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위하여

02






이 글은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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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오피스텔 앞에서 무작정 연준을 찾아갔다. 불이 꺼진 창문을 보니
아직 귀가 전인 듯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수빈 앞에
섰다. 그리고 운전석에서 내려 전화도 없이 웬 일이냐며 반기는 연준. 잠시
수빈의 표정을 본 연준은 알겠는지 체념한 듯 다가갔다.









"최연준, 네가 어떻게..!!"








"저기 수빈아.. 내 얘기 좀.."









퍽ㅡ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수빈이 연준의 얼굴에 주먹을 내려쳤다.
중심을 잃어 휘청거렸지만 곧 자세를 고쳐 잡았다.







"평생 행복하게 해준다고 하더니! 그래서 다 포기하고 너한테 보냈잖아!
여주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기나 해?"







"...."








"적어도 그런 쓰레기 같은 짓은 하지 말았어야지!!
내가.. 내가.. 여주를 잊으려고 무슨 짓까지 했는지 잘 알잖아
그럼 나 보란 듯이 잘 살았어야지, 여주 불쌍해서 어떡해 "








수빈이가 이렇게 화내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웬만해선 화를 내지 않는데
목이 메어 수빈이 눈가가 촉촉해지고 이런 상황이 싫다는 듯 머릴 부여잡는다.
답답한 듯 넥타이를 풀어헤치는 연준. 분위기는 어둡기만 했다. 사실 여주가
그렇게 나가버리고 따라가려 했지만 그 여자가 내 발목을 잡았다. 내 아이를
지켜주라는 말만 할 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괴로웠다. 난 그날 술에
잔뜩 취해 아무 기억도 없는데 내 아이를 임신했다니. 그리고 그 여자는 부모님이

마음에 들어하는 T기업의 외손녀였다. 어떻게든 꼭 사돈을 맺어야만 하는
그런 관계 말이다. 여주에게 몹쓸 짓을 하고 말았다. 도통 진심을 전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수빈이가 있어서 마음이 놓이는 건 사실이다. 나보다
그녀를 더 행복하게 할 거란 걸.. 연준의 변명을 듣기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는
수빈이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고 파혼 이유를 들은 수빈이 더 복잡해졌다








" 이게 무슨 뚱단지같은 소리야? 여주 몰래 2년 동안 만난 거 아니었어?"







" 아니야 그 여자가 날 따라다닌 거야 사실 그 강혜원이란 여자 T기업
외손녀야 우리 회사와 각별한 사이라고 가족 모임 장소에서 몇 번 본 게
다였어 말하자면 긴데 부모님이 강해원을 아주 마음에 들어하고 계셔
임신 소식 알고 결혼을 서두르더라고 하아"







"그럼 임신은 뭔데? 그 여자가 거짓말이라도 했다는 거야?"







"그러니까 거짓말이라면 좋겠어 근데 기억이 안 나 그날 술에 잔뜩 취해서.."










연준이 답답함에 마른세수를 하고 기가 막히는 수빈이다. 헛웃음을 하며
그게 지금 말이 되냐며 언성을 높였다. 여주에게는 아무 소리 말아 달라고
부탁한 연준이는 오피스텔로 들어갔다. 수빈이 쥔 주먹이 다시 한번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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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은 퇴근하자마자 여주의 집으로 출근했다. 오지 말라고 수없이 얘기했지만
소용없었다.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드나들면 오해하기 쉬운데 오해받아도
상관없댄다. 그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거의 포기 수준인 여주다. 어두운
집안이 점차 밝아지는 게 느껴졌다. 몇 달이 지났지만 이별이란 단어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여주 앞에서 하루 종일 재잘거리는 수빈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잘자 여주야, 내일 또 올게"












침실 스탠드만 밝히고 모든 불을 끄고 여주의 집을 나가는 수빈이었다.
현관문이 닫히고 한숨을 쉬며 문에 기대 한참이나 있었다. 모두가 잠든 깊은
새벽, 여주의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는 연준. 예전보다 깡마른 몸
핏기 없는 얼굴, 울다 지쳐 잠이 든 여주를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다.
내가 널 두고.. 나 진짜 쓰레기네. 어이없는 미소를 짓고 여주의 뺨을 부드럽게

만지며 어느새 눈가는 촉촉해지고 눈물이 한두 방울씩 얼굴 위로 떨어지고
이상한 느낌이 든 여주는 미간을 좁히며 수빈이? 아직 안 갔나라고 속으로
생각할 때 연준과 눈이 마주치고 동공이 커져 지금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상황 판단이 안 됐다. 눈을 비벼 봐도 저 앞에 연준이가 있다. 미세하게 떠는
손으로 연준의 얼굴을 만진다. 둘은 아무 말 없이 애달프게 쳐다보기만 할 뿐
연준의 얼굴에 머물러 있던 여주의 손을 감싸며 그 눈물은 여주의 손에 떨어진다. 여주가 연준을 품에 안는다. 그러자 연준은 여주의 허리를 팔로 감아 흐느낀다.











" ㅁ..미안해 여주야 미안해 "











" ....ㄱ가지마 연준아.."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막상 못되게 굴지도 못했다. 한참을 끌어안고 울었다.
나 용서하지마 여주야 .. 연준의 목소리도 떨렸다. 이렇게 둘은 완전히 끝이 났다. 단단할 것만 같았던 8년이란 시간은 찢겨진 종이마냥 허무하게 흩어져 버렸다.
눈물을 흘린 채 눈을 뜬 여주는 화들짝 놀라며 연준을 찾았다. 아직 연준의

온기가 남아 있는데 정말 꿈이었어? 아니야 꿈일 리가 없어. 눈물은 볼을 타고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는 여주다. 수빈이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말이다. 수빈은 안타까운 마음에 언성을 높인다.











"여주야 나 봐 봐"









" ㅅ.수빈아 연준이.. 연준이가.. 왔었어"










"최연준 얘기 꺼내지 않기로 했잖아 제발 여주야!"










"보고 싶어 연준이가 보고 싶단 말이야!"












목 놓아 펑펑 우는 여주, 큰소리 내서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여주야 라며
자책하는 수빈, 수빈이 품에 안겨 우는 여주.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이 시간만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내가 네 사랑이 되지 못해도 괜찮다고
여주가 행복하기만을 빌 것이다. 한 달이 지났다. 11월 끝자락 제법 추워진

날씨였다. 덤덤히 일상생활을 하는 여주였다. 퇴근 후 혼자가 아닌 여주 옆에
같은 부서 후배인 범규가 있었다. 저녁식사는 생략하고 그 둘은 프라이빗한
술집으로 향했다. 아 하필 연준이 자주 가던 술집임을 확인한 여주는 눈동자가
흔들렸다.











" 선배 괜찮아요?"











" 응 괜찮아요 잠깐 어지러웠을 뿐이야"










" 그냥.. 갈까요?"










"아니 들어가요"











초저녁인데도 불구하고 가게는 거의 만석이었다. 벌써부터 기가 빨리는 여주
그런 여주의 눈치를 살피는 범규다. 구석자리에 안내받아 마주 보며 앉았다.
술 사 달라고 졸라서 오긴 했다만 혹시라도 연준이 마주칠까 봐 여기저기
살피는 여주다. 그런 반면에 범규는 끊임없이 얘길 하고 여주를 웃게 했다.
도통 웃지를 않던 여주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자 범규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술을 잘 못하는 여주는 안주 없이 술만 홀짝거렸고 여주에게 맞춰
술을 마시는 범규. 그리고 조금씩 어두워지는 여주 얼굴이 신경 쓰인다.
여주의 눈동자는 연준을 응시했다. 표정이 어둡고 거칠어진 얼굴이다.
여주의 시선을 따라가자 여주와 결혼할 연준이 보인다. 범규는 갸우뚱했다.

범규는 파혼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연준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여주는 저도 모르게 주량을 넘어서 마셨다. 범규가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 선배 왜 이렇게 많이 마셔요?"













" ....."















결국 눈물샘이 터져버린 건지 울고 있는 여주였다. 파혼했다고 어떻게 말해
여주 휴대폰이 여러 번 울렸지만 취한 여주는 받을 수 없었다. 발신자는 수빈

몇 번을 무시했지만 계속 오는 전화에 안 받을 수가 없어서 범규가 한참을
망설이다 어쩔 수 없이 받았다. 입을 떼기도 전에 수빈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정한 목소리에 미간이 좁혀지는 범규













📞 여주야 어디야? 집에도 없고











" ...."












📞 여주야 듣고 있어?












" 어. 여주선배 저랑 같이 있는데요?"












곧 낯선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니 신경이 곤두섰다. 여주선배? 회사 동료인가?













📞 ㄱ.. 거기 어디에요?














" 여기 모아동 사거리 모아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끊겨 버린 전화. 뭐야 이 사람 진짜 오는 건가
내가 데려다줘도 되는데 이곳에 연준이 아닌 다른 남자가 온다니
이게 무슨 상황인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어둡고 시끄러운 술집으로

들어온 수빈은 눈동자를 굴려 술에 취해 엎드려 있는 여주를 발견하며
부축였고 수빈에게 기대어 축 늘어진다. 범규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뭔지 모를 오묘한 기분을 느낀 둘이다.















"여주야 정신 차려 봐"











" ..헤헤 수비니다! 근데 수비나 나 졸..려 "











" 초면에 죄송하지만 가방 좀 들고 나와주실래요?"












"아 네네"













또 울었나 보다 얼굴에 눈물자국이 묻어있는 걸 보니 여주를 가뿐하게 업은
수빈 얼떨결에 여주의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다행히 연준은 보이지
않았다. 술집 앞에 주차되어 있던 앞문을 열어 조수석에 조심히 여주를 태우고

범규에게 여주 술친구 되어줘서 고맙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남기고 떠난
수빈이었다. 한참을 멍때리다 저 손에 들려있던 여주의 가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 가방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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