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동화
♧환상동화_02♧

•햇살•
2021.08.22조회수 11
길었던 입맞춤을 하던중 오랜 기간 봐온 그에게서 다른 향기가 느껴졌다. 분명 내가 좋아하는 벚꽃향기를 두르고 있었는데 입을 맞추니 내가 알던 그 만의 향과는 다른, 낯선 향기가 입 주변을 맴돈다.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힘있게 올린 머리와 단정하게 차려입은 점장 아무리봐도 어제와 달라진 건 없었다. 분명 그랬다.
하지만 무언가 달랐다. 평소처럼 말끔하게 차려입었고 늘 뿌리던 내가 좋아하는 향수를 뿌렸지만 어딘가 뭐르게 달라진 부분이 있었다. 벛꽃향 향수만이 아닌, 주로 여자들이 뿌리는 장미 향수의 향이 섞여서 난달까? 빤히 쳐다보며 골똘히 생각을 하는 도중 그는 내 시선이 불편했는지 목을 가다듬으며 회사를 다녀오겠다고 한다.
그가 바람을 핀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확한 증거 없는 심증이었기에 순순히 그를 보내줬다. 장미 향수는 내가 뿌리기도 하는거니까 전에 내 향수냄새가 배인 것일 수도 있었으니까. 물론 장미의 향이 미세하게 다르긴 했다. 신경쓰진 않았다. 그냥, 그냥 그랬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책을 읽고 있는데 손님이 들어왔다. 며칠 전 부터 이곳을 찾아오던 고등학생이었다. 그 아이는 여느때처럼 창가자리에 자리를 잡고 내 눈치를 보며 책을 고른다. 고등학생이 아침부터 도서관을 오는게 신기해서 잠깐 지켜봤던 행동이 여간 당황스러웠던게 아니었나보다. 하긴 나 같아도 내가 이곳에 있는게 맘에 들지 않는가 생각을 하며 눈치를 봤을 테니까 나는 괜찮다는 식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아직 책 초반 부분이라 그런지 흥미는 있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의 허점을 숨기기 위해서 재미없는 부분을 중간으로 보내고 초반과 끝을 재미있게 쓰니 초반이 재미있다고 이 작가가 글을 잘 쓴다고 칭찬을 할 순 없었다. 아무튼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보니 벌써 12시가 지나고 있었다. 근데 어째서인지 그 학생은 아직도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오늘이 주말인 줄 알고 달력을 바라봤지만 오늘은 수요일이었다. 그래서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 학생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학교 안 가는거야?"
그 아이는 흠칫 놀라더니 나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내가 민망스러워서 뒷머리를 긁적이자 학생은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땠다.
"오늘 개교기념일이래요"
"아...근데 왜 교복입고 있는거야?"
"학교 가는 날인줄 알고 있었어요..."
사실 날라리라서 학교 무단결석을 하려는 줄 알았다. 근데 개교기념일이었다니...게다가 오늘 학교 가는 줄 알고 교복까지 입고 학교갈 생각으로 나왔다니... 그래서 너무 귀여운 나머지 웃어댔더니 아이는 귀가 빨개져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래서 앉아있는 그 아이의 키에 맞춰주기 위해서 쭈그려 앉아 아이를 바라봤다. 그러자 고개를 들고 나와 눈을 마주치는 아이였다.
너무 예뻤다. 지금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 밖에 못 봐서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 했는데 콩알 같은 머리와 반짝거리는 눈동자, 동글동글한 콧망울, 매력적인 입술까지 박물관에서 조각상이 탈출했다는게 무슨 소린지 이 아이의 얼굴을 보고 이해가 됐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이름을 물어봤다.
"이름이...뭐야?"
"이대휘요..."
"대휘? 대휘야 너 혹시 우리 도서관에서 알바할 생각 없어? 알바생이 필요한데"
"네...? 알바요?"
오늘의 난 좀 이상했다. 오늘 처음 말을 걸어본 아이에게 도서관에서 알바 할 생각 없냐 물어보고, 남친을 의심하고. 생각해보면 웅이에게서 약간의 장미향수 향이 났던건 오늘 만이 아니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