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또 보는 거지?”
잊어버리지 않았다.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행동 하나하나에 성우의 마음이 다 비쳤으니까.
“가자. 데려다 줄게.”
“아직 안갔었어?”
“응.”
“왜? 먼저 가도 되는데..”
“그냥... 밤이 깊어서...”
다 봤을텐데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면, 다니엘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올해의 봄엔 두 사람이 다시 만났고,
올해의 여름엔 지아가 잃었던 기억을 찾았고,
그렇게 점점 쌀쌀해지다가,
올해의 겨울엔 추운날씨에도 두 사람에게 웃음꽃이 피었다.
“우리 내일도 놀러가?”
“가고 싶은 데 있어?”
“응! 스키장 가고 싶어. 완전.”
“그래. 그러자.”
지아가 하자고 하는 건 한 번도 거절한 적 없었다.
올해가 끝날 때까지만, 올해만큼은,
너에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으면 좋겠으니까...
그렇게 스키장을 가도록 약속하고 집에 들어온 지아는 설레이는 마음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생애 첫 스키장이자 다니엘과 함께였으니까.
다니엘은 곧장 스키장을 예약했고, 방이 없는 탓에 스키장은 이틀 뒤로 미뤄졌다.
그 이틀동안 지아는 귀여운 물음을 계속했다.
“다니엘은 스키 탈 줄 알아?”
“근데 넘어져서 다치면 어떡하지? 윤하가 전에 스키장 가서 손가락 부러졌는데...”
“눈 많이 미끄러워? 너무 빠르면 어떡해? 못 멈추면 어떡하지?”
“그치만 예쁘겠다 그치? 완전 기대돼!”
처음에는 대답하다가 뒤에는 웃느라 대답할수도 없는 다니엘이다.
“그렇게 좋아?”
“응. 완전.”
“우리 1박 2일로 가야되는데 카페는 어쩌고?”
“그날 윤하도 일있다 그래서.. 그냥 닫고 가야지 뭐.”
이제는 기억을 잃기전 지아로 완전히 돌아온 것 같다.
저렇게 활발하고, 좀 엉뚱하고, 그래서 더 귀여운.
그런 생각을하니 왠지 안고 싶어 미치겠는 다니엘이 자기 품에 쏙 들어오는 작은 지아를 안고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직 애기야 애기.”
“혹시 그거 내 얘기야?”
“응. 너지 그럼.”
“이렇게 큰 애기가 어딨어.”
“푸흐, 쪼꼬만데 뭐..”
“윽... 다니엘 숨막혀..”
“아! 미안.. 너무 세게 안았나...”
“뻥이지롱~ 가자.”
숨이 막힌다는 말에 다니엘은 자기도 모르게 너무 세게 안았나 하여 깜짝놀라 놓아주었지만 뻥이라며 다니엘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지아에 바람빠진 웃음이 새어나온다.
지아와 다니엘은 카페에 도착했다.
“근데 카페이름은 왜 JoKer라고 지은거야?”
“그냥 그러고 싶은 느낌이어서?”
“우리 코드네임인거.. 기억 못했잖아.”
“몰라. 그냥 그거밖에 안떠올랐어. 뭐, 무의식중에 약간의 기억이 떠올랐나봐. 뭐먹을래? 커피 마실래?”
“음.. 그래. 아메리카노로 줘.”
“잠깐만 기다려봐.”
“도와줄까?”
“괜찮아.”
지아랑은 어울리지 않는 차분하고 심플한 분위기의 카페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지아와 닮았다.
“먹을래?”
“마카롱이네.”
지아는 옛날에도 마카롱만드는 걸 좋아했다.
힘든 훈련을 마치고 쉬기도 부족한 시간에 마카롱을 만들거라고 재료를 사가던 너를 보며 정말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만든 마카롱은 내가 먹어본 것 중에 가장 맛있었다.
자신의 입에 마카롱하나를 문 다니엘은 한개를 들고 커피를 내리는 지아에게로 가 입에 물려주었다.
그리고는 자리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지아의 뒤에서 안고 있는 다니엘이다.
“오늘따라 왜이래?”
“그냥...”
“다니엘 나 불편해..”
지아를 놓은 다니엘이 미간을 좁히며 곰곰히 생각하더니 입을 땐다.
“근데 너 왜 나한테 다니엘이라고 해?
내가 너보다 한 살 많아! 그럼 다니엘은 아니지 않아?”
그러고보니 보스, 선배로밖에 다니엘을 불러본 적이 없었다. 사고 이후론 다니엘씨라고 했었네.
“그.. 그럼 뭐라고 해..”
“모르겠어...?”
“응. 몰라. 강다니엘! 이거나 받아.”
자기입으로 말하기는 좀 부끄러워서 지아가 먼저 불러주길 바랬는데 돌아온건 아메리카노뿐이었다.
“그래.. 잘 마실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