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기와 담배
나는 우리를 딸기와 담배, 그렇게 정의하고 싶다. 너와의 추억은 지금은 바래진 학창시절의 일이었다. 약 10년 전, 부모님의 해외 사업 일정으로 인해 이주 정도 시골 할머니 댁에 맞겨진 적이 있었다. 그때의 나는 고등학생이라 미성숙했고, 모든 게 혼란스러워 잠깐 방황을 했다.
방황하던 내게 찾아온 이주일과 더불어 너는 아주 짧은 꿈만 같았다. 그것도 아주 달콤했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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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첫 만남은 내가 시골 생활에 익숙해질 때쯤, 할머니 댁 뒤쪽 길목에서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입에 물었을 때였다. 담배를 입에 문 채, 주머니에 다시 한 번 손을 넣어 라이터를 찾았다. 하지만 그 라이터는 진작 다 써버려 불이 타오르지 않았다.
“아, 씨… 불이 없네.”
담배를 자주 피우는 편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단지 호기심에 주워 피웠고, 피우다 보니 어느새 맛이 들려 있었다. 나에게 담배는 항상 가지고 다니지만, 생각날 때만 꺼내 피우는 그런 거였지.
불이 오르지 않는 라이터에 기분이 팍 상한 나는 쓸모없는 라이터를 시골 바닥으로 짜증스럽게 처 박았다. 담배를 포기하고 집에나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내 앞에 라이터를 내밀었다. 힘줄이 튀어나온 영락없는 남자 손에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쳐다봤다.
“뭐야?”
“필요해 보여서.”
귀엽게 생긴 남자애였다. 은은한 갈색빛을 띄는 머리칼에 쌍커풀이 예쁘게 진 두 눈, 잘 익은 딸기의 색을 띄는 입술. 왠지 모르게 관심이 갔다.
“담배에 불 좀 붙여줘.”
시선은 여전히 그의 얼굴을 향한 채, 담배를 입에 물고서 고개를 까딱 움직였다. 남자애는 본인이 가지고 있던 라이터를 딸깍 누르더니 조심히 내가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나는 왼손으로 담배를 잡고 한 번 숨을 들이셨다 후 하고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그 다음, 그 애를 한 번 싹 훑었다. 나보다 머리통 두 개는 더 큰 키에 몸도 다부진 게 한눈에 들어왔다. 나쁘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담배를 거의 다 피웠을 때, 담배 꽁초를 바닥에 그대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발 끝으로 힘껏 밟아 비볐다.
“뭘 빤히 봐.”

“예뻐서.”
걔를 처음 보고 느낀 건 귀엽다, 그 다음은 미친놈인가? 였다. 나를 보고 예쁘다 생각을 하던, 별로다 생각을 하던 나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근데 보통 저런 말은 속으로 하지 않나? 첫인상과 달리 돌직구 같은 그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너 내가 마음에 들어?”
“응.”
“나도.”
그의 당돌함이 마음에 들었고, 그의 얼굴이 마음에 들었고, 그의 몸이 마음에 들었다. 서울에서는 보지 못했던 나의 이상형을 시골에 와서야 찾았다는 거다. 시골에 있는 동안 놀거리가 생긴 것 같다. 흥미가 있는 듯한 표정으로 내가 그 애를 바라보면 그는 귀를 핑크빛으로 물들인다.
“이름이 뭐야?”
“전정국.”
“나는 김여주. 근데 곧 서울로 떠나.”
미리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나는 곧 여기를 떠날 사람이고, 나는 여기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니 우리는 서로 이어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곧 서울로 떠난다는 나의 말에 담겨진 말의 뜻을 금방 알아차린 듯, 그는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는 뜻이었다. 딱히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말을 이제서야 좀 알 것 같았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그랬으니까.
“그럼 지금 당장부터 만나면 되겠네.”
“너무 빠른 거 아니야?”
“느린 것보다야 낫지, 안 그래?”
“하긴… 나도 느린 건 질색이라.”
나는 먼저 전정국의 손을 잡았다. 전정국은 나와 살이 맞닿는 그 순간, 잠깐 흠칫했다 이내 꽉 잡았다. 나는 전정국을 향해 입꼬리를 올렸고, 전정국 역시 나를 향해 웃어보였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장난으로 끝날 줄 알았다. 사람이 마음에 드는 것과 깊게 빠져드는 건 다른 문제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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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도 아주 잠시, 나는 짧은 며칠 안에 전정국에게 단단히 사로잡히고 말았다. 처음 만난 날부터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만나는 건 물론, 깊은 시골이라 할 것도 얼마 없어 거의 매일을 전정국네 집에 가서 뒹굴었다.
세상에는 이런 말이 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그 말과 함께 몸이 가까워지면 마음도 가까워진다는 걸 깨달았다. 전정국을 통해서 말이다. 서울에 있었다면 전정국을 데리고 나가 다양한 것들을 즐겼을 거다. 하지만 온통 푸른 것들 투성이인 시골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서로를 향해 더 깊이 빠져드는 것 뿐이었다.
“정국아, 넌 내가 왜 좋아?”
“예뻐서.”
“그게 다야?”
“응.”
“너무하네-. 하여간 사람이 너무 솔직해도 안 좋다니까.”
여느때와 같이 전정국의 방에서 한 침대에 누워 잔뜩 뒹굴며 놀고 있었다. 전정국과 침대에 나란히 누워 문득 궁금해진 것을 물었다. 전정국은 나를 왜 좋아할까? 같은 식상한 질문을 말이다. 전정국은 첫만남 때와 똑같이 예뻐서 좋다고 대답했다. 솔직히 좀 서운하긴 했다. 전정국에게서 듣는 예쁘다는 말은 들을 때마다 좋지만, 오늘만큼은 좀 다른 답을 원했기에.
“눈도, 코도, 입술도 다 예쁜 걸. 난 그냥 네 모든 게 예쁜가 봐, 여주야.”
“푸흡… 그게 뭐ㅇ,”
전정국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설령 내가 다른 대답을 원했다고 해도, 원했던 답보다 훨씬 더 값진 답을 들었기에. 전정국은 나의 눈, 코, 입을 손 끝으로 톡톡 건드리며 대답했고, 나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내가 웃음을 터뜨림과 동시에 전정국은 내 위에 올라타 그대로 입을 맞췄다. 우리의 입맞춤은 언제나 진득했지만, 오늘따라 유독 진득했다. 이건 우리가 이별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려주는 듯 했다. 나는 내일이면 서울로 돌아가야 하니 말이다.
길었던 입맞춤 뒤에 전정국과 나의 입술이 떨어지고, 나는 두 손으로 전정국의 양 뺨을 부여잡았다. 그 다음, 우리는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세상 행복한 웃음을 보였다. 동시에 나는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고백을 전했다.
“사랑해.”
어딘가 모르게 나의 눈에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 전정국과의 이별이 아쉬웠던 거다. 정해진 이별은 이게 항상 문제다. 내가 이 사람과 깊게 파고들었을 때, 이별이 가까워지니까. 이번에는 내가 먼저 전정국의 입술에 쪽- 하고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내가 너를 떠나는 걸 아쉬워한다는 마음이었다.
“시작도 네 선택이었으니까, 이별도 네 손에 쥐여줄게.”
“……”
“너한테 내가 아쉬운 존재라면, 내일 내가 떠나는 길에 나와줘. 네가 오지 않는다면, 각자 알아서 정리하고 끝내는 걸로 알게.”
“… 응.”
“우리 마지막 인사도 여기서 하자, 정국아.”
나는 도박을 걸기로 했다. 시작도 전정국의 선택에 따라갈 생각이었고, 지금 역시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전정국이 날 아쉬워해 내일 나와준다면, 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거고, 그렇지 않다면 서로 알아서 정리를 하는 걸로 끝낼 거다.
자존심 때문에라도 내가 전정국을 잡을 순 없다는 내 굳은 결심과 함께 우리는 서로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잘 지내, 전정국.”

“너야말로 잘 지내, 김여주.”
마지막으로 서로를 품에 안은 우리에게서는 알 수 없는 향기가 났다. 나에게서 나는 담배 냄새와, 전정국에게서 나는 딸기 냄새가 섞인 달달하면서 쾨쾨한 향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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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덕분에 즐거웠던 시골 생활이 끝이 나고, 부모님이 데리러 오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짐이 가득한 캐리어를 한 손에 잡은 채, 나는 주구장창 부모님을 기다렸다. 아니, 사실은 전정국을 기다렸다.
“… 기대하면 안 돼.”
기대하면 안 된다고 몇 번이고 다짐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피어나는 기대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때, 요란한 차 소리와 함께 눈에 익숙한 차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 차는 내 앞에 멈춰섰다. 곧바로 트렁크를 열어 캐리어를 실었고, 빨리 타라는 부모님의 말에도 몇 분을 더 기다렸다.
하지만 몇 분이 십분이 되고, 십분이 이십분이 되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전정국이었다. 그제서야 실감을 했다. 전정국은 나를 아쉬워하기 보다 알아서 정리하는 쪽으로 선택을 했다는 걸.
참을 수 없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정말 단 며칠 밖에 되지 않는 짧은 만남이었다. 며칠 안에 갈 때까지 간 우리가 참 대단하면서도 이 모든 게 말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 기대를 하면 안 된다고 해놓고 잔뜩 기대를 했었나 보다. 전정국이 오늘 내 앞에 나타나주길 말이다.
“그래, 다 잊어. 차라리 싹 다 잊어버려.”
눈물이 잔뜩 맺혀 소리내 울지도 못하고 손등으로 눈물을 대충 닦아낸 뒤, 차에 탄 나였다.
“나쁜 새끼… 안을 때마다 예쁘다 해놓고……”
입술을 꽉 깨물며 겨우 눈물을 참아냈다. 각자 정리하기로 한 마음이니 나도 최대한 빨리 정리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완벽히 정리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깊게 스며든 사람은 내 인생에 전정국 뿐일 거기에.
어쩌면 나는 전정국이 오늘 이 자리에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더 상심이 큰 걸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전정국은 내게 예쁘다는 말 뿐이었지, 아무런 애정 표현이 없었다. 내가 왜 좋냐고 물었을 때도, 사랑한다고 했을 때도. 전정국은 별 말이 없었다.
나에게 남은 건, 진작 내 옷에 깊게 밴, 이제는 지울 수도 없는 딸기 냄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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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 허상에 불과한 일이다. 10년이 넘은 지금, 나는 너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건, 너와 내가 서로를 안았을 때 나던 알 수 없는 향기 뿐이었다. 너의 몸에서 나던 달달한 딸기 냄새와 나의 몸에서 나던 탁한 담배 냄새.
내가 우리를 딸기와 담배라고 정의하고 싶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너를 계속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거.
다 커버린 지금, 나는 여전히 딸기와 담배를 보면 너를 떠올린다. 딸기와 같이 나를 달달하게 만들어준 것도 너였고, 담배와 같이 나를 아프게 만든 것도 너였다.
결국 딸기와 담배에서는 같은 맛이 나고 있었다.
이게 뭔 개떵 같은 글인지 모르겟내요… 아니 분명 시작은 디게 호기롭게 했거든뇨…? 근데 결과는 왜 이렇게 똥 같은지 몰겠서요; 머, 근데 다들 아시잔아요… 저 원래 글 개떵처럼 쓰는 거! 나중에 다시 쓰고 싶을 때 딸기와 담배 2탄으로 업그레이드 해서 끄적끄적 해볼게뇨… 예쁘게 봐주셍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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