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 도착했지만, 달라진 것들은 없었다. 내가 얼마나 비참한지, 무슨 일이 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였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의 운명이니까. 하지만, 그 사람들의 잘못은 없는데 그래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출근을 하자마자, 휴대폰을 들어올려 문자를 하나 보냈다. 몇 안되는 친구 중 둘에게. 퇴근 끝나고 술 마시자고.
하필이면 그는 나와 같은 부서였다. 나는 팀장이지만, 그는 정규 직원이였다. 입사한지 9개월 정도 됐었던가. 이제는 남이니 존칭을 써야한다.
" 지민씨, 송예원 작가님 신작 원고 매출량 정리 부탁해요. "
" .. 네. "
왜 너가 미간을 좁히는지 모르겠다. 정작 지금 당장 화내도 모자랄 사람은 나인데. 왜 날 보며 그런 표정을 짓는지, 목소리는 왜 그런지. 지금 당장 붙잡고선 묻고싶다. 하지만 부사장의 호출로 그러지 못했다.
" .. 이걸 지금 기획안이라고 내놓은 겁니까? "
평소 깐깐하기로 소문난 부사장은 작은 것 가지고 트집잡기로 유명하다. 정말 꼰대 of 꼰대. 뭐, 꼰대세요? 한 마디 못하는 이유는 그 말 한번 했던 선배가 일자리에서 잘린 일도 있었기 때문. 빽이 있는 거 아니냐고 소문이 났었지만 현재는 잠잠해진 상태다.
" 누구한테 맡겼습니까? 이 기획안. "
" .. 박지민 사원이요. "
" 지금 당장 박지민 사원 불러서 내 앞으로 오세요. "
누가 꼰대 아니랄까봐. 아젠 나까지 야단맞게 생겼다. 분명 기획안엔 문제가 없는데, 너가 트집 잡힐 일을 만들었건 게 아닐까 싶다. 그것도 하필 너가.
" .. 하아, 지민씨 미안한데 같이 가주셔야겠네요. "
나의 말에 너가 미간을 좁혔다. 아마도 이혼 얘기 인 줄 아나본데, 그 꼰대 부사장 호출이라 나도 어쩔 수 없이 오는거다. 이혼 ㅇ캐기라면 나도 지긋지긋하게 울고 되뇌었으니까.
" 부사장님 호출입니다. "
" 아.. 알겠습니다, .. "
뒤에 무슨 말 하려는 것 같지만 이내 멈춰버려서, 그냥 앞장서 걸었다. 어차피 남인데, 사적인 이야기가 필요한가.

" .. 이걸 박지민 사원이 썼다고요? "
" 네. "
" 도대체 9개월 동안 뭘 한겁니까? 그동안 배운 게 없나? 아니면 머리가 못 따라갈 수준인가? "
그가 도착하기 무섭게, 망언을 늘어놓는 부사장. 정말, 이래놓고 아직 안 잘린 게 더 놀라울 정도다. 이 이야기 언제 끝날지 모른다. 그 말은 즉슨 내가 야근 할 기회가 늘어난다는 것. 나는 잠깐의 말이 끊기는 타임을 파고들어 너의 앞에 섰다.
" 죄송합니다 부사장님. 저희 팀원들을 챙기지 못한 지 불찰입니다. "
"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먼저 점심 식사를 하시며 열을 식히시는 건 어떨까요? "
나의 말에 큼, 하고 헛기침을 하며 너에게 아니꼬운 시선을 던지고, 뒷짐을 지며 부사장실을 나가는 부사장. 정말, 저 사람을 대체할 말은 꼰대 이외엔 없을 것이다.
.. ( 눈치 눈치 ) ㄱ.. 그게 ㅅ.. 사정이 있.. 어서.. 늦엇..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