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JoKer

41화

다니엘의 연락이 끊긴지 한 달이 지났다.

낮에는 가게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다니엘의 집으로 가, 어느 순간 뿅하고 자신의 앞에 나타날 다니엘을 기다렸다.

원래부터 공허하던 다니엘의 집이었지만. 점점 탁해지는 공기를 견딜 수가 없어서 매일 다니엘을 기다리며 그의 집을 청소했다. 물론, 최대한 그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도록.

그러다 하루는 연락도 없이 돌아오지 않는 다니엘에 원망스러운 말들을 눈물과 함께 토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난 네가 기다리라던 일주일보다 3주를 더 기다렸지만, 다니엘 너는 나를 3년간 기다렸던 거다. 그 생각에 또 너에 비하면 내 고통을 별거 아닌것 처럼 작게 보여서 또 하루를 견디어 보내곤 했다.

다니엘 뿐만 아니라 성우도 함께 사라진 탓에 윤하도 나처럼 밤에는 성우의 집에 가 있었기에 나는 3주동안 매일 어두운 밤을 홀로 보내야했다.

오늘은 별도 하나도 안 보이네..

오늘도 다니엘은 돌아오지 않으려나보다. 시곗바늘이 새벽 2시 반을 가르키는 것을 확인하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내일은.. 올까..?

짐을 챙겨 나가려는데 누군가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깨에 매려던 백이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현관문 앞에 선 채로 멈춰 서버렸다. 드디어...

"누구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다니엘이 아니었다.

"...누구.. 세요..?"

아무도 알 리가 없는, 알아서는 안되는 그의 집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여기.. 집 주인 없는 걸로 아는데.. 계신 분은 누구신지..?"

당신이 누구인지, 물어야하는 건 내쪽인 것 같은데 자꾸만 처음보는 사람이 나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여기 집 주인 있는데요. 지금 잠시 어디 가긴 했지만 곧 돌아올 거예요."

내 대답에 무언가 깊히 생각하던 수상한 남자가 '아!'하는 탄성을 내뱉으며 말했다.

"혹시, 우리 회사 사람이세요? 처음보는 얼굴이라 몰라봤네요."

"그쪽은 누구신데요? 어떻게 오셨는데요?"

"이 집 주인 바꼈는데? 모르셨어요?"

"...그럼 원래 집 주인은요..?"

"저야 모르죠."

수상한 남자의 대답에 떨어진 가방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윤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지아니? 왜, 무슨 일있어?'

잠긴 목소리로 대답하는 윤하에게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고있었구나.. 미안한데 잠깐 와봐야될 것 같아."

'왜?'

"오면 설명할게. 다, 아니 케이 집으로 와."

내 전화가 끊기고 그 수상한 사람은 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와 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지금, 케이라고 했어요? 내가 아는 그 케이?

케이가 여기 집 주인이에요?"

"... 맞는데요."

"그 쪽은 그 분을 기다리고 계신 거구요.."

"네."

수상한 남자는 한 숨을 내쉬며 집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왜 그러시죠?"

그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다 왜 그러냐 물어도 '잠깐만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왜 그러시냐구요."

드디어 자리에 멈춘 그 남자가 나와 눈을 맞추는 순간, 윤하가 거친 숨을 내쉬며 들어왔다.

“윤하야..”

“당신 누구야..? 설마...”

윤하가 도착하고 난 후에야 그 수상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이 집에서 살게된 요원입니다.

기다리시는 전 주인분.. 그러니까 우리의 보스 케이님은...

저번 임무에서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우리 팀 인원 손실이 너무 컸던 일이라, 많은 요원들이 새로운 신입생들로 바꼈고, 일주일 전에 새로운 보스가 지정되었어요..”

수상한 남자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분명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분명 나만 믿으라고 그랬는데...

이게 뭐야...

다리에 힘이 풀려서 서있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은 나와 달리 윤하는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도 온갖 힘으로 버텨서고 있었다.

“...그럼... 돌아온 사람은 얼마나되는데요...?”

“투입된 인원 전원 전사하였습니다.”

눈물이 하나, 둘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아직 마음은, 머리는 실감이 나지 않는데, 믿을 수가 없는데.. 눈물은 벌써부터 쉴새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말도 안돼....”

작게 중얼거린 윤하도 두 주먹을 세게 쥐었고, 발 밑으로 눈물을 떨어뜨렸다.

“거짓말이야....”

***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아무런 소식을 받지 못했다. 너의 흔적을 최대한 지우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너의 집은 이제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었고, 너의 흔적은 당연히 모두 사라졌을 것이다.

'전원 전하하였습니다' 나에게는 그렇게 위험한 일이라고 하지 않았다. 분명 살아돌아올 수 있다고, 그렇게 말했다. 그랬던 너의 목소리를 두달째 듣지 못했다. 그 남자에게 다니엘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날, 나는 회사로 찾아가려고 했다. 그런 나를 말린 건 윤하였다.

"니가 지금 거길 가면, 다니엘의 희생이 물거품이 되는거야!"

"다니엘은 안 죽었어! 내가 찾으러 가는 거야."

"지아 니가 살아있는 걸, 그 사람들한테 들켜서는 안 된다고. 다니엘이 이때까지 계획해온 건, 그게 전부였아. 다니엘이 꿈꿔온 걸 한 순간에 사라지게 하는 짓이야."

"그것들 다.. 다니엘이 없으면 소용없는 거잖아.."

"그치만 네 말대로 다니엘이 죽지 않았다면? 제발 지아야.. 너를 숨기는 게 우리가 지난 3년 동안의 전부야.. 마지막까지 지켜내 줘."

다니엘은 돌아올 수 있는데. 내가 데리러 가면 되는데. 다들 나를 말리만 해..

윤하는 침착한 듯, 나에게는 그렇게 말했지만, 회사 소유가 아니라서 새로운 주인 없이 텅 비어버린 성우의 집을 여전히 매일 밤 다녀간다는 걸 난 알고 있었다.

내가 미안해.. 내가 너무 쉽게 흔들려서.. 너무 쉽게 무너져서.. 단단하지 못해서..

단단히 버티는 건, 전부 너의 몫이 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해 윤하야..

세게 쥔 주먹에서 힘을 풀수가 없었다. 세게 쥐고, 놓지 않을 거다. 언제나 내 옆에서 나를 지켜줬던 다니엘처럼, 네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끝까지 너를 기다릴 거라고 다짐했다.

두 달하고도 일주일. 또 일주일.. 마지막 일주일.

아무런 소식없이 시간은 흘렀고, 나 또한 아무런 변화 없이 흐르는 시간을 내버려두고 그렇게 흘려보냈다. 다니엘은 삼 년을 기다렸어. 그런데 난 이제 겨우 세 달을 기다린거야. 그렇게 숨을 쉬었고, 그래서 살아갔다. 네가 한 만큼은 나도 해야하니까. 할 수 있으니까. 너무 주지 앉지 않으려고 커페 일도 거르지 않았다.

하루는 멋지게 의사가운을 입은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연인이 들어왔다.

"뭐 마실래?"

"난 아메리카노. 따뜻한 걸루."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두 잔이요. 아, 여기 타르트가 엄청 맛있다던데.

보람아, 타르트 안먹을래? 수술 때문에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잖아."

"타르트? 완전 좋아요! 음, 망고 타르트?"

"망고 타르트도 같이 주세요."

"오늘은 딸기 타르트가 맛있는데. 딸기 타르트는 어떠세요?"

"강쌤! 그럼 딸기로 먹어요."

"딸기타르트 주세요."

의사 가운을 입어서 처음에는 평범하지 않은 듯,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예쁘게 손을 맞잡고 카페에 들어오는 모습에 평범한 듯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서도 예쁜 사랑을 이어갈 수 있는 두 사람이 부러웠다. 늘 검은 옷만 입었던 우리와 대비되는 새하얀 가운이라 그런지 그 연인에게 그렇게도 눈이 갔다.

우리도 저런날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걸. 늘 어두운 곳에서 남 몰래,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생활해야했던 옛날들이 이제와서 보니 너무도 후회스러웠다. 예쁜 옷입고, 한껏 꾸며서 남들하는 평범한 데이트라도 한 번 해볼걸..

오늘은 올까, 내일은 올까. 하루 단위로 세던 날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일주일로 변해있었다.

이번주에는 올까, 다음주에는 올까. 그 만큼 나에게 하루라는 시간은 무의미하게 흘러가고 있었다는 뜻이다.

어제와 오늘은 그렇게 다르지 않았고,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너와 함께 했던 사계절을 혼자 흘려보냈다. 네가 떠났던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

혼자 견디기엔 춥고 긴, 겨울이 다시 시작되었다.

너를 그리워하던 눈물로 지새운 겨울이 다시 돌아오자, 자연스레 마음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내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이제 나에게 돌아올 수 없다고.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다니엘은 분명 내게 돌아오기 위해,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거라고.

하지만 그럴 수 없었던 건, 그의 탓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