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인가? 아니면 괴물인가?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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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인가? 아니면 괴물인가?











(작가 시점)


대부분의 일반 상점들이 문을 닫을 시간, 오래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어두침침한 골목들을 주황색의 빛을 띠는 가로등 몇 개로만 밝힌 도시 외각 지역에 있는 한 건물에서 단추가 두어개 풀려있는 검은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는 그 위에 화려한 가디건을 걸친 토끼를 닮은 남자가 빗자루를 들고 대충 먼지를 쓸고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close`` 로 되어있던 것을 ``open`` 으로 바꾸었다.
그가 들어가자 조금만 스쳐도 때가 탈듯이 새하얀 건물에 ``Undead`` 라는 새빨간 네온사인 간판이 켜졌다.






그러고는 얼마나 지났을까 아까 그 건물로 들어간 남자와 비슷한 차림의 남자가 귀찮다는 듯이 터덜터덜 걸어들어갔다. 그 뒤로 비슷한 차림의 남자 5명과 검은색의 딱 붙는 목티와 바탕은 검은색에 오른쪽 발목 부분에 하얗고 굵은 줄이 2줄 그여 있는 레깅스를 신고 그위에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큰 오버핏의 화려한 가디건을 입은 여자 1명이 그 건물로 들어갔다.









(여주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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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올- 김여주 오랜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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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이제 수능도 끝인데."






나는 들어가서 가디건을 벗어서 주변에 있는 아무 의자에나 던져두었다. 반 년만에 오는 회사 겸 본부랄까. 반 년 전까지만 해도 없는 신분으로 학교도 못가고 편의시설 이용도 못한채로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반 년 전 만들어달라는 무기를 만들면 우리 8명 중에서 한 명은 죽은 사람으로 되어있던 신분을 살아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고 해서 우리는 무기를 만들었고 그 결과 나는 살아있는 사람이 되어서 지난 반 년 동안 검정고시와 수능을 치고 돌아온 것이다.





사실 내가 살아있는 사람으로 바뀌게 되었을 때 다른 오빠들도 오빠들이지만 정국이에게 가장 미안했다. 서류상으로만 죽어있는 사람이 되고 제일 처음 만난 친구이자 동료였고 가장 힘들 때마다 옆에 있어줬던 든든한 동갑내기였다. 정국이도 마찬가지로 나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힘들었기에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살아왔는데 갑자기 내가 살아있는 사람이 되어 떠나버리니 그 기분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좋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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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야... 보고 싶었어......"






다행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정국이는 내 걱정과는 다르게 나를 원망한다거나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였다. 오히려 나에게 다가와서 안겼다. 언뜻 보면 정국이가 나보다 더 커서 내가 안긴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정국이의 눈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혼자 두고 갔다는 죄책감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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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야, 우리 잠깐 얘기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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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 꾹아."






내가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았는지 정국이는 나에게 잠깐 얘기를 하자고 하면서 휴게실로 향했다. 나는 아무말없이 그를 따라갔다. 휴게실에 도착하자 정국이는 따뜻한 케모마일 차를 주었다. 내가 항상 이 차만 마신다는 걸 기억하고 있는 그가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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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거 네가 매일 마시던 거잖아."






내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자 정국이는 입을 토끼같이 오물거렸다. 그건 그가 말하고 싶은 건 있지만 어떠한 이유 때문에쉽게 말을 꺼내지 못할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그의 행동이였다. 나는 그가 왜 말하지 못하는 지는 몰라도 일단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기다려주었다. 어느정도 기다리자 그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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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야... 혹시 나한테 화난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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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아니, 왜?"






내가 아까 전까지 계속 멍하게 있고 그가 나에게 안겨오자 고개를 돌렸는 것이 그가 보기에는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였는가보다. 나는 정국이의 질문에 잠깐 당황했지만 아니라고 부인하였다. 그러자 정국이가 안심이 된 듯이 해맑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렇게 순수하고 귀여운 애가 어쩌다가 이곳에 왔을까. 현장에 나가면 피비린내가 나는 것은 기본이고 자칫하면 서류상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죽을 수 있는 그런 세계가 바로 이곳이다.




심지어 누군가는 우리를 보고 ``괴물`` 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우리를 보고 ``악마`` 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원해서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 다 각자의 사연이 있지만 그 사연으로 인해서 어떠한 감정이 생겨날까봐,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도 다칠까봐 사연에 대해서는 대부분 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면 나처럼 아예 기본정보를 제외한 모든 기억이 ``그 날`` 이후로 사라져버린 사람도 있다.





이것만은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는 ``그 날`` 각각 다른 공간에서 각각 다른 사고를 당했고 그 사고와 관련된 초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그 사고들은 우리들에게는 소중한 이들과 아무런 관계없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낸 악몽과도 같은 기억이였고 그와 관련된 능력을 갖고 있는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괴물`` 그리고 ``악마`` 라고 생각했다.





그 사건들이 일어난 것은 우리의 초능력과 관련이 없지만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 세계의 악당들을 없애는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우리와 같은 희생자를 줄이기 위해서 악당을 죽이는 영웅이 아닌 악당을 죽이는 괴물이 되었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고 그렇기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가면을 만들어 애써 괜찮은 척을 하고 다녔다. 하지만 그 가면을 벗으면 우리는 외롭고 상처만 가득한 평범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죽지 않았지만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죽은 듯이 살아가고 있다. 그냥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라는 먼지 한 톨과 같은 희망을 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