽게 밝게 빛나고 예뻤다. 마치 여주의 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