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02
殉愛 : 사랑을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침
태현이는 다급히 유화를 찾아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유화를 찾아야한다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 미친듯이 달렸다.
그러나 그의 노력이 무색하게 유화를 찾을때쯤 그녀의 앞으로 걸어가는 연준이를 보았다.

" ...늦었다 "
태현이는 한발 늦어 놓친 타이밍이 아쉬웠다. 그러나 이득고 그 둘 사이에 자신이 끼지 않았음을 감사해했다. 한참 혼자서만 민망하고 어색한 방관자의 기분을 느끼고 싶진 않았다.
둘은 서로를 좋아하고 있고 유화도, 연준이도 뛰쳐나가 듣지 못했지만, 둘은 가문의 화합을 위해 약혼을 해야하니 자신은 방해꾼만 될것이 분명했다.
결국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던 태현이가 선택한 방법은 지금보다 더 멀리 떨어진 나무 뒤로 터덜터덜걸어가 둘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 ...... "
한참을 멍하니 기다리다보니 둘 사이에 감정이 격해졌는지 큰 소리가 오갔다. 슬쩍 바라보니 둘은 싸우는 듯했다. 태현이는 순간 느낀 기쁨에 혐오를 느꼈다. 그는 두 눈을 찡그리며 나무에 몸을 기댔다.
얼마지나지 않아 태현이가 있는 곳으로 연준이가 눈물이 맺힌 두 눈을 비비며 걸어갔다. 연준이가 태현이가 있는 나무까지 다다르자 둘은 눈이 마주쳤다.
" ....... "
" ...... "
연준이가 태현이를 그냥 지나쳐갔고 태현이는 나무에 기댄 몸을 때고 연준이에게 걸어갔다. 연준이는 태현이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한숨을 푹 내쉬더니 뒤를 돌아 태현이를 마주보았다.
" 누나를... 만나고 오시는 길입니까? "
연준이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태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의 눈에 걸린 눈물이 툭하고 떨어졌다. 약해진 연준이의 모습을 보고 놀란 태현이는 고개를 휙 돌렸다.
하필이면 유화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저 멀리서 혼자 웅크린채 어깨를 작게 떨고있는 유화를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낮게 탄식을 했다.

" 어, 보다시피. "
연준이는 피식 웃으며 태현이의 어깨를 두어번 툭, 툭 두드렸다. 연준이가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두드리는 동안 태현이는 눈을 똑바로 뜬 채 연준이를 빤히 응시했다.
" 두분이 무슨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
순수한 궁금증이었다.
" 안보여? 아니면 자랑이라도 하는건가? "

" ... 푸핫, 자랑이라니요. "
연준이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치며 고개를 푹 숙였다. 고개를 숙인 채 깊은 한숨소리를 내는 연준이를 태현이는 고개를 정면을 향하고 시선만 내려 연준이를 바라보았다.
" 완전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지. 멍청한 너의 아가씨 덕분에 우리 사이는 망가졌어. "
연준이의 말에 태현이는 눈쌀을 찌푸리며 맞받아쳤다.

" 아가씨 욕하지 마십시오. 영식께서도 이해하실 수 있는 상황 아니십니까? 그분도 당신처럼 소중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
" 그래, 난 이번 일로 소중한 이를 둘이나 잃었지. "
연준이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 큭큭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 축하해. 내게서 그녀를 다시 되찾은 기분이겠네? "
" 아가씨는 누구의 소유물도 아닙니다. 말 가려서 하십시오. "
'' 내가 왜 말을 가려서 해야하는지 모르겠군. ''
" ..... "
" 이런, 내가 심한 실수를 한 모양이야? "
연준이의 말을 들은 태현이는 그를 죽일듯 노려봤다. 태현이의 눈빛에서 아찔한 살기를 느낀 연준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 날 그리 열정적으로 노려볼 시간에 빨리 너가 그리 그토록 원하는 아가씨에게 가서 위로나 해드려. 펑펑 울고 계시던데. 혹시 알아? 이 일로 아가씨도 너와 같은 마음으로 변할지 "
태현이는 입술을 깨물며 연준이를 노려보았다. 연준이 역시 태현이를 노려보았고 둘 사이에 알 수 없는 기류만 웃돌았다.
" 내가 아가씨를 향한 마음이 어떤 마음인줄 알고? "

" 뻔하지, 너 유화 좋아하잖아. 안그래? 죽으라면 죽을 시늉도 할것처럼 굴더니만. "
태현이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마나를 방출해버렸다. 그 방대한 마나를 막을 마나가 없던 연준이는 그대로 그 마나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러다 죽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뜬금 상식
이 세계는 사람마다 고유한 마나를 가지고 있다.
이를 운용할 수 있냐 없냐의 차이로 나뉜데
태현이는 전자에 속하고 연준이는 후자에 속한다.
보통 후자에 속하는 사람은 마나를 느끼지 못한다.
ps.마나를 쓰지 못하는 연준이가 마나를 느끼는 이유는 의문이다
" 그만 하지? 난 상관 없지만 너희 아가씨가 위험해질텐데? "
그 말을 들은 태현이는 자신의 마나를 다시 흡수했고 연준이는 자신의 옷깃을 정리하며 오늘 하루 두번이나 거지같은 캐플릿 때문에 옷을 두번이나 정리한다며 꿍얼거렸다.
" 안그래 보이는데 꽤나 순애보야. "
연준이는 피식 웃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과거라도 회상하는 듯 말이다.

'' ...약혼 축하드립니다. ''
태현이의 말에 연준이는 멈칫하더니 다시 뒤돌아보며 물었다.

'' 약혼? ''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눈빛과 함께 태현이를 미친놈 보듯 경멸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태현이는 그런 연준이를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자랑이라도 하냐 물으셨죠? "
태현이는 성큼성큼 연준이의 앞으로 걸어갔다. 연준이는 움찔했지만 이내 고개를 꼿꼿하게 피고 그를 마지했다.
" 틀렸습니다. 자랑이 아니라 질투입니다. ''
'' ㄴ, 내가 그녀와 약혼이라도 한다는 소리야? ''
'' 이 이야기를 제가 전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덜 구질구질해보이잖아요. 제가 겁쟁이지 찌질이는 아니거든요 ''

'' ...미친ㅅㄲ ''
연준이는 태현이를 노려보다가 다시 뒤를 돌아걸어갔다. 연준이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태현이는 곧바로 유화에게 달려갔다.

02
殉愛 ; 순애
태현이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유화의 어깨에 살포시 얹었다. 미리 옷에 보온 마법을 걸어둔 덕분에 유화는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 ...돌아가자 "
유화는 위태로운 표정으로 태현이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그 표정이 태현이를 아프게 만들었다. 겨우 눈물을 멈춘 듯한 표정으로 태현이를 바라보던 유화는 결국 눈물을 또다시 흘렸다.
그녀는 태현이를 붙잡았다. 소리 없이 울던 그녀는 꽉 막혀 겨우 나오는 목소리로 애원하듯 간절히 말했다.
" 너까지 사라지지마 "
유화의 그 한마디에 태현이의 심장이 쿵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아가씨는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 사실에 쓸쓸한 패배감을 느꼈다.
물론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지만 자신의 마음과 같은 마음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 하나를 뼈져리게 느꼈다.
자신의 순애(殉愛 :사랑을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침 )는 유화의 것이었지만 유화의 순애(純愛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 )는 오직 연준이의 것이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지금 그녀의 곁에 있는건 자신이고 뒤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 그는 유화를 잃을까봐 두려운 겁쟁이지 유화의 발목을 붙잡는 찌질이가 아니였다.
" 응,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게 "
" 안아줘 "
태현이는 한쪽 무릎을 꿇고 유화를 올려다보았다.

'' ...응 ''
그리고 유화를 따스히 감싸안아주며 토닥여주었다. 유화는 그런 태현이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 후계자는 휴닝이가 되겠지? "
" ...누나가 될거야. 누나의 자리니까 "
" 과연 그럴까? 너 언니가 그 늙은 영감탱이와 약혼한 이유가 뭔지 알아? 후계자인 언니를 팔아 치워버리면서 그 돈밖에 없는 늙은 영감에게 거액의 돈을 받아먹을 생각이겠지. 결혼 지참금으로 말이야! 가문도 퍽 괜찮으니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했겠지. "

감정이 격해진 유화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그 분노에 못이겨 소리를 질렀다. 그런 유화를 보고만 있을 수 없던 태현이는 유화를 더 꽉 안아주며 그녀를 다독여주었다.
" 걱정마. 내가 막을게. 뭐가 되었든지간에 내가 전부 다 막을게. "
" 너조차 지치면? 그래서 더이상 날 지켜주지 못하겠다면? "
유화의 말에 태현이는 움찔했다. 유화의 말에 마치 자신은 지칠게 분명하다는 것이 숨어있었기에 그녀가 얼마나 힘든지 눈치챌 수 있었다.
" 그때가 온다면 내가 누나를 데리고 도망칠게. ''
유화를 꽉 안고 있던 태현이는 천천히 힘을 풀고 그녀의 양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유화를 마주보며 눈높이를 마추었다.
'' 그곳이 어디든 내가 보호해줄테니까. 그냥 내 곁에만 있어줘. ''
말을 이어가던 태현이는 한쪽 무릎을 꿇고 유화의 손에 입을 마추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자신의 이마에 대었다. 기사가 주인에게 복종할때 쓰는 일종에 기사의 약식 맹세였다.
'' 당신의 행복이 제 유일한 행복이 될테니, 부디 행복만 해주세요. "
" 너의 모든걸 버려서라도? "

" 네, 제 모든걸 바쳐서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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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순애를 한자로 적는게 로판에서는 안어울릴거라 생각했는데 이번화 제목이랑 너무 찰떡이어서 결정햇습니다! 사실 이전 소제목은 <영원의 맹세>라는 다소 유치 뽀롱짝한 제목이었는데요...! 그냥 맹세로 했어도 이뻤을거 같네요🤗
연준이가 첫사랑인 유화에겐 순애가 순수하고 깨끗하다는 뜻으로 한자 '순수할 순'자에 '사랑 애'인 순수한 사랑 이지만 호위기사로 유화의 곁을 지킨 태현이에게 있어서 순애는 사랑을 위해 모든걸 바친다는 뜻으로 '따라죽을 순'자에 '사랑 애'인 사랑을 위한 순교가 너무 찰떡이어서 정했어요!
좀 집착의 시작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흐하 빨리 여기까지 달려가고 싶네요)) 사실 집착은 이 둘의 관계가 아니라능 놀라운 슾오 하나 던지면서 길고긴 사담아닌 사담을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