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𝚂𝚑►𝚗𝚐mi𝚒-𝙻►
·본 화는 칼리오페 크미로 쓰인 것임을 밝힙니다.
·노래는 꾹 눌러 연속재생.
Copyright ⓒ 2022 거래 All Rights Reserved.
****
차가운 공기가 이 공간을 감싸왔다. 이곳은 그녀의 장례식장이었다. 나를 수년간 보살펴 준 부모 같은 존재였던 할머니의. 나의 그늘이었던 존재의 죽음을 보내주는 곳. 그런 이곳에 사람들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녀 또한 자신처럼 가족이 이와 자기 자신뿐이었으니깐. 둘 다 친구라는 존재도 없었기에, 이곳에 올 사람은 그뿐이었다. 뭐 더 온다고 하면 그 사람들은 그냥 동네 주민들이었다. 친하지는 않았어도 예의상의 참석이랄까. 그 누구도 이 자리에서 울지 않았다. 딱히 친분이 있지 않았으니깐. 그러나 그들과는 다르게 석진은 친밀한 친분이 있었지만 울지 않았다. 우는 대신 마음을 더 독하게 먹었다고 해야 할까. 왜냐. 그녀가 부탁했거든 바로 어제. 자신의 죽음은 지금이 당연한 것이나, 그 어디에서도 울지도 슬퍼하지도 말라고. 자신은 그저 운명을 거스를 뿐이라고.
"......."
"나는 이 죽음이 나에게 당연한 것이고, 내게 딱 맞는 타이밍이다. 내가 너한테 물려준 사랑은 이제 네가 남들에게 베풀 타이밍이기도 하다. 그러니 나라는 이 늙은이의 존재를 잊거라."
"... 할머니는요... 이 죽음이 안 억울하세요?"
"살대로 살았고만. 이보다 더 억울할 게 있나."
"......."
"사랑한다."
"... 저도요."
모든 장례식이 끝난 뒤에는 가루가 된 그녀의 유골함을 들고 저 밤바다로 향했다. 할머니가 좋아하던 그 바다로. 바다의 물결은 옅게 일렁였다.
그리고 조심스레 뚜껑 열고 할머니의 마지막을 바다에 뿌렸다, 최대한 멀리로. 뿌리는 족족마다 할머니와 함께 했던 그 순간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와 동시에 눈에서 눈물이 볼과 턱을 걸쳐,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만 이 세상 속에 두고 간 할머니가 너무 미웠다. 이 세상은 아직 나에게는너무 무서운데.
"... 왜.. 왜.. 할머니는 나만 두고 갔어요...?"
울지 말자고 약속까지 했으면서.
"할머니는 왜..."
결국은 울어버렸다.
"나만 두고 갔냐고..."
오늘만큼은 다른 날들과는 다르게 할머니의 품 속에 안겨서 울고 싶다. 어린아이가 떼를 스며 우는 것처럼, 목 놓아 울고 싶다.
나만 두고 간 할머니가 너무 미워서.
할머니를 떠나보낸 뒤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좋게 보내주기로 약속은 했지만, 그녀가 떠난 그날은 너무나 아픈 기억으로 각인돼버렸다. 왜였을까. 그냥 너무 슬퍼서 기억을 한 것일까.
"....."
그렇게 할머니 없는 인생의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알바 면접이라는 것도 보고 난생 입어보지도 않았던 정장을 입는 시도 등 많은 시도를 하였다. 이제 자신의 힘으로만 살아야 하니.
"이름은 김석진이고 나이는 올해로 23살입니다. 뽑아만 주신다면 뭐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게 날아오는 합격 여부는 늘,
'죄송합니다. 불 합격입니다.' 뻔했다.
그렇게 이런 결과가 반복되니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뻔한 결과. 그와 동시에 계절은 겨울이었다, 이제는 봄이라는 계절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 계절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대체 어떻게 해야 옛 기억을 잊고 다시 새롭게 살 수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 기억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해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건 아닐지. 이제는 기억을 잊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 누구든 좋으니 제발 이 인생에 나타나서 날 구출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냥 이 기억 속에서 빼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누군가가 추천해 준 상담을 받게 되었고, 예전보다는 확실히 달라졌다. 상담사의 이름은 이바다였다. 바다. 그녀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눈살이 찌푸러졌다. 또다시 할머니가 떠올라서.
"석진 씨는 제가 보기에는 주요 우울증 같아요. 주요 우울증은 심한 우울 증상이 2주 이상 하루 종일 계속되는 우울증이에요. 지금 석진 씨 같이 이건 직장 생활 같은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우울증이에요. 뭐 석진 씨는 한 달도 넘었지만요."
".... 아 네."
"저희 같이 이겨내봐요. 제가 옆에서 도와드릴게요."
그런 그녀의 말 한마디가 가슴속에 크게 와닿았다. 뭔가 많이 느껴본 따뜻함이었다고나 할까. 이런 느낌을 어디서 느껴봤더라.
"......."
아 생각났다. 할머니에게서 처음으로 느꼈던 감정이었다. 그래서 석진은 자기도 모르게.
"바다 씨는요."
"네?"
"왜 저희 할머니랑 비슷할까요."
"참 슬프게 너무 비슷해요. 그 말투가. 그래서 제가 너무 비참해져요."
"말투를 바꿔볼까요?"
"아니에요. 그래도 지금이 좋네요. 보고 싶던 사람이랑 얘기하는 기분이라서."
"... 그래요 뭐.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이번 제 목표는 석진 씨의 아픈 기억을 빨리 잊게 하는 거예요. 석진 씨가 첫 상담 때 제게 이야기하셨던 할머니의 일을 제가 조금이나마 잊고 살게 해드리고 싶어요."
"석진 씨는 볼 때마다 늘 혼자 짐을 들고 있는 거 같거든요."
우리 잘 해 봐요.라는 말을 끝으로 그녀가 싱긋 웃어 보였다.
그렇게 몇 달간의 상담이 계속 되었다. 그녀는 그녀의 방식대로 석진을 위로 해주었고 보살펴 주었다. 예를 들면 석진이 자기 자신에게 쓴 편지를 일주일 간격으로 보고 그걸 토대로 함께 이야기했다. 그렇게 지속되는 상담은 참 따뜻했다. 늘 비슷한 이야기의 상담이더라도, 그래도 그녀와의 이야기하는 시간이 참으로도 행복했다. 할머니랑 이야기하던 그때가 처음에는 생각나 좋았다면, 지금은 그저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참으로도 즐거웠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드디어 취직에 성공했으며, 며칠 뒤 입사들 축하파티인, 회식이 시작되었다. 석진은 이런 시끌벅적 한 회식 자리 속이 그저 어색하기만 했다. 왜냐, 난생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속 사이에서 마셔보는 술이었기에 어색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마시고 또 마시다 보니 결국은 취해버렸다. 그렇게 늦은 시각에 끝난 회식에서 술에 취한 채, 비틀 대며 걷다 보니 오늘따라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다. 평소에도 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제일이었다. 그리고선 석진의 핸드폰을 들고선 예전에 할머니가 쓰던 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 석진이 여기에서 인지 못 한 것이 있다면, 방금 건 전화번호는 할머니가 아닌 바다의 번호였다. 그녀의 말투는 늘 할머니를 담아 있었기에 술이 취한 채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신호음이 가고 있다는 것에 울컥 해질 때 즘이었다.
"여보세요?"
"... 할머니...?"
잠에서 방금 깬 것 같은 바다가그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 보고 싶어요...."
"왜.. 왜.. 나만 두고 갔냐고요."
대체 왜.
"...."
할머니는 절 두고 가셨어요.
그 전화를 받은 바다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레 걸려온 전화에서는 석진이 흐느끼고 있었으니깐. 그리고 거기에 합쳐 자신을 할머니라고 부르니깐 더더욱.
"석진 씨 어디예요?"
그렇게 바다가 급히 뛰어간 곳에서는 석진이 홀로 서서 흐느끼고 있었다.
"석진 씨 일단 진정하고···"
"......"
"숨 크게 마셔요."
"이제 내쉬어요." 그걸 반복하니 벌써 5분이나 지나가버렸다. 이제는 괜찮아졌냐며 계속해서 그 작은 손으로 석진의 등을 살살 두들기며 말했다.
"... 바다 씨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요."
"석진 씨 이럴 땐 그냥 안겨서 우는 거예요."
"그러니깐 안겨서 울어요." 그러며 자신의 두 팔을 양쪽으로 쭉 뻗어 보였다.
"...."
그리고 훅 안기는 그에게서는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만, 그래도 바다가 자신의 팔로 그의 널찍한 어깨를 안으며 괜찮을 것이라며 속삭이니 그제야 자신의 어깨가 점점 축축 해진다는 걸 눈치챘다. 그런 자신의 어깨가 축축해지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석진의 상태를 그 누구보다 잘 알던 바다였기에 묵묵히 그의 어깨를 토닥일 수 있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점점 흐느끼는 게 잠잠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석진 씨 다 울었어요?"
"...."
"석진 씨?"
"... 죄송해요."
빨개진 코와 눈으로 그녀에게 죄송하다며 이야기한 뒤에 바로 일어나서 어디론가로 뛰어갔다.
"... 오늘 너무 당황할 일이 많네..."
그렇게 그날 이후로 석진은 조금씩 바다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가 점점 마음을 연다는 것은, 이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 그의 상태가 나아지는 것은 얼마 남지 않은 행운의 상황이었다.
계속되는 석진의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자세는 바다에게도 장점이었다. 왜냐, 자신이 돌보던 사람이 조금씩 나아지니깐.
그렇게 그런 상담과 일이 얼마나 있었을까.
"석진 씨, 오늘 석진 씨가 자신에게 쓴 편지 읽어도 돼요?"
"당연하죠."
그런 편지의 내용 또한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며, 종족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자신의 할머니에 대해 칭찬하며 웃어넘길 정도로 석진의 반응과 마음은 변했다.
그리고 제일 바뀐 관계라 치면,

"바다 씨 여기요."
"헐 왜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바다 씨랑 데이트인데, 늦음 안 되죠."
"아 진짜!"
"어, 바다 씨 얼굴 빨개요."
이 둘의 관계라고나 할까.
바다라는 이름을 가진 덕에, 석진은 아픈 기억을 이겨낼 수 있었다. 잊고 싶었지만 당연히 잊을 수없는 기억을 가지고선 최대한의 아픔을 덜어냈다.
"저희는 언제 사귀어요 석진 씨?"
"글쎄요, 오늘부터 사귈까요."
이제 서로의 아픈 기억을 잊게 해주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사랑해요."
***
샹그릴라: 나쁜 기억을 빨리 잊게 해주는 주문
-𝚂𝚑►𝚗𝚐mi𝚒-𝙻►-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