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 난 강태현의 간호가 끝나면 범규에게로 가 함께 로비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태현의 간호가 끝날 때쯤이면 범규네 어머니도 주무시는 시간이라
단 둘이 만날 수 있었다.
“ 오늘은 어땠어? ”
“ 한 달 정도 하니까 적응이 되더라? 좀 신기한 것 같아 “
“ 진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라니까 “
” 너는 어땠어? “
” 솔직히 나도 처음엔 엄청 힘들었거든? 그냥.. 간호를 해야할 이유조차 몰랐었지 “
” … “
” 근데 그냥 사람이라는 게 그렇더라고, 어쩔 수 없는 마음이라는 게 있어서 ”
“ … ”
“ 아무리 미워해봐도 작정하고 남 미워하듯이 미워할 순 없더라 ”
“ .. 나도 그럴까 ”
“ 너도 그럴거야, 분명히. 내가 장담해 ”
“ 어째서? ”
“ 넌.. ”
“..?”

“ 사람을 쉽게 미워할만큼 슬픈 마음만 갖고 있는게 아니니까 ”
“ … ”
“ 그러니까 니가 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거야 ”
“ … ”
“ 니가 행복을 갖고 있었기에 갖고 있지 않았던 내게 그 행복을 조금씩 나눠줄 수 있었던거야, 확실해 ”
“ … ”
그럼 갖고 있지 않았던 넌 어떻게 나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걸까 어쩌면 넌 정말 나에게 찾아온 요정같은 존재인걸까
마법 속 신데렐라에게 찾아온 요정할머니도 신데렐라에게 행복을 선물해주었다. 너 역시 그런 존재인걸까
너와 만나는 이 순간은 내 마음을 몽글몽글 피어오르게 만든다. 마법을 부린 것 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그런 마음으로
“ 이제 슬슬 가봐야겠다, 이때쯤 한 번 깨시더라고 “
” .. 저기 “
” 응? “
” 혹시 어머니 퇴원이 언제야? “
” … “
궁금했지만 애써 물어보지 않았다. 퇴원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다시 그곳으로 갈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것이니까
” 그때 니가 말한 때부터 한 달정도 지난 것 같아서 ”
“ .. 맞아 ”
“ 언제.. 가는거야? “
“ 3일 뒤. ”
생각보다 촉박한 시간에 좀 당황했다. 그곳에 가면 함께일 수는 있지만 범규는 그곳에만 있어야 한다. 뭔가 남은 시간을 새롭게 보내고 싶은데
“ 우리 그럼 내일 하루만 놀까? ”
“ 어? ”
“ 저번에 못 간 놀이공원 가자. 이번엔 진짜로 ”
“ … ”
“ 데이트, 우리도 데이트 한 번 해보자고 ”
“ 너랑 함께면 난 뭐든 좋아 ”
” ㅎ 그럼 내일 봐! “
그렇게 범규는 병실로, 난 집으로 돌아갔다. 내일 있을 데이트를 준비하러
다음날,
“ 언제쯤 나오지.. ”
강태현에게 학교 과제가 있다고 하루 정도 빠지겠다고 연락하였다. 범규도 어머니에게 오늘 그곳에 하루 종일 일이 있다며 둘러댔고
오늘 하루 아주 완벽한 데이트만 되면 된다.
설레는 마음에 잠도 설친 나는 약속시간보다 20분정도 일찍 나왔고 버스 정류장에서 범규를 기다렸다.
그때,
” 여주야! “
"..?"
스윽,
"..!! "

“ 조금 더 일찍 나올걸 그랬네, 이렇게 기다릴 줄 알았으면 “
” 어? 아.. 아니야! 나도 방금 나왔어 “
” 그래? “
” 응응! 얼른 놀러 가자 “
그렇게 우린 함께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 어디부터 갈까? “
” 나는 사파리 먼저 가고 싶어 “
” 그럼 사파리 갔다가 밥 먹고 놀이기구 타자 “
우린 먼저 사파리존으로 이동했고 예전에 왔을 때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이 있었다.
우선 처음 본 동물은 호랑이였고 범규는 신기한 눈빛으로 우리 속 호랑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사육사가 호랑이에게 먹이를 던졌고 호랑이는 빠르게 뛰어올라 먹이를 잡아챘다.
” 우와.. “
” … “
” 호랑이는 다리 힘이 진짜 좋은 것 같아 ”
“ … ”
범규는 내가 하는 말을 듣고는 있는건지 호랑이에게 집중해 아무런 대답도,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저 우리 속 호랑이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결국 그냥 내가 범규 소매를 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그렇게 한참동안 사파리를 구경한 후, 우리는 밥을 먹기 위해 푸드코트 쪽으로 향했다.
” 뭐 먹을래? “
” 음.. 나는 저거 “
” 그럼 나는 저거 “
그렇게 음식을 시켰고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 아까 사파리에서 엄청 집중해서 보더라? “
” 응, 너무 신기했어 “
” 데려온 보람이 느껴지는구만 “
” 진짜 오늘은 너무 행복하기만 할 것 같아 “
잠시 후,
지잉,
“ 어 나왔나보다 “
” 내가 다녀올게 “
그렇게 범규는 음식을 받으러 갔고 난 핸드폰을 보며 무슨 놀이기구를 먼저 탈지 고르고 있었다.
근데 이상하게 범규는 5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고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음식 받으러 가는 곳으로 향했다.
음식을 쏟은 건가..
스윽,
"..?"
” 아.. 그게 “
” 너무 제 스타일이셔서요 ”
쟁반을 든 채 어쩔 줄 몰라하는 범규가 있었고 그 옆엔 한 여자가 범규의 팔을 잡은 채 서 있었다.
범규는 어쩔 줄 몰라하며 그 여자를 뿌리치지도 못하고 있었다. 착한 심성이 이럴 땐 참 독이다.
결국 내가 나섰다. 아니 그냥 좀 심기가 불편해서 머리보다 몸이 먼저 나갔다.
탁,
” 안 오고 여기서 뭐해? 나 배고픈데 “
” 아 그.. ”
“ 누구세요? ”
“ 그쪽이야말로 누구신데 제 남자친구 팔을 잡고 그러고 계세요? ”
뭐 아직 사귀자는 말이 오간 건 아니지만 솔직히 나랑 범규 사이가 그냥 친구 사이도 아니고 서로 좋아하는 것도 아는데 그럼 사귀는 사이지
그 여자와 나 사이엔 알 수 없는 스파크가 튀었고 난 이 싸움에서 절대 질 생각이 없다. 죽어도 없다
” 아 여자친구세요? ”
“ 보다시피 제 남자친구가 진짜 잘생겼어요. 근데 이미 제 남자친구라서 ”
“ … ”
“ 그만 팔 놓으시고 가시던 길 가주세요 ”
그렇게 난 범규를 이끌고 우리 자리로 돌아갔다. 그 여자는 내가 한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듯 우리 자릴 계속해서 힐끔 힐끔 쳐다보았다.
“ 미안.. 아무리 거절을 해도 계속 그러셔서 ”
“ 괜찮아 나 너한테 화난 거 아니야 ”
“ 그럼..? ”
“ 당연히 저 여자 분한테 화난거지. 사람 곤란하게 싫다는 데 왜 자꾸 붙어? ”
“ … ”
“ 아까는 그래서 그랬던거니까 괜찮아 ”
“ … ”
“ 너랑 이렇게 있으니까 다시 또 즐거워졌어 ”
범규는 그래도 미안한 지 계속해서 내 눈치를 살폈다. 오늘은 범규 재밌게 놀라고 온건데 계속 내 눈치를 살피니 조금 미안해졌다.
밥을 다 먹은 후, 우리는 놀이기구를 타러 돌아다녔다. 범규가 내 눈치를 보지 않도록 더 신나고 기분 좋은 티를 내면서
그렇게 놀이기구를 다 타고 나니 어느새 하늘은 어두워져있었고 우리는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관람차 쪽으로 갔다.
” 드디어 보네, 불꽃놀이 “
” 이게 제일 기대 돼 “
” 나도 “
그때,
펑,
노란 불꽃이 하늘 위 구름을 가로 질러 떠올랐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놀이의 시작을 알렸다
“ 저거 봐! ”
“ 와.. 나 저거 처음 봐 ”
“ 와 짱 예뻐.. 미쳤다 “

“ 그렇게 좋아? ”
“ 당연하지!! ”
붉은 장미 모양으로 터진 불꽃은 흰색이 되고 노란색이 되고 파란색이 되었다. 마치 하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다.
불꽃은 하얀 구름이 아름다운 그림들이 그려냈고 난 그 그림들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어때? 오길 진짜 잘했지? “
” 응. 너무 좋아 “
범규의 모습이 정말 즐거워 보여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 범규는 즐거워하는 모습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사람이 확실하다.
“ 진짜 예쁘다.. “
” .. 그러게 “
” 어릴 땐 저 구름에서 실컷 자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
” … “
” 저 희고 부드러운 구름에서 따뜻한 햇살도 받고 정말 원 없이 자는 게 소원이었어 “
” 난 저 구름을 타고 마음껏 하늘 위를 날고 싶었어 “
” … “
” 구름은 바다도 가고 산도 가고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 “
” … “
” 구름은 아니지만 지금도 하늘 위에 있는 기분이야 “
” … “
” 너와 함께라 더 좋고 “
” … “
“ 아마 이게 마지막이겠지만 “
왜인지 모르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말하는 범규가 안타까웠다. 그렇게 생각하기 싫었는데 자꾸만 나도 그렇게 생각이 되어서
” 마지막 아니야 ”
” 어..? “
일부러 내 생각과 반대로 말했다. 어쩌면 나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르는 말들로
“ 나와 함께면 넌 늘 날 수 있어, 어디든 갈 수 있고 “
” … “
“ 나랑 함께일테니 좋을거고 ”
너와 함께면 난 언제는 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럼 너와 함께일테니 그 여행은 내 마음에 쏙 들 것이고
“ 그러니까 거기도 나랑 같이 가고 어디든 나와 함께 해 “
” … “
” 난 니가 확신하는 것처럼, 널 행복하게 해줄 수 있으니까 “
” … “
” 저 구름처럼, 널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게 “
어릴 적 소녀의 소원은 구름 위에서 실컷 잠을 자는 것이었다. 그 잠에서 깨고 나면 맞을 따뜻한 햇살을 기대하며
지금 소년의 소원은 구름을 타고 원하는 곳을 돌아다니며 행복을 쫒아 여행하는 것이었다.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소녀와 함께인 그 순간들을 기대하며
서로만이 서로의 구름이 되어 줄 수 있는 소년과 소녀는 서로를 사랑했다. 마치 하얀 도화지 위 그려진 붉은 장미처럼
•
•
•
•
•
•
•
•
” 할 수 있지? ”
“ … ”
“ 나와 함께 날아가자, 나의 그곳으로 ”
********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발전하는 작가가 될게요! 🐻
너무너무 감사합니다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