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생

002. 사랑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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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사랑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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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밤새 여주의 옆에서 손을 토닥여주다가 침대 아래에 앉아 불편한 자세로 잠이 든 지민은 여주의 작은 뒤척임에도 금방 반응하며 눈을 뜨기도 했다. 여주는 그러한 지민을 놓치기 싫었던 것인지 깊은 잠이 들어서도 지민의 손을 꼭 잡았다. 이내 아침이 밝아오고 여주는 뒤척이다 잠에서 깨었다. 





저의 손을 잡고 불편하게 잠이 들어있는 지민을 놀란 눈으로 바라본 여주는 이내 지민을 침대 위로 끙끙거리며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이불을 덮어주고는 부엌으로 가서 콩나물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이내 매콤한 듯한 냄새가 배어 나오고 지민 또한 부스럭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 아 일어났어? 오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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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 속은 괜찮아? ”





저를 걱정하는 지민에게 배시시 웃어 보였다. 그래서 콩나물국 끓였어!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여주에 지민은 예쁘게 웃어보이며 제 동생을 챙기는 듯이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런 행동이 여주의 가슴을 흔들어 놓는 행동이라는 것을 전혀 모른다는 듯이.





" 다행이네. 맛있게 먹을게 "





" 응! "





마주 앉아 평온하게 밥을 먹는 둘 사이는 누가 보면 역시나 사귀는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지민은 저의 앞에 앉아 예쁘게 밥을 먹고 있는 여주를 지금까지는 동생으로밖에 생각을 안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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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진이 형은 원래 잘 안 와? "





" 아 응, 반찬 심부름이나 근처 약속 있을 때만 와서 자고 가거나 그래 "





" 외롭지는 않고? "





지민은 오빠처럼 여주에게 다정하게 물어보았고, 여주는 그런 지민의 다정함에 가슴을 콩닥 이는 게 이 사이의 정리였다. 여주를 동생으로 생각하는 지민, 지민과 연애를 하고 싶은 여주. 여주는 이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고민 중이었다.





" 네 뭐. 조금은 외롭기도 하지만 "





" 편의점에 자주 놀러 와. 심심하면 "





여주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지민을 빤히 쳐다보았다. 오빠는 오늘 일정 없어? 여주는 지민의 입이 열리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어색한 분위기는 싫었기 때문에. 아, 알바는 그냥 시간 날 때 도와두는 거야. 응? 그럼 뭐하면서 사신다는 거지? 생각해보니, 반말은 시작했지만 여주는 지민에 대해 아는 게 정말 없었다. 하나도. 우울해진 여주를 보고 지민은 고개를 갸우뚱거렸지. 왜 그럴까? 하면서 그럼, 원래는 무슨 일해? 단순한 질문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 더 알고싶고 궁금한 건 당연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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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할 것 같아? 여주야? "





" 음... 진짜 하나도 모르겠어. "





그런 여주의 머리를 지민은 웃으면서 헝클였고, 여주는 빨개진 얼굴을 숨기려 고개를 푹 숙였다. 사람이 이렇게 다정해도 되는 걸까 심각하게 여주는 생각했다. 지민의 행동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이 남자를 어떻게 꾀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오히려 자신이 꼬심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지.





" 오빠 "





" 응? 왜 여주야? "





이 다정한 음성이 너무 좋다. 이 남자를 내 거로 만들고 싶다. 만나면 만날수록 점점 부풀어 오르는 자신의 감정에 여주는 한숨을 푹 쉬었고, 지민을 빤히 쳐다보았다.





" 좋아해 "





순식간에 나온 말이었다. 내 말에 당황한 지민 오빠의 얼굴은 꽤 볼만했다. 예상 못 했다는 듯이. 그런 얼굴이었다. 말을 내뱉고 3초의 정적이 지난 후 여주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건지 깨달았다. 아 미쳤나봐···. 다급하게 지민에게 변명했다.





" 아니···. 오빠 말투랑 다정한 성격을 좋아한다고! "





" 그래? 고마워 여주야. "





내 다급한 변명에도 당황한 표정을 지우고 예쁘게 대답하는 지민에 여주는 점점 커지는 자신의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 얼른 출근해야지! "





" 안 가도 돼. "





아니 도대체 무슨 일하는데 시간 날 때마다 편의점을 도와줘···? 의문을 가졌지만 알려줄 생각이 없는 지민에 여주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얼굴이 빨개졌다. 잠깐, 지금 그럼 우리 집에 단둘이 있다는 거잖아?? 이건 위험하다. 여주의 머릿속에서 삐용삐용 경고음이 들린다.





" 아니, 어 그래? 가야 할 텐데? "





가야 할 거라고 저를 밀어내는 여주에 지민은 살짝 속상한 표정을 보였다. 내가 싫어? 갔으면 좋겠어? 이 사람 보세요. 아니 저를 이렇게 꼬시는데 제가 어떻게 그냥 넘어가요. 이건 아니잖아요. 아니···. 그건 아닌데, 어 그럼 밖에 나갈까? 그래, 차라리 밖으로 나가자. 그게 좋겠다. 어제 술 먹으러 가기 전에 연차 쓰기를 잘했다고 저 자신을 칭찬하는 여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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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갈까? "





지민과 머리를 맞대어 어디를 가야 하지 고민하고 있는데 지민이 노래 부르는 걸 보고 싶다고 노래방에 가자 한다. 아 나 노래 진짜 못 부르는데···. 놀리면 안돼. 알겠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지민에 여주는 빠르게 그리고 완벽하게 꾸미고는 지민과 함께 노래방으로 향하였다. 길거리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호떡도 하나 사서 여느 연인들처럼 다정하게 먹으면서 걸어가기도 하고···. 여주에게는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 오빠 먼저 불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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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 뭐 듣고 싶어? "





뭐 듣고 싶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사랑 노래지만, 오빠가 불러주는 건 다 좋다고 입을 헤벌리면서 말했다. 그런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알겠다고 얘기하고는 팝송을 부르기 시작하는데 이거 진짜 내가 영어를 못해서 뜻을 모르는 건 아니고, 이건 진짜 멜로디며 가사하며 모두 사랑 노래가 분명했다. 아니, 사람이 귀엽고 예쁜데 노래까지 잘해도 되는 거냐고···. 여주는 신을 탓하기 시작했다. 저에겐 왜 아무것도 주지 않았느냐고





" 노래 좋다! 플리에 넣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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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도 얼른 불러줘. "





저를 재촉하는 지민에 여주는 고민하다가 네이비 쿼카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 I feel it ' 이라는 노래.





" I feel it coming 한 눈에 들어와 멀리에 있어도 한 번에 보여 넌 "

" 가빠진 Heart beat 심장이 막 쿵쿵쿵 babe 난 피할 방법이 없어 I feel it coming "





여주는 사실 네이비 쿼카의 노래를 매우 좋아한다. 왜냐 물으신다면 음색도 좋고, 멜로디도 좋아서 잔잔하면서 몽글한 감정이 올라온다고나 할까. 그래서 여주는 네이비 쿼카의 노래는 자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 느낌이 온 거야. 수많은 사람 속 너에게 심장이 멈춘 듯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네 한발 다가서면 한 번은 웃어줘 너의 미소에 맘이 녹아내려 한눈에 알았어 이제는 너에게 말할래 좋아한다고 "





여주는 자신이 노래를 못한다고 했지만, 사실 잘하는 편이었다. 지민은 그런 여주를 빤히 쳐다보면서 예쁘게 웃었다. 아니 저렇게 사람을 보면 어떡해? 너무 예쁘다. 제발 지민 오빠가 이 가사를 보고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 하루 온종일 그대만 그리는 내가 이상해 다른 사람에겐 이런 적 없는데 너무 어색해 하지만 너에게 다가서면 난 왜 너의 미소에 맘이 녹아내려 한번 용기 낼 게 이제는 너에게 말할래 좋아한다고 "





그렇게 노래를 마치자 지민은 예쁘게 웃으며 손뼉을 쳐주었다. 여주의 빨개진 얼굴은 당연하게 노래방 조명으로 인해 가려졌고, 그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여주는 그렇게 점점 더 지민에게 빠져들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 오락실 있다! 저기 가보자! "





" 그래, 가자. "





노래방을 나와 다음으로 갈 곳을 탐색하다가 오락실이 보였다. 여주는 오락실에 보이는 펌프 앞으로 다가갔다. 오빠 내가 이거 진짜 잘하는데 볼래? 사실 야주는 펌프 마니아다. 학교 다닐 때 여주는 하교하자마자 오락실로 달려가는 게 취미였다. 빠르게 내려오는 화살표 방향에 맞춰 빠르게 움직이는 여주에 지민은 웃으면서 스르륵 쓰러졌다. 아 너무 귀엽다.





" 오빠! 어땠어? 나 잘했지! "





지민 시점) 해맑게 웃는 여주에게 그래 잘했어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말 그대로 귀여웠다. 똘망똘망한 눈동자와 예쁜 입술, 하는 행동 모든 게 귀여움의 정석이라 지민은 이 마음을 애써 감췄다. 아직은 아니야. 좀 더





원점) 저를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민하는 듯한 지민의 얼굴에 여주는 머리 위로 물음표를 만들었다. 뭐지? 저 표정? 무슨 고민 하고 있나···? 어디 아파? 하며 묻는 여주에 지민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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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냐. 여주 게임 다 했어? 다른 거 하고 싶은 거는? "





" 음···. 오빠랑 술 먹기! "





지민 시점) 예쁘게 웃는 여주에 지민도 졌다는 듯이 그래 가자. 술집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여주는 쫑알쫑알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어제 일을 하는데 뭐가 안 풀려서 힘들었다. 점심시간에는 뭘 먹었는데 엄청 맛있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병아리처럼 삐약거리는 여주에 지민은 마치 딸 바보처럼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여주를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역시 귀엽다.





" 여기 과일소주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칵테일 소주였나? "





" 여주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





지민은 어젯밤 여주의 술주정이 생각나 잠깐 멈칫했지만 늦어버렸다. 여주는 칵테일 소주와 다른 과일소주까지 여러 개를 시켰다. 이거 다 먹을 수 있으려나···? 생각에 잠긴 지민은 뭐 어떠냐며 턱을 괴고 쫑알거리는 여주를 바라보았다. 역시 병아리 같다.





" 구래서, 내가아···. 어떠케 해야대에···? "





지금 자신의 앞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내뱉는 여주에 지민은 씩 웃었다. 얘 봐라. 대놓고 고백하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단다. 근데 그 사람이랑 친해진 지 얼마 안됐고, 좋아하는 마음은 점점 커져서 힘들다고. 여주는 몰랐다. 자기가 좋아한다는 걸 지민이 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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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노력해야지 "





지민은 그런 여주의 신세 한탄에 고개를 끄덕이며 더 노력해야겠다며 대꾸했다. 여주는 그런 지민에게 속상한지 울먹이면서 얘기하는데 아무래도 얘는 술 먹으면 감정에 솔직해지는 앤가 보다. 지민은 확신했다.





" 근데에···. 그 사람은, 나 시러해···. "





" 그걸 어떻게 알아 여주가. "





" 확시래···. 나 시러해···. "





지민은 헛웃음을 쳤다. 얜 진짜 둔한 건가. 사실 지민은 여주가 자신을 이상형으로 생각하고 무지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있다. 어제 일찍 잠이 든 여주를 침대에 눕혀준 석진에게 들었거든. 얘가 너 보고 첫눈에 반했데. 아 그래서 입을 막았던 거구나 하면서 긍정하는 지민에 석진은 말했다. 싫으면 지금 거절해. 애 상처 주지 말고 솔직히 조금 고민했다. 이제 스무살 중반에 다가오는 여주와 서른이 얼마 남지 않은 저. 이런 어린애한테 자신이 잘 해줄 수 있을까 하고.





" 형. 지금 여주가 그때 그 아이 맞는 거죠? "





지민의 질문에 석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그 말에 털썩 주저앉은 지민은 이내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만났다. 아니, 저에게 다가왔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응. 드디어.





" 아닐 거야. 여주를 왜 싫어해 "





지민은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여주는 쫑알쫑알 다 얘기하는 게 귀엽기도 하고, 어떻게 놀려줄까 생각하기도 했다. 지민은 꽤 오랫동안 여주를 기다려왔다는 것도 모르는 여주에게 조금 장난을 쳐볼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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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가자 여주야. "





결국 만취 상태가 된 여주에 지민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결심했지. 절대 외간 남자와 술을 먹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사실 지민은 냉미남이다. 그렇다. 냉미남이었다. 남에게 쉽게 표정을 풀지도 않고, 다정하게 대해주지도 않는다. 그게 누구던. 자신에 대해 한참이나 모르는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얼른 더 다가오라고 그런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 탹시 안에서도 여주의 입을 쉴 새가 없었다. 쫑알거리며 할 말을 다 하는 여주이 지민은 그래그래 하고 애 다루듯이 대하고는 웃음을 지우지 못했다.  여주의 옆이서는 항상 그랬다. 귀여운 병아리가 어미 닭을 따라 삐악거리며 걷는 것 같은 여주에 무장해제가 되었다. 이 순간을 얼마나 바랐는지. 아마 여주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 여기 카드요 "





택시비를 결제하려고 카드를 내밀자 자세가 불편했는지 으응 거리는 여주에 지민은 그런 여주의 등을 살살 쓰다듬어줬다. 소중하다는 듯이.





" 여주야 비밀번호 "





웅얼거리며 말하는 여주에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가 침대에 여주를 눕혔다. 시간을 되돌아간 것 같네. 이런 모습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여줄지 지민은 기대했다. 이 아이를 만나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한숨을 푹 쉬며 지민은 여주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 잘 자. 여주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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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자잘한 흉터를 달고 오기 일쑤였던 저와 그런 저를 지켜주던 석진이 형. 그렇게 김석진과 박지민은 친해졌다.





" 하지마아···. 아파···. "





다른 아이들의 괴롭힘에도 눈물은 절대 흘리지 않았다. 그게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몸집도 작고, 손도 작아 괴롭힘을 당하기에 충분했다. 그저 자신들보다 약해 보이니까 괴롭히는 이들. 어릴 때부터 많이 보면서 자랐다. 그냥 때리면 맞지 하는 생각으로 점점 거부라는 것도 하지 않았을 때쯤 저의 앞에 딱 서서는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찌릿하며 인상을 찌푸리는 남자아이에 지민은 눈을 크게 떴다. 처음이었다. 저를 이렇게 도와주는 이는.





" 야! 누가 괴롭히래? "





살집이 있는 아이었다. 먹을 것을 좋아하는지 항상 한 손에는 간식거리를 들고 있었고, 저가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다가와 저를 지켜주었다. 그렇게 그 아이와 친해졌다. 점점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은 사라졌고, 저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김석진. 그 아이의 이름이었다. 놀이터에서 혼자 놀다가도 그 아이가 오면 함께 논다는 것이 그저 마냥 좋았던 날 그 아이가 오지 않아서 혼자 모래 위에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었다.





" 흐아앙- "





울음소리였다. 여자아이의 울음소리. 조용히 다가가서 물어봤다.





" 너 왜 울어? "





여자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울기만 했다. 간식거리를 주며 달래보아도 등을 토닥여주어도, 말을 계속 걸어도 아무런 대꾸 없이 우는 여자아이에 저는 그저 옆에 같이 있어 주기만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그 여자아이를 다시 봤을 때는 싱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저 앞에서는 한없이 울기만 하던 아이가 저렇게 우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 이거 하자아- "





저에게 다가와 같이 놀자며 말하는 여자아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고, 여자아이와 싱글거리며 웃었고 유치원에서 또한 그 여자아이와는 함께 놀았다.





" 지민아, 지민이가 오늘은 여주랑 같이 집에 갈래? "





유치원 선생님의 말씀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내가 이 여자아이와 함께 집에 가야 하는지 몰랐다. 집 방향이 같으니 가다가 데려다주라는 유치원 선생님의 말씀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아이와 손을 잡고 걸어갔다. 사실 그때 난 다른 생각에 매우 빠져있었던 상태였던 것 같다. 쫑알거리는 여자아이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으로는 많은 생각을 가지고 그렇게 걸어가다가 큰 소리와 함께 정신이 들었다. 쾅- 정신이 들자마자 제 손을 바라보았지만 제 옆에는 여자아이가 없었다.





" 어···? "





승용차 앞에 쓰러져 있는 여자아이의 모습에 설마 하며, 그렇게 다가갔다. 아이를 붙잡고 우는 남자아이가 보였다. 김석진. 그 남자아이였다. 저보다 1년빨리 학교에 입학해서 한동안 보는 일이 없었는데 이 상황에서 김석진이 왜 저 여자아이를 붙잡고 울고 있는지 몰랐다. 여자아이는 크게 다쳐 피를 흘리고 있었고 내 잘못이라는 생각에 몸이 덜덜 떨려왔다.





" 아···. "





작은 몸이 피로 덮여 있었다. 그 모습을 작은 아이가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그렇게 다른 어른들의 도움으로 그 여자아이와 김석진은 병원으로 향했다. 다음 날 들은 소식은 그 여자아이가 김석진의 여동생이라는 소리와 여자아이가 많이 다쳐 기억을 잃었다는 소리였다.





" 형···. 미안해. "





석진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저의 잘못으로 인해 저에게 많은 힘이 돼주었던 석진의 야동생이 기억을 잃었다는 건 변하지 않는 진실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저에게 네 잘못이 아니라고 그저 운이 좋지 않았던 것뿐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그게 어떻게 운이 좋지 않아서 일어난 일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김석진과 그 여자아이는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났을 땐···.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물론 그 중엔 나이도 포함이었다. 이제 갓 스무 살을 앞두고 둘은 마주쳤다. 어릴 때와 다르게 살이 빠진 모습이지만 그런 석진을 지민은 단번에 알아봤고, 석진 또한 아 탄식하고는 웃어 보였다. 오랜만이다. 지민아. 그 다정함은 아직도 그대로였다. 이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제 기억 속의 석진을 따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자기 사람이라는 틀 안에 있는 사람에게만.





여자아이에 대해 묻고 싶었다. 제 기억 속에서 단 한 번도 사라진 적 없는 여자아이. 그렇게 그 여자아이를 다시 만날 날을 꿈꾸며 지민은 그 어떤 여자에게도 마음을 내주지 않았다. 저로 인해 많은 기억을 잃어야 했던 여자아이를 다시 만나 그 여자아이를 위해 많은 기억을 만들어주리라. 그렇게 다짐했다.





" 3,700원입니다. "





사실 지금 이 앞에 있는 여자아이를 보고 혹시, 설마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 생각은 석진의 초대로 인해 금방 아 맞구나. 생각으로 변했다. 드디어 찾았다. 그렇게 기다리던 여자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여주라는 ㅣ름, 똘망똘망한 눈망울, 도톰한 입술. 어릴 때와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그저 그 어리던 여자아이가 이제는 어엿한 아가씨가 되었다는 사실말고는 더 예뻐졌다. 여자아이였을 때도 예쁘고 귀여웠지만, 더 사랑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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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인이시네요 "





모르는 척했다. 어차피 그녀의 기억 속에 나는 없을 테니까. 하나의 스쳐 지나가는 엑스트라처럼 그런 존재니까. 새롭게 인연을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저를 좋아한다. 이 아이가 나를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감정을 몰랐다. 마치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가면을 만들어 사람들을 대했다. 근데 이 말을 듣자마자 깨달았다. 아···. 사랑이구나. 그렇게 이 아이가 나에게 다가오기를···. 나를 좀 더 원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 감정을 애써 누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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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햇살에 눈이 떠졌다. 왠지 다시금 익숙한 기분에 몸을 일으켰다. 저의 손을 꼬옥 잡고는 침대 옆에 엎드려 잠을 청하고 있는 지민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다정한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람에게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김석진에게 연락했다.





- " 야야야야 "





- 왜 





- " 지민 오빠는 뭐 좋아해? "
- " 내가 뭘 해야 할까? "
- " 고백은 어떻게 하지? "





- 마음 가는 대로





- " 그게 말이 쉽냐? "





- 어





말을 말자. 김석진은 저에게 하나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니다. 한숨을 푹 쉬고는 지민을 깨웠다. 오빠 일어나. 끙. 여주 잘 잤어? 지민의 다정한 말투에 여주는 심장이 또 발작한다. 이러다 제명에 살 수 있을까···.





" 오빠 왜 항상 이렇게 불편하게 자. 편하게 자면 되지. "





여주의 말에 지민은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 이게 좋아. 입 밖으로는 차마 내뱉지 못하고···.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둘은 도통 서로의 마음을 표현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여주가 표현하지 않았느냐고? 글씨, 만취한 사람이 본인이 한 말에 대해 기억하고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그렇게 둘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 얼른 일 하러 가! 나도 출근해야 해 "





예쁘게 웃으며 말하는 여주에 지민은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었다. 어떤 사람의 행동과 말투는 그 사람의 성격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지민의 다정함은 그의 천성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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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이따 보자. "





저에게 이따 보자며 손을 흔드는 지민에 여주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 수밖에 없었다. 이따가 우리가 보기로 했나? 정말 이런 곳에서는 눈치를 찾을 수가 없는 여주였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민을 배웅하곤 다급하게 출근 준비에 정신이 팔리는 여주였다.





" 아 피곤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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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그 남자랑 어때? "





수영의 질문에 여주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물론 잘 안 되고 있다는 표현은 아니지만, 진전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 여주에 수영은 힘내라면서 등을 토닥였다. 어른과 연애하려면 그 정도의 힘듦은 있어야 해. 그런 수영을 여주가 밉지 않게 째려보았다. 지민 오빠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여주는 딱 그 마음이었다. 물론 지민에게 저는 그저 이제 갓 성인이 된 지 얼마 안 된 아이로 보일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먼 수영에게 들으니 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 그, 그래도 이따가 보기로 했어! "





" 그래? 제발 좀 성공해라. 너 이 나이에 모태솔로인거 쉽지 않다? "





수영의 맞는 말에 기가 죽은 여주는 이따가 보자고 했던 지민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왤까. 왜 만나자고 했지? 설마 앞으로 보지 말자는 말을 하려 그러나? 온갖 잡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혹여 박지민이 저에게 이제 더이상 만나지 말자는 말이나 자기가 귀찮다며 저를 내치는 행동을 하지 않을까 하며.





" 아 모르겠다! 일단 업무에 집중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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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맞다. 근데 너 오늘 미팅 있지 않아? "





수영의 말에 여주는 깜빡 잊고 있었다며 헉 소리를 냈다. 나 가서 서류 좀 준비할게! 빠륵 옥상을 벗어나는 여주에 수영은 쟤가 저렇게 뭐. 하며 웃어 보였다. 그 사람도 쟤가 싫진 않은 것 같던데. 작게 중얼거리면서 수영은 말했지. 내 임도 제발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빠르게 미팅에서 내보일 서류들을 정리하고 팀장에게 가져다주니 팀장은 한번 둘러보더니 말했다. 깔끔하네요. 준비 다 하신 건가요? 팀장님의 말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여주에 팀장은 웃으면서 겉옷을 챙겼다. 미팅 장소로 향하면서 제 옆자리에 앉은 여주가 쫑알거리는 말들을 귀에 담은 팀장은 그건 좋고, 이건 별로네요. 하며 피드백을 해주었고, 그 말에 여주는 빠르게 수정하는 모습을 보이며 완벽한 회사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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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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