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 속 딜레마

17. 뒤틀림 (3)

Gravatar

17. 뒤틀림 (3)


말랑공 씀.




   지민에게 무언가를 하려는 우윤이 너무나도 신경쓰여 태형은 빠른 걸음으로 술집에 돌아갔다. 아까보다 급격하게 어두워진 밤, 주변이 온통 새카매서일까 불이 켜진 술집이 어쩐지 별빛처럼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렇게 태형이 술집 안으로 들어선 순간 우윤이 지민에게 계속 술을 권하고 있고, 지민은 마지못해 계속 마시며 취기가 올라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태형은 이럴 속셈이었구나, 라고 생각하며 지민에게 다가갔다. 태형이가 우윤이 건네는 술을 가로채려고 하기 전에 누군가가 그 술잔을 먼저 가로채곤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 누군가는 술을 원샷하고는 테이블에 쾅,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은 뒤 말했다.


   “선배, 이렇게 술을 강요하시면 안 되죠. 곤란해하고 있잖아요.”


   기억력이 매우 좋았던 태형은 그 누군가를 보고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방금 전 골목길에서 우윤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듯 협박하던, 밤하늘처럼 시커먼 머리칼을 가진, 뿌연 담배 연기에 둘러싸였던 그녀라는 것을. 태형은 여기에서 저 둘이 짜고 치는 판이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그러나 태형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나서기가 두렵기도 했고, 괜히 판을 크게 벌리고 싶지도 않아 애써 외면하며 침묵했다. 태형은 그때까지는 몰랐을 것이다. 그녀가 정수연이었다는 것을, 지민이가 그런 정수연에게 푹 빠져버리게 될 거라는 것을.




***




   과거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온 태형. 지민은 그 모든 게 정수연의 계획이었다는 것이 믿기지도 않고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지금… 그 이야기를 나보고 믿으라는 소리야?”


   “지민아, 진정하고 내 얘기를 들어 봐. 정말 정수연이 다 계획했던 거였어. 그때 그 신우윤 선배가 술을 계속 강요하고 했던 것까지 전부. 내 말 좀 믿어 줘, 지민아.”


   “……거짓말. 넌 평소에도 수연이를 아니꼽게 봤잖아. 그리고… 그랬으면 뭐 어때. 수연이가 그만큼 나랑 친해지고 싶었다는 거겠지. 안 그래?”


   “지민아. 넌 지금 정수연한테 너무 빠져서 정상적인 사고를 못 하고 있어. 너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고 그거 때문에 너 엄청 힘들었었잖아.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리고 정수연은 그때 신우윤 선배 약점을 가지고 협박하고 있었어. 이것도 정말 소름 돋지 않아?”


   ㅡ쾅.


   지민은 양손으로 테이블을 세게 내리치며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머릿속이 복잡해 제발 조용히 하라는 의미였다. 태형은 처음 보는 지민이의 모습에 정수연이 원망스럽기도, 괜히 말했나 후회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태형은 이들의 관계가 너무나도 비정상적이라고 생각되어 정수연을 좋아하는 지민을 말리고 싶었다. 지민은 그런 태형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자리에서 그렇게 일어나자마자 제 짐을 챙기고는 밖으로 나갔다. 태형은 그런 지민을 붙잡지 못 했고, 그저 지민을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어, 박지민… 같이 가…!”


   꽤 멀리서 정수연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윤기는 지민과 태형의 상황을 몰랐기에 갑자기 밖으로 나간 지민에 영문을 모른 채 같이 가자며 서둘러 짐을 챙겨 지민을 따라 나갔다. 정수연 또한 꽤 멀리 있어서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몰랐다.


   “김태형. 무슨 말을 했길래 지민이가 저렇게 나가.”


   “너 때문이잖아.”


   “왜 나 때문인데? 난 저 멀리서 윤기 선배랑 대화하고 있었어. 내가 뭘 했다고 나 때문이래?”


   “신입생 환영회 때. 너 그때 전부 계획하고 지민한테 다가간 거지?”


   “흠, 글쎄? 난 기억이 잘 나질 않는데.”


   누가 봐도 모르는 척하며 비아냥거리듯 웃는 정수연이 역겨웠던 태형은 그녀의 멱살을 확 틀어쥐었다.


   “시치미 떼지 마. 그때 골목에서 신우윤 선배 약점 잡아놓고 협박하는 거 다 들었어.


   “하하, 너 기억력도 되게 좋다. 그걸 다 기억하고 있었네?”


   “왜 그랬어? 왜 그렇게까지 해서 지민이한테 다가간 거야?”


   “그냥. 웃는 게 예쁘더라구. 뭐 큰 이유가 있어야 하나?”


   “넌 진짜……”


   그 무렵 태형이의 머릿속에서 정수연에 관한 어느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아주 꽤 오래된 일임에도 제법 충격적이었어서, 무엇보다도 태형은 기억력이 매우 좋기에. 그러나 이 기억이 맞는지 확신이 들진 않아서 태형은 떠보듯 정수연에게 질문을 하나를 던졌다.


Gravatar

   “왜, 박지민도 너처럼 사랑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난 애로 보여서 동정심이라도 느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