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 4화

옙오
2022.04.05조회수 9
하루하루를 폐인처럼 살아가던 우진이 걱정됐던 여주의 어머니는 치우지 않아 매일 어질러져있고 먹을 것도 없는 이젠 우진 혼자만 사는 신혼집에 와서 방을 치워주고 냉장고 가득 반찬을 챙겨주기도 했다. 처음에는 우진이 괜찮다며 격하게 거부하였지만 누구처럼 쉽게 의견을 꺾지 않았다. 매년 봄 우진이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던 날 여주의 어머니는 펑펑 울었다. 뭐하러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느냐고 이제는 네 인생을 살라며 항상 말해왔다. 그럼에도 우진은 여주르루잊을 수 없어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이다. 어느날은 그녀가 우진을 찾아가 애원한 적도 있었다.
"우진아, 언제까지 여주만 잡고 있을 수는 없잖니. 나는 우진이 네가 다른 사람 만난다고 하더라도 괜찮아. 혹시 나때문에 그러는거면 그만해도 된다. 이젠 여주 잊자."
하지만 우진은 같은 대답만 할 뿐이었다.
"제가 여주를 기억하지 않으면 누가 기억하겠어요 어머니. 저라도 해야죠, 여주 기억."
그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잠깐 깊게 심호흡을 하던 그녀는 우진의 손에 하얀 봉투를 쥐어주었다. 이게 뭐에요? 하며 우진이 봉투를 열어보자 그녀는 입을 열었다.
"너무 집에만 있지 말고 여행좀 다녀와. 계속 거기서 살아도 되니까 오랫동안 놀다 와. 가서 생각 정리라도 했으면 좋겠다. 미안해 우진아, 힘들게 해서."
"어머니가 죄송할게 뭐가 있어요. 제가 죄송하죠... 그렇게 이쁜 여주 데려가놓고 그런...일 당하게 한건 저인데요."
그녀는 얕게 웃었다. 그리곤 오늘은 이만 가보겠다며 집을 나섰다. 우진은 제주도행이라는 글자가 쓰여진 티켓을 바라보았다. 티켓은 분홍색 벚꽃이 잔뜩 그려져있었다. 우진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여주야, 사실 나 너무 도망치고 싶어. 이제 이 집도 무서워, 눈을 감으면 너가 나올 것 같아서. 근데, 근데 있잖아, 나 너가 너무 보고싶어. 나, 너 보러 가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