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는 매일 7시 45분에 온다

02 싸가지

해나는 오늘도 7시 30분에 교실에 도착했다.
이제는 뭐 습관이라고 하기에도 좀 민망한, 이상한 일상이 되어버린 조기등교였다.



창가 쪽 자리를 슥 보고, 가방을 내려놓고 앉은 해나는 조용히 시계를 확인했다.



[7시 42분]



“곧 오겠지 뭐…”



[7시 45분]



째깍째깍-



[7시 50분]

상혁의 자리는 매우 어색하게 텅 비어 있었다.



“뭐야… 얘 진짜 결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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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는 기묘한 허전함이 밀려들었다.
말 한 마디 없는 로봇이 빠졌을 뿐인데, 교실 공기가 너무 텅 빈 느낌이었다.


해나는 뭔가 이상해서 복도에 나가 담임을 찾아갔다.



"쌤, 이상혁... 무슨 일 있어요? 맨날 7시 45분에 오던 애가 안 와서요"


“아, 상혁이? 오늘 아파서 못 온다고 아침에 연락 왔어.”


“…아파요?”


“응. 감기몸살 비슷하게 왔다더라고.”


“아… 넵 감사합니다.”





'아프.. 구나'


해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면서
자기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



“…하. 나 왜이러냐 진짜. 걔 아픈 걸 내가 왜 신경 쓰고 있어!?!?
보다보다 정들었나, 그 싸가지한테... 참내”



말은 그렇게 해도, 마음 한 켠엔 상혁이 약간 걱정되는 해나였다.






***






다음 날도 해나는 자동처럼 7시 30분에 도착했다.


'엄마 말을 이렇게 착실하게 지키다니, 이런 게 성장이라는 것일까 ㅎ 기특하다 강해나' 


이른 아침에 학교에 일찍 나와 앉아 공부하는 시간,
이젠 거의 생활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웠다.



[7시 45분]



“....왔네.”



해나는 속삭이듯 말했다.
문이 열리고, 상혁이 들어왔다. 평소처럼 말 없이.



... 근데, 평소랑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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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혁의 코에는 약간의 상처, 입술 한쪽엔 터진 자국이 엷게 남아 있었다.

무릎 쪽 교복 바지도 살짝 찢어진 자국도 보였다.



해나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아!!!! 너 뭐야??”



상혁이 고개를 들었을 때, 해나는 조금 놀란 눈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무심하게 손을 뻗어 상혁의 뺨을 움켜쥐듯, 툭 하고 잡았다.



“너 얼굴이… 이게 뭐야?”



그 순간이었다.






상혁이 화들짝 놀라며 해나의 손을 강하게 탁 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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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