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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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 보니 집이 아닌 수빈의 오피스텔 앞이었다. 내가 왜 여기 온 거지?
서여주, 너 진짜 미친 거지? 아무리 친구라도 이런 추한 꼴까지 보여주면 안 되지.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이미 내 몸은 흠뻑 젖은 상태였다. 추위에 떨면서 집에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지만 끝내 수빈과 마주했다. 잠시 주춤하더니
금세 내 곁으로 다가왔다
"여주야, 이게 무슨 일이야"
"수빈아, 흐흡.."
수빈을 보자마자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두 손으로 등을 토닥여 주며
달래 주었다. 수빈은 날 집까지 바래다주었고,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말려 주고는 욕실에 날 밀어넣었다. 씻은 후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졸음이
몰려온 나는 침대에 빠르게 누웠고, 뒤이어 침대 머리맡에 앉는 수빈은
내 이마를 만져 보았다
"아직 열은 없는데"
"난 괜찮다니까?"
"뭐가 괜찮아, 비를 맞아놓고서 지금은 괜찮아도 너 백 프로
끙끙 앓는다니까? 한겨울에 비를 맞고 돌아다니는 게 말이 되냐
서여주,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
"헤헤, 나 아프면 네가 와줄 거잖아"
"이 상황에서 웃냐, 이 쪼꼬만한 게"
"아니, 무슨 초딩도 아니고. 초딩 때는 내가 더 컸거든?"
"으이구, 서여주 너를 어쩌면 좋냐"
"..수빈아, 나 강해원 만났어"
내 말 한마디에 분위기는 차갑게 바뀌었다. 수빈이의 눈동자는 흔들렸고
나는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뭐? 그 여자가 너 협박이라도 한 거야?"
"아니, 고작 한다는 말이 뭐였는지 알아?"
".."
"아빠 없는 아이로 키우기 싫대. 그래서 최연준이 찾아와도 무시하래
최연준 흔들지 말라더라. 근데 아무 말도 못했어. 웃기지?"
"..여주야"
"왜 남의 남자 뺐었냐고 따지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했어
따지고 보면 최연준도 잘못한 거잖아"
"...."
내가 이렇게나 눈물이 많았던가.. 수빈이 앞에서 왜 이렇게 어린애처럼 구는지
나를 달래 주고 잠들 때까지 수빈이는 내 곁에 있어 주었다
금방 잠이 든 여주를 내려다보는 수빈은 한숨을 쉰다. 왜 비를 맞았는지
왜 울었는지 알 수 있었다. 8년이란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어떻게 쉽게 잊을 수
있겠어.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속은 얼마나 곪아 있겠어. 연준을 못 잊는
여주가 가여웠다. 그러니 수빈은 여주 곁에 있겠다고 다짐했다. 한참 잘 자고
있는데 수빈이 말처럼 온몸이 너무 쑤셨다. 끙끙대며 힘겹게 눈을 떴고
상체를 일으켰지만 머리가 핑 돌아 다시 누워버렸다. 미리 약 먹고 잘 걸 그랬나
두통도 너무 심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수빈이도 언제 갔는지 안 보였고
이마를 만져 보니 뜨거웠다. 숨을 쉬는데 숨조차 뜨거웠고 식은땀까지 흐른다
이대로 있다간 큰일 날 것 같아서 겨우 몸을 일으켜 해열제를 간신히 먹고
기절한 것 같았다. 그 뒤로 기억이 없다. 눈을 떴을 땐 집이 아닌 병원이었다
병원? 너무 놀라 급하게 상체를 일으켰다. 손등에 링거도 꽂혀 있었고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내 눈에 보이는 건 나와 눈이 마주친 연준이었다.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여주야. 괜찮아?"
"..네가 여기 왜 있어?"
"너 강해원 만났다며 걱정돼서 전화했는데 받지도 않고
걱정돼서 가봤더니 쓰러져 있잖아. 그래서 응급실 데리고 온 거야
비까지 맞았다면서 몸도 약한 애가.."
걱정스런 눈빛, 헝클어진 머리, 이마에 맺힌 땀까지 그리고 다정한 네 말투 괜히
신경질이 났다. 너 때문이잖아 최연준, 네가 날 이렇게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왜 걱정하는 건데 정작 필요할 땐 내 곁에 없었으면서.. 나도 모르게 큰소리쳤다
"최연준 네가 뭔데 날 걱정해!"
"여주야 미안해"
"넌 도대체 나한테 뭐가 미안한데?!
헤어졌으면 내가 죽든 말든 내버려뒀어야지!
왜 사람 비참하게 만들어! 왜!!"
큰소리 냈더니 머리가 핑 돌았다. 머리를 부여잡으며 괴로워했다
그랬더니 연준이 날 침대에 눕혀 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얘기했다
나는 그를 원망의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너 아직 고열이야. 링거 다 맞을 때까지 집에 못 가
그러니까 다 맞을 때까지 눈 좀 붙이고 있어. 곧 수빈이 올 거야"
"...."
나는 그의 말에 이불을 머리 위까지 쓰며 돌아누웠다
사실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곧 수빈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연준이가 데리고 나갔는지 조용했다. 새벽의 병원 공기는
고요했고 적막했다. 수빈이 연준에게 답답한 듯 따져 물었다
"야 최연준, 너 왜 여주 흔들어? 겨우 마음 잡고 사는 애한테?"
수빈아 나 여주한테 너무 미안해서 미치겠어. 괴로워서
"잊으라고 미친놈아"
"어떻게 잊어! 헤어지고 싶어서 헤어진 게 아닌데!"
"그럼 네 아이는 어떻게 할 건데"
"...."
"너, 네 아이 버릴 수 있어? 그럼 네 부모는? 그렇게 못하잖아
최연준 너 진짜 똑바로 해. 제발 여주를 생각한다면 나타나지 마
그리고 강해원이 여주 만날 일 없으면 해. 친구로서 하는 마지막 부탁이다"
이 상황이 괴로운지 가슴을 치는 연준을 뒤로한 채 여주에게 향하는 수빈
여주는 울었는지 베개가 젖은 채 잠들어 있었다. 이마를 만져 보니 열도 떨어져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의자에 앉아 여주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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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아 너 회사 안 가 봐도 돼?"
"응, 연차 냈어. 넌?"
"나도 연락드렸지. 이틀 정도 쉬려고 병가 냄"
"바보 서여주, 내 말이 맞지? 몸살 날 거란 거"
"야, 지금 나 놀리냐? 이게! 너 일로 안 와?"
"으악 아파. 누가 비 맞고 다니래? 이제 너는 죽만 먹어야 됨"
"으, 싫어. 안 먹을 거야. 죽 싫어"
"어린애처럼 왜 이러실까아? 죽 먹어야 낫죠, 서여주 어린이"
"야 최수빈! 너도 키만 큰 어린이면서!"
응급실에서 나온 두 사람, 수빈이의 장난에 여주는 잔뜩 뾰로통해졌고
수빈이 사과하지만 그럴수록 미간이 좁아지는 여주다. 결국에 수빈이 등짝을
내어주며 끝이났다. 여주의 집으로 들어온 수빈은 현관 앞에 검은색 장우산을
발견하게 되고 손잡이에 각인된 이니셜을 보게 된다
"KTH? 이 우산 누구 거야?"
"우산? 아, 그거 어제 비 맞고 있는데 어떤 남자분이 쓰고 가라고 준 거야"
어떤 남자길래 처음 본 남자가 여주한테 우산을 씌워줘?
라는 생각을 하는 수빈은 괜히 우산이 신경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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