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원― 가원(家園)

[보넥도 빙의글/ 나페스] 은하원-가원(家園) 3화 : 7일

문제될 시 삭제, 아티스트 비하 의도 없습니다.

 

모든 내용은 현실과 무관합니다.

< bgm 과 함께 보시면 몰입감이 좋습니다.>

 

 

 


 

이한 "쉿 하나야, 나야"

이한이었다.

이한은 내 입을 막은 채 그대로 나를 끌어당겨 바위 뒤로 엎드렸다. 

진흙이 뺨에 닿았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그 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들릴 것만 같았다.

 

손전등 불빛이 숲을 훑었다.

나무 기둥, 덤불, 우리가 숨은 바위 바로 위

하얀 빛이 머리카락 한 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원장 "짐승이겠지요"

낮고, 아무 감정이 없는

원장 선생님의 목소리였다. 

원장 "요즘 북쪽에 노루가 자주 내려오니까"

 

윤 선생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철벅, 철벅

 젖은 흙을 밟는 소리가 한 걸음씩, 바위 쪽으로

이한의 손이 내 손목을 꽉 쥐었다.

떨리고 있었다 이한도

 

발소리가 바위 바로 앞에서 멈췄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빗물이 목덜미를 타고 흘렀다. 

일 초가 한 시간 같았다.

 

원장 "윤 선생"

원장 선생님이 불렀다.

원장 "배 시간입니다"

 

한참 뒤에야 발소리가 멀어졌다.

손전등 불빛이 숲 바깥으로 작아지다가, 사라졌다.

이한 "지금이야"

이한이 속삭였다. 

 

우리는 허리를 숙인 채 반대 방향으로 기었다. 

젖은 덤불이 팔을 할퀴었다.

나뭇가지가 소맷부리에 걸려 손목을 긁고 지나갔지만,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몰랐다. 

그 나뭇가지 끝에, 별 모양 매듭 팔찌가 걸려 남았다는 걸

 


 

이한이 나를 끌고 간 곳은 기숙사 뒤편 낡은 장작 창고였다.

문을 닫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나는 장작더미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았다. 

그제야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추워서가 아니었다.

 

하나 "유리 언니가… 살려달라고…."

 

말이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이한은 내 앞에 쪼그려 앉아 젖은 앞머리를 넘겨주었다. 

평소처럼 조용한 얼굴이었는데, 눈가가 붉었다.

이한 "알아 나도 들었어"

하나 "너 왜 거기 있었어?"

이한은 잠깐 말이 없었다. 

 

창고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만 가득했다.

이한 "이 년 전에도 봤으니까"

나는 숨을 멈췄다.

 

이한 "이 년 전 졸업식 날 그때도 비가 왔어  그냥 선배 배웅하고 싶어서 몰래 따라갔는데… 

그 문이 있었고 선배가 들어갔어"

이한의 목소리가 아주 작게 갈라졌다.

이한 "그때도 똑같았어, 오늘이랑 똑같이"

 

 

하나 "그럼 왜, 왜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

이한 "말했어"

이한이 고개를 들었다.

이한 "재현이 형한테 그날 밤에 전부 말했어

형이 내 말 믿어줬고, 같이 방법을 찾자고 했어"

하나 "근데…?"

이한 "다음 날 아침,  다시 물어봤는데 형이 웃더라"

창고 안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

이한 "꿈 꿨냐라고 하면서, 다른건 다 기억하면서 그 얘기만 기억을 못해"

 

나는 교복 안주머니를 움켜쥐었다.

젖은 종이가 손끝에 만져졌다. 

유리 '하나야 월명차 마시지 마'

이한 "그때부터 나는 안 마셔 마시는 척하고, 화분에 버려"

 

이한이 내 눈을 똑바로 봤다.

이한 "너도 마시지 마 아니면 내일 아침엔 너도 오늘 본 게 흐릿하게 돼"

이한 "그리고 오늘은 먼저 들어가 그 얼굴로 식당 가면 다 들켜"

 

나는 젖은 교복 그대로 뒷문으로 기숙사에 들어갔다.
저녁 종이 울렸지만 내려가지 않았다.
문 너머로 운학이 누나 어디 아프냐고 묻는 소리가 들렸다.
열이 좀 난다고만 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이불 속에서 입을 틀어막았다.

그날 밤, 나는 오래 잠들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유리 언니의 목소리만 들렸다.
창밖이 희미하게 밝아올 무렵에야 겨우 눈이 감겼다.

새벽 무렵이었다.
복도 끝에서 삐걱 소리가 났다.
나무 계단이 밟히는 소리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누군가 아주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비가 내렸다.

식당은 평소처럼 시끄러웠다.
운학은 다시 내 방문을 벌컥 열었고, 성호는 반찬 투정을 했다.

 

식탁마다 잔이 놓여 있었다.
졸업식 다음 날 아침엔 늘 월명차가 한 번 더 나왔다.


어제 다들 마음이 허전했을 거라고, 윤 선생님은 매년 그렇게 말했다.
꿀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그저께까지 하루 중 제일 좋아하던 냄새였다.

운학이 잔을 비우며 웃었다.
성호가 한 잔 더 달라고 손을 들었다.


재현도, 태산도, 리우도
다들 아무렇지 않게 마셨다.

나는 잔을 두 손으로 감싼 채 가만히 있었다.
창가 화분까지는 세 걸음
윤 선생님은 주전자를 들고 식탁 사이를 천천히 돌고 있었다.

 

운학 "누나 안 마셔?"


옆자리 운학이 내 잔을 들여다봤다.
운학 "어제 아파서 저녁도 안 먹었잖아 이거라도 마셔"


하나 “…너무 뜨거워서”


운학 "그럼 내가 먹어줄까?"


운학이 장난스럽게 손을 뻗었다.


나도 모르게 잔을 끌어당겼다.


운학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입을 삐죽였다.


운학 "치사해"

그 사이 윤 선생님이 우리 식탁 앞에 와 있었다.
윤 선생님 "하나야 열은 좀 내렸니?"


하나 "네 괜찮아요"


윤 선생님 "그래 따뜻할 때 마시렴 그래야 낫지"


선생님은 웃으며 지나갔다.


그런데 주전자를 든 손이 아주 잠깐 내 잔 위에서 멈췄던 것 같았다.

선생님이 주방 쪽으로 돌아선 순간
나는 창가 화분 쪽으로 몸을 돌리고, 아무도 모르게 잔을 기울여 차를 버렸다. 

건너편에서 이한이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식당 문이 다시 열렸다.
주방에 들어간 줄 알았던 윤 선생님이었다.

식당이 조용해졌다.
선생님은 천천히 우리 식탁 사이를 걸어오더니, 맨 앞 식탁 위에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탁
젖은 흙이 묻은, 별 모양 매듭 팔찌


나는 반사적으로 내 손목을 쥐었다.
비어 있었다.

윤 선생님 "오늘 새벽, 북쪽 숲에서 이걸 주웠다"
윤 선생님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언제나처럼
윤 선생님 "유리가 아끼던 건데, 떠나기 전에 잃어버렸나 보구나"

 "혹시 누가 숲에 갔다가 떨어뜨린 건 아니겠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선생님의 눈이 식탁을 한 줄씩 훑었다.
재현, 성호, 태산, 리우, 운학, 이한
그리고 나


선생님의 눈이 아주 잠깐, 내 위에서 멈췄다.
윤 선생님 "그래 그럼 됐다"
선생님은 웃었다.

그리고 손뼉을 한 번 쳤다.


윤 선생님 "좋은 소식이 있다
올해는 특별히, 졸업이 한 번 더 있을 거다"
식당이 술렁였다.
누군가 환호했다.


운학이 내 팔을 흔들며 "누나, 우리 중에 누가 될까?" 하고 들떠 물었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윤 선생님 "추가 졸업식은 7일 뒤다."


안녕하세요 히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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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타에서 먼저 연재를 하다보니 팬플러스는 좀 더 늦게 올리게 되네요ㅠ

빠르게 해보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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