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전백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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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WORTH IT COMPANY 크루 미션으로
진행되는 글입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 이곳은 무엇을 보관하는 창고도 아닌 폭력 조직의 본부다. 조금의 웃음기도 보이지 않고 사격 훈련 중인 조직원들, 서로를 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실전 같은 싸움을 하는 킬러들, 다른 조직들의 정보를 해킹하는 해커들. 그 위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 서열 1위 S 조직의 최고 권력자, 민윤기.
S 조직을 무너뜨릴 다른 조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감히 나서지를 못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그 누구도 건들지 못했던 S 조직을 건드렸다가 치욕스럽게 뿌리까지 뽑힌 조직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서열 2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R 조직이였다.
항상 견제하고 있었던 S 조직을 쓸어버리고 싶어 모든 조직원의 실력을 길러 총동원해서 공격했지만, R 조직은 S 조직에 흠집도 내지 못하고 몰살되고 말았다. 아무리 힘이 좋아도 지혜를 이기지는 못하는 법. 아주 치밀하게 숨어들게 한 마피아를 알아채지 못했던 게 원인이었지.
R 조직이 처참하게 몰살당한 사실이 알려진 후로 S 조직을 노리려던 조직들은 빠르게 손절하였다. 더욱더 기세등등해진 S 조직은 오히려 자신들을 노리는 조직들이 사라지니, 놀잇감이 없어 지루할 정도였다.

"흐음... 너무 겁을 줘버렸나"
"놀잇감이 없으니까, 살맛이 안 나네"
책상에 앉아 검지손가락에 총을 뱅뱅 돌리던 민윤기가 문이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향해서 조준도 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발사된 묵직한 소리가 가득 채워지고, 들어오던 사람을 놀란 기색도 없이 민윤기한테 가까이 걸어들어왔다.

"어째 조준 실력이 녹슨 거 같다?"
"예전이었으면 머리통을 뚫어버렸을 새끼가"
"보스한테 새끼라니,"
하긴 나한테 이렇게 대드는 사람이 형밖에 없긴 하지. 헛웃음을 내뱉은 민윤기가 총알을 다시 장전하고서는 형이라던 사람에게 조준했다.
"아까는 일부러 비껴나가게 했지만, 이번은 아닐 거라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지?"
"날 죽이면 손해 보는 건 오히려 보스라는 걸"
그 누구보다 더 잘 알 텐데?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부보스, 김석진. 보스인 민윤기가 차갑고 냉철한 사람이라면, 웃으면서 말장난하다가 확 굳어지는 사람은 김석진이었다. 원래 성격이 차가운 사람보다 나긋나긋하다가 화내는 사람이 더 무서운 것처럼 꼭지가 돌아가면 빠꾸 없는 타입이었지.

"ㅎ 이래서 날 너무 잘 아는 사람을 곁에 두는 건 안 되는 거였는데, 내가 어리석었었지"
"그렇게 말하면 섭섭합니다, 보스"
"시답잖은 얘기는 됐고, 무슨 일로 왔는지나 말해"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늘려서 말하는 걸 그 누구보다 싫어하는 민윤기는 짧고 굵게 본론만 말하는 사람을 좋아했다. 물론 그에 속해 있는 사람이 김석진이기였기에 지금까지 곁에 두고 있었던 거지.

"저희가 저번에 쓸어버린 R 조직이 K 조직과 힘을 합쳐 저희 S 조직을 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코드네임 B한테서 전해 들었습니다"
서열 2위 조직이 R 조직, 그 바로 밑에 있는 조직이 К 조직이었다. 그 조직에 민윤기가 심어놓은 마피아가 코드네임 B였다.
"그렇단 말이지... 오랜만에 재밌는 일이 생길 것 같네"
당장 모든 조직원들을 모아서 집합시켜.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민윤기가 유리 뒤로 탁 트인 절경을 내려다보았다. 서울의 한눈에 보이는 곳, S 조직의 높이는 그만큼이나 높았다. 아무나 올 수 없을 만큼.
...

"보스가 모이라고 하는 거 보니, 재밌는 일이 생겼나 보네"

"오랜만에 제대로 몸 푸는 건가?"
본부에만 처박혀 있으니, 답답해 뒤질 뻔했는데 다행이네. 오랜 시간 동안 갇혀서 훈련만 한 S 조직의 두 스나이퍼, 코드네임 V와 코드네임 JM. S조직에서 가장 실력이 훌륭한 스나이퍼다. 총알이 어디서 올지 정확하게 알아채고, 쏘기만 하면 정확하게 급소를 맞춘다.

"이번에는 몇 대나 해킹하게 되려나, 제발 좀 많았으면 좋겠네"
막 시작하려던 참에 끝나는 건 이젠 지겨워서 말이지. 한 손으로 노트북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입에 있던 막대사탕을 뺀 코드네임 JH가 V와 JM을 향해서 말한다. 다른 조직의 정보를 속전속결로 해킹해버리는 대한민국에서는 얼마 찾아볼 수 없는 해커였다.
모든 조직원이 모인 뒤, 내려온 민윤기가 평온한 표정으로 막대한 임무를 내린다.
"저번에 밟아버린 R 조직이 K 조직과 합쳐 우리 S 조직을 치려고 준비 중이라는 정보를 받았다"
"그럼 모두 방어 태세에 들어가는 겁니까?"
손을 든 한 조직원이 질문해도 된다는 보스의 끄덕임을 받고서는 질문했다. 방어를 잘하기로 소문난 S 조직이었기에 이번에도 방어 태세로 들어갈 거라고 예상한 거겠지.
"아니, 이번에는 그들이 예측 못하게 역습한다"
역습한다는 말에 술렁이는 조직원들, 다른 조직이 습격할 때는 항상 방어 태세를 갖췄기에 그럴 만도 하겠지.

"우리 S 조직을 건드리면"
머리통에 총알이 박힐 거라는 걸 똑똑히 보여줘야지. 따뜻한 얼굴을 하고서 잔인한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그런 보스의 모습을 본 조직원들을 소름이 쫙 돋았다지.
...
재밌는 일은 생겼는데, 통 풀리지 않는 속에 차를 끌고 나온 윤기는 커브를 돌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여자에 급정거를 하게 된다. 다행히도 충돌은 면했지만, 안 그래도 심란해서 미칠 지경이었던 윤기는 어디서 툭 튀어나와 자신의 차에 끼어든 여자에 욕을 읊조리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차에서 내렸다.
죽음에 문턱에서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건진 여자는 어지간히 놀랐는지 온몸이 파들파들 떨렸다. 잔인하기로 소문난 S 조직 보스, 민윤기. 원래 그였다면 욕을 한 바가지 퍼부었을 텐데, 여자의 올망졸망한 눈방울을 보고 꺼내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 이 절박한 세상을 27년이나 살아가면서 그런 눈을 가진 사람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ㅅ,살려주세요... 저 좀 도와..주세요..."
여자는 윤기의 발목을 살짝 붙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뭔가에 쫒기는 듯한 불안한 얼굴에 윤기는 일단 여자를 일으켜서 자신에 차에 태웠다. 그 뒤로 바로 조폭 같이 생긴 남자 무리가 몰려오더니, 두리번거리면서 소리를 지르며 누군가를 급하게 찾았다. 창문으로 그들의 모습을 본 여자는 몸을 웅크리면서 자신의 얼굴을 숨겼다. 윤기는 직감적으로 이 여자가 저 무리에게 쫓기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일단 여기서 멀리 떨어져야 할 것 같은 느낌에 무작정 본부에 여자를 데리고 왔다. 훈련장을 조심스레 피해서 자신의 방에 여자를 데리고 온 윤기는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소파에 여자를 앉혔다. 그리고는 책상에 있는 무언가를 누르고서는 부보스인 석진을 불렀다. 물론 부보스라는 말은 쏙 뺀 채. 그리고서는 코드네임 D, S 조직의 닥터를 불렀다.
또 귀찮게 무슨 일로 부른 건지, 최대한 화를 억누르고 방에 들어온 김석진은 보스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도 전에 민윤기의 손에 의해 입이 막혔다.
"...읍..?"
"일단 아까 하려던 말은 입도 뻥끗하지 마"
아까 하려던 말. 보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대충 이해한 석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내린 윤기는 석진을 부른 이유를 말했다.
"따뜻한 마실 거 좀 가지고 와. 커피 말고"
".......?"
항상 커피만 즐겨 마시는 윤기가 커피를 안 마시다는 소리에 석진은 혹시 얘 어디 아픈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한지 10초 정도 지났을 때, 그제야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자를 발견한다.

"근데 저 여자분은 누구...?"
"나중에 설명할 테니까, 따뜻한 마실 거나 가져와"
윤기를 알게 된 이후로 단 한 번도 여자를 본부에 데리고 온 적이 없었는데, 그 차갑고 냉혈한 민윤기가 여자를 자기 영역에 들였다? 죽었다 깨어나도 있을 수 없을 일이었다. 그 시점에서 김석진은 확신했다. 민윤기가 어디 아픈 게 분명하다고.
김석진이 마실 걸 가지러 자리를 비운 사이 코드네임 D, 닥터 최수빈이 방으로 들어왔다. 가볍게 격식을 차린 후, 여자를 치료하라는 윤기의 지시대로 상처 난 곳을 꼼꼼히 치료하였다.
"수고했어, 이만 가 봐"

"네. 알겠습니다"
대충 눈치가 빠른 수빈은 굳이 보스라는 단어를 입에서 꺼내지 않고 마무리를 한 뒤, 방에서 나갔다. 코드네임 D가 나간 후, 민윤기와 여자 둘만이 방에 남게 되었다.
"아픈 곳은 좀 어떻습니까?"
"괜찮아요... 근데 괜히 저 때문에 그쪽만 곤란해지신 것 같은데..."
"괜찮습니다. 정신없어서 이름도 말 못 해드렸네요"
민윤기입니다.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먼저 자신의 본명을 알려준 건. 그쪽이 아닌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다. 이 여자한테서.
"이름 정말 멋지시네요. 전 진 솔이라고 해요"
"진 솔... 잘 어울리는 이름이네요"
아까 쫒던 사람들에 대해서 물어볼까, 망설이던 윤기를 먼저 눈치챈 진 솔이 입을 열었다.
"제 아버지가 사채를 쓰고 다 못 갚고 가시는 바람에 제가 그 빚을 떠안게 되어서 쫒기는 중이에요..."
"얼마나 되는데요. 제가 갚아 드릴게요"
"ㄴ,네...? 오늘 처음 본 사람의 빚을 갚아 드리겠다뇨..."
"그냥 드리는 거 아닙니다"
빌려 드리는 거니까, 천천히 돌려주세요. 이런 멘트는 어디서 배웠는지, 막힘없이 술술 내뱉는 윤기에 솔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윤기의 도움으로 빚을 갚은 솔은 윤기의 회사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데, 그 시점에서 윤기의 회사가 평범한 회사가 아닌 조직이라는 걸, 윤기가 이 조직의 보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이도 윤기가 27살 솔보다 4살이나 많다는 것도 알게 되지.
알바를 하는 솔이 위험할까 봐, 호신술과 혹시 몰라 총을 쓰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자, 이건 이렇게 잡고 과녁의 정중앙을 잘 보면서 쏴야 해. 사람으로 생각하면 저 부분이 심장인 거지"
자세를 어떻게 잡을지 몰라하는 솔에 뒤에서 마치 안는 듯이 자세를 고쳐주고 조준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탕- 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고 과녁을 확인해 보니, 정확하게 정중앙을 맞춘 게 보였다.
"헐... 대박... 윤기 씨, 짱이에요...!!"
쌍따봉을 시전해주는 솔에 윤기는 그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는 미소를 지었다. 조직 안에서 윤기를 유일하게 보스라고 부르지 않는 솔. 그 점이 오히려 윤기에게 마음이 들었지. 그렇게 서서히 조금씩 윤기는 솔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솔이 윤기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가던 시점에 스파이에게서 아무런 소식도 없었는데, K 조직에서 급습한 것이다.
방어 태세를 하지 않고 있었던 S 조직은 갑작스러운 습격에 우왕좌왕하다가 방어는 개뿔, 반격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하나둘씩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갔다. 윤기는 혹여나 솔이 다칠까 봐, 자신의 뒤에 숨기고 공격 태세를 하고 있었는데, 문짝이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총을 든 한 남자가 보스의 방으로 들어왔다.
"넌... K 조직 보스 최연준..."

"ㅎ 역시 알고 있었군, 민윤기"
그런데, 어쩌지? 난 K 조직 보스가 아닌데 말이야 ㅎ.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인 연준에 윤기는 꽤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K 조직 보스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럴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럴 리가 없어. 네 코드네임 King, 보스인 거 누가 모를 줄 알고"
철컥 -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그 소리가 앞에서 아닌 등 뒤에서 들렸다.

"이대로 조직원들 다 잃고 싶은 게 아니면 항복해. 민윤기"
설마 하는 생각으로 윤기는 천천히 뒤로 돌았다. 그토록 자신이 아끼고, 자신의 마음까지 가져가 버린 솔이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이다.
"레이디... ㄴ,네가 어떻게..."
"그동안 재밌었는데, 아쉽네. 난 네가 이렇게까지 멍청할 줄은 몰랐는데,"
"어떻게 그렇게 대단한 조직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외부인을 자신의 본부에 들일 수 있는 건지"
"그래도 네가 날 불러주던 코드네임 레이디는 마음에 들었어"
"너 정체가 뭐야... 일부러 나한테 접근한 거야...?"
우리 S 조직을 박살 내기 위해서? 그녀를 믿던 윤기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려진 것처럼.
"아직도 내가 누군지, 짐작이 안 돼?"
실망이야, 민윤기. 똑똑하니까, 빨리 알아챌 줄 알았는데. 윤기의 책상에 걸터앉아서 다리를 꼬고 총은 여전히 윤기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다.
".........."

"내 입으로 직접 밝히는 건 처음인데, 내 진짜 코드네임은 Queen. K 조직 보스. 이 정도면 되려나?"
"네가 K 조직 보스라고...? 말도 안 돼"
탕-! 총을 발사하는 소리와 동시에 와장창-! 액자가 떨어지고 유리가 사방으로 튀어 박살 나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히 채웠다. 정확하게 액자를 벽에 걸게 해주는 고리를 맞춘 것이다.
"그동안 내 실력 숨기느라 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 나 가르쳐준다고 애쓴 건 귀여웠어"
"아, 맞다. 이건 이거고, 빌린 돈은 다시 돌려줘야 하지 않겠어?"
"내가 말한 돈은 가져왔어?"
"네. 여기 있습니다"
연준은 다른 한 손에 들고 있었던 검은색 가방을 솔에게 건네주었다. 가방을 열어 확인한 솔은 다시 가방을 닫고서는 윤기의 발밑으로 던졌다.
"그때 나한테 빌려준 돈이야. 뭐, 처음부터 쓰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빌려준 기간이 있으니까. 이자까지 섭섭하지 않게 넣었어"
털썩,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윤기는 자신이 S 조직이 졌다는 걸 인정했다. 자존심도 이미 버린 그였지만, 그녀를 향한 마음만은 진심이었다.
"우리 S 조직이 완패했어. 완전하게 해체할 테니까, 남은 조직원들은 제발 살려줘..."
차갑고 내혈한 S 조직 보스 민윤기가 무릎까지 꿇고 빌었다. 그래도 그동안의 정이란 게 조금은 생긴 솔이 안타깝게 생각해 자신의 조직원들을 물리기로 하지.
"모두 철수하라고 해"
솔의 명령을 받은 연준은 무전기에 대고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S 조직을 해체한다는 말은 꼭 지켜. 지키지 않으면 그때는 아무도 살아 숨 쉬지 못할 거야"
"그동안 잘해준 건 고마웠어"
고마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연준에게 손짓을 한 솔은 유유히 S 조직을 빠져나왔다. 솔이 떠난 방에는 모든 걸 다 잃은 윤기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한편 철수하라는 명령을 받은 K 조직의 조직원들은 하나둘씩 S 조직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그들 중에 큰 중상을 입은 남자가 충격에 빠져 있었는데, 그 남자는 바로 코드네임 V의 S 조직의 스나이퍼 김태형이였다.
가장 훌륭한 스나이퍼가 이렇게까지 다친 이유는 예상치도 못 한 사람한테서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신과 함께 동고동락 했었던 친구이자, 때론 라이벌이 되기도 했던 코드네임 JM, 스나이퍼 박지민한테서 배신당한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지민은 K 조직에서 S 조직으로 잠입한 스파이었고, 오랜 시간 동안 S 조직의 정보를 은밀하게 빼낸 사람이었다. 그가 스파이였다는 것을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었지.
...
솔이 S 조직으로 잠입하기 며칠 전, 준비를 하고 있었을 때.

"보스, 안 가시면 안 됩니까? 대신 저를 보내주세요"
"코드네임 JK.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하아... 제발 다시 한번만 더 생각해 주세요. 거기로 혼자서 가는 건 너무 위험해요"
"혹시라도 정체를 들키면... 보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전 어떡합니까..."
K 조직의 스나이퍼, 코드네임 JK, 전정국. 솔을 아주 오랫동안 좋아했다. 그 마음을 물론 밥 먹듯이 솔에게 표현했지만, 솔은 모른 척했었다.
"정국아, 넌 나 믿어?"
"믿는 건 당연히 믿지만... 그래도..."
"그럼 믿어. 다시 돌아오는 날, 그날 너의 마음에 대한 확실한 답을 줄게"
"퀸..."
"걱정 마.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K 조직, 알려진 바로는 서열 3위의 조직 그룹. 보스는 코드네임 King의 최연준. 하지만 사실상 K 조직은 서열 0위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강한 조직이었다. 그 사실을 숨긴 채로 조용히 다른 조직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S조직에서 K조직에 심어놓은 스파이가 있었는데, 심지어 그 스파이가 누군지까지 알고 있었던 솔은 그에게 늘 거짓 정보를 흘렸다. 게다가 K 조직의 조직원들까지 솔이 보스라는 사실을 숨겼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부보스인 최연준과 스나이퍼인 전정국밖에 몰랐다. 자신의 조직원들한테까지 그녀는 철저히 자신의 정체를 숨겨 왔었다.
S조직을 분해시키고 다시 본부로 복귀한 솔은 가장 먼저 정국을 찾아갔다. 정국은 땀에 젖은 방어복을 벗고 윗옷을 갈아입으려 하고 있었는데,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솔에 허겁지겁 다시 옷을 입었다.

"보스, 노크는 하고 들어오셔야죠"
"나 대답하러 온 건데, 다시 갈까?"
다시 나가려는 시늉을 보인 솔의 손목을 가볍게 붙잡은 정국. 그의 행동에 만족한 웃음을 보인 솔이 정국을 마주 보고 입을 열었다.
"나도 너랑 같은 마음이야"
듣고 싶었던 대답을 들은 정국은 솔의 팔을 당겨서 자신의 품에 안았다.
"저 너무 행복합니다. 혹시나 보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미칠 것만 같았어요"
"뭘 걱정해. 우리 K 조직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걸 누구보다 잘 알잖아. 그만큼 나도 그렇게 쉽게 죽지 않고"
난공불락: 공격하기 어려워 좀처럼 함락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