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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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미간을 좁히며 눈을 떴다. 상체를 일으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분명한 건 내 방이었다. 어? 나 어떻게 들어왔지? 분명 범규 씨랑 술 마신 것까지
기억나는데 집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안 나. 어제 일을 기억해 보려 머리를
굴려 보지만 생각이 날 리가 없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내 가방이 통째로 없다
휴대폰까지도 말이다. 뭐지? 그렇게 멘탈이 나간 채로 멍 때리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리며 엄마가 들어오는 줄 알았지만 엄마가 아닌 수빈이었다
응? 네가 내 집에 왜 있어? 으이구 서여주, 꿀물이나 마셔. 내 앞에 꿀물이
든 컵을 건네준다. 마시고 해장하게. 나와라며 방에서 나가는 수빈이 잠깐
이거 꿈 아니지? 꿀물을 원샷한 뒤 조금은 민망한 채 주방으로 갔다
배달음식은 언제 시킨 건지 해장국이 떡하니 식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 나 요리 못하는 거 알지? 그래서 제일 맛있는 집에서 해장국 주문했어"
" 어어 엄마는?"
" 아, 어머니는 이모님 만나러 나가신다고 한 시간 전에 외출하셨어"
"수빈아 너 우리 집에서 잔 거야?"
" 응 어머니 안 계신 줄 알고 들어갔는데 나와 계시더라?
너 업고 있는 것까지 다 보셨어. 시간이 늦어서 자고 가라 하셨어"
" 아.. 미안. 당분간 집에 계실 거야"
" 그리고 옷은 내가 갈아입힌 거 아니니까 걱정 마. 크흠"
" 어, 오해 안 해;; 잘 먹을게 수빈아"
" 응 얼른 먹어. 식겠다"(여주에게 수저를 쥐어준다)
말없이 해장국을 먹었다. 오 진짜 맛있다. 그치? 네가 좋아할 줄 알았어 라며
예쁘게 웃는 널 보니 내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그렇게 웃는 거 오랜만이네
나이를 먹으니 이게 주책인가. 왜 코끝이 찡해지지. 헛기침을 하며 다시
밥을 먹었다
" 여주야 다음엔 내가 너 술친구 해줄게. 모르는 남자랑 마시지 마"
" 아, 범규 씨 내 후배야. 걱정하지 마"
" 네 전화를 그 분이 받길래 어디냐 그래서 물어봤더니 모아술집이래서
" 당장 너한테 달려갔지. 근데 넌 취해서 테이블에 엎드려 있지
" 나는 너 업고 그 분도 가방까지 들고 따라 나온 거.. 아! 가방!"
아.. 갑자기 내 얼굴이 화끈해지기 시작했다. 민망함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왜 하필 꼭 이럴 때 생각이 나냐고. 수빈이는 가방 그분이 가지고 있을 거라면서
전화해 보라며 자기 휴대폰을 건넸고 내 폰번호를 눌렀더니 여주♡라고
저장되어 있었다. 길고 긴 신호음 끝에 낮은 저음으로 전화 받는 범규
괜히 미안해지는 여주 목을 가다듬는다
📞 네, 여보세요,
" 아 범규 씨 나 서여주예요!"
📞 아 선배 안녕하세요. 술 많이 드신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 네? 아 괜찮아요. 혹시 제 가방.. 가지고 있죠?"
📞.. 아, 네. 제가 가지고 있어서 어떻게 돌려드려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죄송해요. 가방을 바로 드렸어야 했는데
저도 깜박해서
" 아니 괜찮아요. 급한 거 아니니까
월요일에 회사 제 책상 위에 올려두세요"
📞 네 알겠습니다
"그럼 월요일에 뵐게요"
통화를 마친 범규는 어제 여주를 업은 남자를 몹시 궁금해했다
아무리 남사친이어도 할 일 제쳐놓고 바로 술집으로 데려오는 건 마음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근데 그 최연준이란
사람 보면서 울고 있었는데 혹시 싸운 건가.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는 범규다
자신에게 여주의 휴대폰과 가방까지 있어서 월요일을 기다려 보긴 또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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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월요일이 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한 범규
깔끔하게 잘 정돈된 여주 책상 위에 살며시 쇼핑백을 올려두고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잠시 후 여주가 출근한 뒤 가방과 휴대폰을 확인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선배, 다음에도 술친구 해줄게요^^오늘도 화이팅입니다]
쪽지를 다 읽은 여주는 범규가 있는 자리를 한번 보더니 범규와 눈이 마주쳤고
가방 고마워요 라며 입모양을 냈다. 그렇게 업무시간이 시작되고 조용했던
사무실은 키보드 타이핑 소리만 들릴 뿐 곧 여주의 휴대폰 진동이 느껴져
불빛이 깜박거리며 메시지라는 문구가 떴다
💬
[여주야, 나 외근중이거든 이따 퇴근 후에 회사 앞으로 갈게 집에 같이 가자]
수빈이었다. 파혼 사실을 알고부터 부쩍 날 더 챙겼다. 주말에는 24시간을
같이 있는 느낌까지 들었지만 뭐 불편하진 않았다. 수빈은 내가 나쁜 생각을
할까 봐 붙어 있는다고 했다. 저는 뭐 시간이 없는 건가. 내 걱정 말고
여자친구나 만들라고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 되돌아오는 대답은 생각없다였다
수빈이만 생각하면 짠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크게 내뱉은 건지 옆자리
대리님이 요즘 결혼 준비로 힘든 거냐며 걱정해 주셨다. 어차피 알게 될 거
말해야 되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퇴근 시간이 되고 직원들과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는데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었는지 롱코트에 정장을
입은 수빈이가 날 반겼다. 여사원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누구냐며 물었고
직원들은 내 예비신랑이 대부분 누군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어머, 여주 씨 잘생긴 이 분은 누구셔? 배운 줄 알았잖아"
" 그나저나 요즘 연준 씨 왜 안 보여요? 자주 오더니 회사 일이 바쁘신가
" 전에 우리한테 근사한 저녁 사주신다고 했는데 여주 씨가 물어봐요"
" 친구분 애인 없으면 저 좀 소개시켜주세요"
등등 오지랖 같은 말들이 오가고 민망한 표정으로 먼저 가겠다며
수빈의 팔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범규의 표정은
많이 언짢아 보였다
" 야 최수빈 회사로 오면 어떡해"
" 집에 같이 가자고 했잖아. 곤란했다면 미안해"
잘못했다며 눈꼬리가 쳐지는 게 주인한테 혼난 강아지 같았다
너를 어떻게 혼내겠니. 가자 집으로! 어머님이 맛있는 저녁 해주신다고
오라고 했단 말이야. 그래 그렇게 좋으냐? 싱글벙글인 수빈이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집 근처 놀이터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전봇대에 기대어
수빈과 여주를 바라보고 있는 익숙한 인영이 보이자 여주는 발걸음을 멈춘다
까만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 인영을 확인한 수빈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연준은 여주를 향해 걷는다. 수빈은 서둘러 여주를 자신의 뒤에 숨겨
차가운 말투로 얘기한다
" 최연준 네가 여기 어디라고 와?"
" ..수빈아 먼저 들어가 있어"
" 여주야..."
" 수빈아 제발.."
"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여주 부탁에 한숨 쉬며 어쩔 수 없이 뒤돌아간다. 수빈이 사라지자 연준은 여주를
세게 꽈악 안는다. 여주 냄새다. 포근한 냄새.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안고 있었다
" ...여주야 나 용서하지 마. 이런 말할 자격도 없는 놈이라는 거 알아"
" ...."
" 나 같은 놈 빨리 잊어. 처음부터 네 마음에 없던 것처럼"
" ..나쁜 새끼 "
" .... "
어떻게 그래. 널 어떻게 잊어. 그 긴 시간 동안, 오로지 너였는데
네가 없는 난 없단 말이야. 여주를 안고 있던 연준의 팔이 천천히 떨어지고
여주와 멀어지고 있었다.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눈물은 수도를 틀어놓은 것
마냥 줄줄 세어나오고 있었다. 연준이 사라질까 뒤에서 안아 버렸다. 연준의
눈빛은 흔들리고 눈물로 인해 여주의 어깨가 들썩인다. 다시 안을 수 없는
자신을 원망해 본다. 목이 메어오는 연준은 입술을 깨물며 매정하게
여주의 팔을 허리춤에서 떨쳐냈고 그대로 연준이 사라지자 주저앉아 울었다
혹시나 기대했었다. 날 잡아 달라고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다
너는 어떠한 변명도 없이 또 날 잔인하게 버리는구나. 차라리 변명이라도
늘어놓지. 8년이란 시간은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구나.. 나 널 잊어볼게
그래볼게. 그러니까 부디 너도 행복하게 잘 살아
19살에 만나 8년을 함께한 내 첫사랑.. 잘 가 최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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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오글오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