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대디 김석진과 연애하기

번외 4 . 싱글대디 김석진과 연애하기

도용 금지.


















photo

번외 4






⚠️ 분량 역대급으로 많음 ⚠️




:: 출산





1개월 차





그렇게 딱 일주일 후, 오빠와 함께 산부인과를 찾았다. 아이의 심장 박동 소리를 처음 들을 수 있는 날이자 성별 확인도 같이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엄청나게 긴장한 채로 연신 후우 후우 심호흡만 하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아이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듣기도 전에 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오빠는 아들이 좋아, 딸이 좋아?"





photo
"난 여주 닮은 딸."





"난 오빠 닮은 아들인데?"





예상은 했었지만 역시나였다. 어느 부부에게나 항상 임신을 하면 서로를 닮은 이성이길 원한다고 하던데 그게 우리에게도 해당된다니. 오빠는 세상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이미 현진이가 자길 닮았는데 또 뭐가 필요하냐고 구시렁거렸다.





난 절대 아이가 나를 닮아 태어나게 해 주고 싶지 않았다. 잘생긴 우리 남편 눈코입이랑 잘 빠진 기럭지만 쏙쏙 빼닮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오빠는 왜 자꾸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김여주를 닮은 딸이 태어나면 너무 귀엽겠다고 그냥 여주랑 작은 여주랑 같이 손 잡고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말만 늘어놓는다. 결사반대를 외치며 투닥거리고 있을 때,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러 떨리는 마음으로 진료실 안에 들어갔다.





"자, 이제 아이 심장
소리가 들릴 거예요."





"··· 네."





아까 살짝 싸운 게 무색할 정도로 오빠와 손을 꼭 잡고서 아이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듣기 위해 누웠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자 그토록 기다렸던 심장 박동 소리가 콩닥, 콩닥 하며 들려왔다. 오빠는 그 자리에서 바로 주저앉았고 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의사선생님은 태아가 아주 건강한 상태라며 우릴 칭찬했다.





photo
"혹시라도 문제 있을까 봐
불안했는데··· 다행이다."





"문제가 있을 리가, 남편이
그리 지극정성인데."





오빠가 근 일주일 동안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생각하면 아직 형체도 잘 보이지 않는 뱃속의 아이도 깜짝 놀랄 것이다. 그런데도 뭐가 또 불안한지, 자기 자식 사랑은 그 누구도 뛰어넘을 수 없으리라 자신한다.





다음은 드디어 아이의 성별을 알게 되는 차례였다. 검사를 마치고 난 뒤 오빠와 손을 꼭 잡고서 의사선생님의 대답을 기다렸다. 오빠는 제발 딸, 나는 제발 아들을 원한다고 중얼거렸다. 반대쪽 손을 하나씩 책상에 올려두고 의사선생님이 원하는 성별이 맞는 사람의 팔을 들어주기로 했다. 의사선생님은 살풋 웃으시더니 이어 내 팔은 들어 말하셨다.





"엄마 win!"





"대박, 진짜요? 아들이에요?!"





"아······."





오빠는 짧게 탄식하고서 씁쓸하게 내 배를 어루만졌다. 좀 아쉽긴 하지만 우리 아이인데 뭔들 나쁘겠냐면서. 그래도 아직 날 닮기를 원하는지 턱을 괴고 내 얼굴을 한 번 쓰다듬는다.





photo
"아들이라고 아빠만 닮으란 법
없지, 나도 엄마 닮았는데."





"··· 그렇게 세상 무해한 표정으로
말하니까 좀 얄밉다, 여보."





의사선생님은 티격태격하는 우리를 보며 계속 그렇게 애매하게 부르는 것보단 태명을 먼저 정하는 게 좋지 않겠냐 조언하셨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진료실에서 나오자마자 우리 둘 다 태명 생각에 한참 빠졌다. 오빠에게 여진이와 현진이의 태명을 물어보니 여진이는 태양이, 현진이는 보름이라고 한다. 해와 달을 따서 태양, 보름달에 달을 뺀 보름.





"그럼 셋째는 별···?
별을 애칭으로 바꾸면···."





"별··· 별똥별··· 똥별···?"





"··· 똥별이보단 별똥이가
더 귀엽지 않을까."





내 말에 오빠는 좋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별똥이. 즉석에서 바로 지은 것 치곤 꽤 괜찮은 태명이었다. 앞으로 별똥이가 더 멋지게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건강을 지킬 것이다.




photo



5개월 차





"중저음 목소리가 태교에
더 도움이 된대."





"··· 별똥아 아빠 목소리가
높아서 그건 안 되겠다."





"도련님한테 태교
전화 연결할까?"





photo
"우리 별똥이 이미 아빠
목소리에 취해있거든~?"





그치 별똥아~ 아빠가 짱이지? 그렇게 어느덧 임신 5개월 차에 들어서게 되었다. 다행히도 딱히 식성이 거의 그대로라서 식욕도 올랐고 입덧도 초기에만 조금 심했지 이젠 아주 가끔씩만 하게 되어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병원에서 살쪘다고 좀 줄이라는 말 들은 건 안 비밀)





문제는 잠이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진 회사에 다녀보려고 했지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쏟아지는 잠에 밥 시간, 태교 시간 말고는 모두 잠으로 보내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일은 잠시 중단했다. 유독 먹고 싶은 건 무지개떡. 평소 떡을 즐겨먹지도 않았는데 왜 이리 떡이 당기는지 모르겠다. 그중에서도 무지개떡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식단 대신 무지개떡을 먹는 경우도 잦았다.





"옴마, 요기에 아가 이써?"





"응. 현진이 동생이 아빠가
들려주는 동화 듣고 코 자고 있어."





"··· 현지니는 왜 동화책 안 읽어조?"





현진이는 임신 소식을 듣던 그날부터 부쩍 질투가 늘었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집안의 막내로서 어리광을 부리면 더 잘 받아주고, 애교 한 방이면 사르륵 녹던 엄마와 아빠가 이젠 너도 '형'이니 그러면 안 된다며 넘어가주지 않으니. 현진이가 별똥이 때문에 씩씩대고 있을 때면 항상 여진이가 나타났다.





photo
"여진이가 현진이
동화책 읽어주는 거야?"





"별똥이는 빨간 망토 좋아하고,
현진이는 양치기소년 좋아해."





"엄마랑 아빠도 모르는
걸 여진이는 알고 있네···."





이럴 때마다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하지만 상황상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건 뱃속에 있는 별똥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여진이는 항상 덤덤했다. 나이에 맞지 않게 묵묵히 뒤에서 현진이를 대신 놀아주었고, 책임지는 것도 여진이었다.





"소년은 주민들에게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했어요."





"······."





"주민들은 크게 화를 냈고, 소년은
꺄르르 웃으며 도망쳤지요."





언제 이렇게 컸을까, 우리 딸이. 책을 읽는 겸 뱃속에 있는 별똥이 태교 겸 해 가족들의 손을 모두 배에 올려놓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배가 꿈틀, 하고 움직인 것. 모두 그 움직임에 놀라 바로 손을 배에서 떼어냈다.





그리고 일제히 소리쳤다. 별똥이가 움직였어!!! 태동이었다. 여진이는 이미 현진이 때 한 번 겪어봐서인지 그리 놀라진 않았지만 현진이는 꽤나 충격이 큰 모양이었다. 태동이 뭐지? 엄마 배가 왜 움직인 거지? 그에 오빠는 현진이의 손을 다시 내 배에 올려놓고 말했다.





photo
"별똥이가 나 건강해요,
하고 신호를 준 거야."





"··· 시노?"





"응. 난 건강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하는 거지."





현진이는 오빠의 말을 듣고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서 배에 귀를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쓰담았다. 너어 별똥이, 형아처럼 건강해야대!




photo




8개월 차





배가 불러짐에 따라 예민함도 배가 되었다. 뭐만 하면 빼액 소리를 지르고 감수성도 더 풍부해져 눈물도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화풀이 대상이 자연스레 오빠가 되어 마지막 뽀뽀를 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오빠··· 우리 별똥이는 나중에
운동선수가 되려나 봐···."





photo
"응?"





"쉴새없이 움직여...
마라톤 선수가 꿈인가···?"





"··· 춥다, 이불 덮어."





잘 자다가 새벽 4시에 깨서 하는 말이 이거였다. 솔직히 별똥이의 태동이 너무 심하긴 했다. 이렇게 활발히 움직이는데 태어나면 얼마나 뛰어다닐지. 잘 때에도 편히 잘 수가 없어 쉽사리 잠에 깊게 빠져들기가 어려웠다. 내가 깰 때마다 오빠도 같이 깨어 내 상태를 살피는데, 이럴 때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공존했다.





극강의 추위를 자랑하는 1월, 그렇게 나는 스물일곱 살로 이십대 후반에 진입했다. 오빠는 정말 나이가 숫자라는 말의 정석인 듯 변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삼십대 초반으로 보일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다시 날 재워주려 토닥이는 오빠의 볼을 잡아 입을 맞추었다.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오빠가 놀라 토끼눈을 떴다.





"좀 더 진하게···."





"안 돼."





"응···."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도 뽀뽀든 키스든 뭐든 다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럴 때마다 별똥이가 뽈뽈 움직이며 발을 찼다.





photo
"나 부탁 하나만."





"뭔데?"





"별똥이 낳고 좀 안정적이게 5개월
정도 후엔 애들 부모님 댁으로 잠깐
보내놓고 우리 둘이 하루 종일 하기."





"하루는 너무 짧지, 이틀."





"진짜··· 나보다 더해, 김여주."





주어 없는 대화였지만 그 뜻은 둘 다 통하고 있었기에 다시 한번 쪽 입을 맞추고서 잠에 들었다. 이제 곧 2개월 후 3월이면, 별똥이를 만날 수 있으니 조금만 참자.




photo




D-DAY





양수가 터졌다.





배는 미친 듯이 아파오고 눈앞이 흐릴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3주 전 챙겨놓았던 출산가방을 들고 급하게 차에 타 병원을 향해 전속력으로 엑셀을 밟았다. 몇 분 주가로 배가 아팠다 안 아팠다 해 그래도 쉴 타이밍이 있어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오빠 왜 울어··· 울지 마."





photo
"잘못되면··· 어떡하지.
자기야 나 너무 무서워···."





가장 걱정되는 건 내 몸이 아니라 오빠였다. 물론 별똥이가 0순위였지만. 병원에 도착해 바로 전에 예약해놓았던 분먼실로 들어갔다.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는 도중 여진이가 눈물로 범벅된 얼굴로 내 손을 꼭 잡아왔다. 지금 여진이가 얼마나 불안할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엄마··· 엄마아···."





"··· 괜찮아. 엄마 괜찮, 을 거야."





"죽으면 안 돼···. 흐윽, 엄마···."





괜찮을 거라고 여진이를 다독였다. 졀대 아무 일 없을 거지만, 안전하게 별똥이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겠지만 그래도 불안한 건 어찌할 수 없는 문제인가 보다. 현진이가 태어날 당시 전 아내분이 그렇게 돌아가셨으니 이번엔 그 공포의 크기가 더 클 것이다. 내 얼굴을 어루만지는 오빠의 손에 머리를 기댔다.





그렇게 몇 시간 즈음 지났을까, 이젠 정말 참을 수 없는 진통이 시작되었다. 서둘러 간호사를 호출하고 의사선생님까지 들어오시자 침대 칸막 커튼이 쳐졌다. 오빠와 아이들은 커튼 밖에서 기다렸다.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힘을 주고 있자 몇십 분 후 오빠가 커튼을 치고 안으로 들어왔다.





photo
"여주야 할 수 있어, 조금만···
조금만 더 힘내보자."





"오빠··· 나 너무, 윽, 흐···."





"마지막은 기계 손 안 대고 산모님
힘으로만 할 거니까 진통 오면 숨
크게 들이쉬고, 입 다물고서
힘 크게 줄게요!"





별똥이가 놀랄까 봐 소리도 한 번 지르지 않고 꾹 힘을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주고 나니 의사선생님의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정신이 아득해져만 갔다. 끝났어, 이제 다 끝났어. 안도의 한숨을 크게 쉬고 나서야 편히 숨을 골랐다.





"보호자분, 와서 탯줄 자르실게요."





"네? 네."





그리고 오빠가 탯줄을 자르고 나서 곧 내 품으로 옮겨지는 별똥이. 응애응애 울음을 터트리는 별똥이의 첫 목소리를 들으니 나도 금세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여진이와 현진이는 곧이어 병원에 도착한 부모님께 맡겨진 상태라 이 자리에는 없었지만 건강한 상태로 만나길 바라며 얼마 남지도 않은 힘을 끌어모아 있는 힘껏 입을 열어 불렀다. 별똥아, 우리 드디어 만났네···.





photo
"아기가 아기를 낳았어···. 우리
여주도 아긴데 별똥이는 더 아기야···."





"오빠 그만 좀 울어···.
나보다 더 우는 건 또 뭐야."





"몰라 눈물이 계속 나와···.
너무 예쁘다 우리 별똥이."





3월 5일 새벽 3시 13분 경 별똥이, 아니 김원진 1세 태어났다.




photo





그렇게 난 입원실로 옮겨졌고 몸이 조금 회복된 이후 산후조리원으로 갔다. 해산물을 잘 먹지도 않는데 한 달 동안 미역국만 죽어라 먹고 있지만 몇 달 동안 또 미역국만 더 먹어야 한단다. 먹고 싶은 건 넘쳐나지만 몸이 회복되어도 수유가 있어서 뭘 하지도 못해 더 서럽고···. 그래도 옆에 원진이가 있어서 괜찮았다.





"오빠, 나 퇴원하고 수유까지
다 마치면 술부터 마실 거야."





"응?"





"그리고 오빤 최소 한 달
동안 술 못 먹게 할 거야."





photo
"··· 아니 왜, 나도 너
때문에 술 끊었잖아."





지금 당장 먹고 싶은 건 그 무엇도 아니라 술. 그것도 맥주. 거의 1년 동안 순한 음식만 먹다 보니 진짜 스님이라도 된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오빠는 동창들 만나러 가서 술에 쩔어 산후조리원에 도착해 별똥이 옆에 있지 못하도록 삼 일 간 격리조치를 당했다. 그래놓고 뭔 술을 끊어?! 내가 버럭 화를 내니 그건 안전하게 출선한 기념으로 친구들한테 자랑하느라 그랬다고 변명하기 바쁘다.





"그, 그리고 여진이가 동생
태어났다고 학교에서 자랑했대."





"지금 말 돌리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거지~"





이미 한 달 정도 지나 4월달이지만 여진이는 원진이가 태어나기 전 3일 전인 3월 2일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첫 초등학교 입학인데 출선 준비가 한창이라 신경을 써주지 못해 미안했다. 그럼에도 학교에 잘 적응하며 친구들에게 자랑도 했다고 하니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병실 문이 열리더니 김태형과 다영 언니가 들어왔다. 그리고는 1인용실이라 좋겠다고 병실을 둘러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시설이 좋긴 하지, 엄청 유난 떠는 남편 때문에···.





photo
"헐 별똥이 완전 귀여워...
근데 형수랑 판박이네."





"이젠 별똥이 아니라 원진이.
근데 그럼 나도 귀여워요?"





"귀엽겠어요?"





김태형 말대로 원진이는 나와 붕어빵이었다. 오빠와 내가 바란 걸 반반씩 닮아 승부는 (?) 결국 무승부가 되었다. 그에 김태형은 다영 언니에게 자길 닮은 아들 어떠냐고 슬쩍 어깨를 감싸왔다. 그리고 예상했던 반응대로 역시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며 김태형을 찰싹 때리는 언니. 기깔나게 잘생기긴 하겠네.





"김석진 이번엔 진짜 네 손으로
직접 키워라, 또 정신 놓지 말고."





"··· 이게 아주 형한테
반말을 밥 먹듯이 해."





"형수한테 잘해. 이번엔 도와달라
해도 안 도와줄 거니까."





오빠는 듣는 체 마는 체하면서도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되는 걸 알기에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소중할 것이다. 물론 나도 여진이, 현진이, 그리고 원진이를 지킴과 동시에 나 자신과 오빠를 절대 놓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말없이 오빠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러자 김태형과 다영 언니는 분위기 파악 후 조용히 병실 밖으로 나갔다.





photo
"여주야, 우리 그럼 이제···."





"··· 응, 나 준비 다 됐어."





"미역국 먹자."





······ 아오.





물론 모든 일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테지만 말이다.











photo











behind





8년 전.





아버지의 사업이 점점 망해가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여주. 평탄하게 살고 있었던 덕에 용돈도 많이 받을 수 있었지만 그것마저 끊겨버려 하는 수 없이 부모님 몰래 고3이라는 나이에 떡집 단기 알바를 하고 있었다.





여주가 일하는 시각은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 단기 알바라 어차피 얼마 안 걸리니 몰래 야자를 째고 오는 탓에 선생님께 한 소리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늦은 시각에 알바를 하는 터라 손님이 적어 틈이 나는 대로 공부를 하던 중, 퇴근 시간에 맞춰 알람이 울려 이미 전에 퇴근한 사장님이 두고 간 열쇠로 문을 잠그려던 찰나 멀리서 어떤 남자가 달려와 그런 여주의 팔을 붙잡았다.





photo
"혹시 여기도 문 닫았어요···?"





"네? 네, 방금요···."





남자는 멀리서 뛰어온 건지 숨을 헉헉 몰아쉬었다. 그리곤 문을 닫았다는 말에 길게 아, 하고 탄식을 내쉬며 연신 마른 세수를 퍼부었다. 그에 여주는 어차피 문제될 것 없으니 아직 괜찮다고 다시 문을 열고서 남자를 들여보냈다.





"저, 혹시 무지개떡이···."





"오른쪽에 보시면 있어요."





"아 그러네···. 계산할게요."





"네, 오천 원입니다."





남자는 '무지개떡'을 발견하곤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아무 생각 없이 계산을 하고 있던 찰나 남자의 차림새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추운 겨울인데도 겉옷 하나 걸치지 않고 빨개진 코와 귀를 하고 있어 매우 추워보였다. 그럼에도 싱글벙글 웃고 있는 게 영 이상해 오지랖 같았지만 무슨 좋은 일이 있냐 물었다.





photo
"아내가 얼마 전에
임신을 했거든요."





"헐 정말요? 축하드려요."





"고마워요. 그래서 무지개떡도 아내가
먹고 싶다고 해서 사러 온 건데 늦은
시간이라 동네 떡집이 다 문을
닫았더라고요. 덕분에 살 수 있었어요."





그래서였구나. 남자는 생각만 해도 좋은지 자꾸만 피식피식 웃음을 흘렸다. 여자아이예요, 이제 겨우 한 달 됐긴 하지만. 보기만 해도 그가 얼마나 행복할지 알 수 있었다. 그에 여주는 옆에 있던 망개떡을 집어 남자에게 내밀었다.





"이것도 가져가세요,
그냥 드릴게요."





"네?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냥 드리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받으세요, 축하할 일이잖아요."





남자는 계속 거절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여주에 마지 못해 망개떡을 받아들었다. 되려 받아줘서 고맙다는 여주에 남자는 그러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기까지 했다. 공짜로 떡을 준 이유는 왠지 모르게 예감이 좋아서였다.





무언가 그 여자아이와 이 남자가 행복했으면 해서. 아프지 않고 그저 행복만 했으면 해서였다. 그렇게 남자는 떡이 들어있는 봉지를 들고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고개를 틀어 여주를 보고 싱긋 웃고는 말했다.





photo
"다시 한번 고마워요.
공부 열심히 해요, 학생."





"네, 밤길 조심하세요."





딸랑, 문이 닫히고 그렇게 남자가 멀어져갔다. 좋은 일을 한 것 같은 기분에 여주는 그 남자가 웃었던 것처럼 픽 웃음을 지었다. 공짜로 떡을 준 탓에 사비에서 돈을 까야 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는 소복소복 쌓여가는 첫눈에 그 남자를 생각하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보라머리네···."


















이번 화에 스포가 있으니 잘 찾아보세요!

이렇게 싱김연이 끝나게 되네요 ㅠㅠ 쓰고 싶던 번외가 있긴 하지만 분량 때문에 뺐습니다! 그건 네블에서 풀거나 마지막 정리글에서 언급하도록 할게요 😊 싱김연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절 알아주시고, 또 과분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곧 업로드될 마지막 정리글에서 뵙도록 하고 10월~11월 사이에 연재할 싱글대디 김석진과 연애하기 시즌2로 만나요! 지금까지 '싱글대디 김석진과 연애하기'를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