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경호원

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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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경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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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지나 택시가 잡히는 곳으로 달려가면서 수많은 생각들이 스쳤다. 이번에도 아니면 정말 다시는 전정국을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무섭게 만들었다. 길가로 나가 지나다니는 택시쪽으로 손을 뻗어 택시에 올라탔다. 이번에는 네가 꼭 있어야 숨을 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OO남고까지 최대한 빨리 부탁드릴게요.”





기사님께 윤설이 알려준 남고까지 최대한 빨리 가달라고 말씀드린 뒤, 시트에 몸을 기댔다. 손에 쥐여진 전정국의 마지막 쪽지가 내 손에 의해 더 꼬깃해졌다. 전정국, 너 거기 있을 거지…? 잘 지내고 있을 거지? 전정국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끝까지 차올랐지만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렇게 한 30분쯤 쉬지 않고 달린 택시에 생각보다 빠르게 OO남고 앞에 도착했다. 급한 마음에 지갑에서 만원짜리 몇 장을 꺼내 드리고 잔돈은 됐다며 택시에서 뛰쳐 나왔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남고 교문 옆 조그마한 통로를 지나쳐 남고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잠도 못 자고, 먹지도 않고 며칠 울고 소리만 질렀더니 달리는 중간중간 계속 시야가 흐릿했다. 그럼에도 고개를 한 번 젓고 계속 달렸다. 전정국… 전정국…! 넓게 퍼진 남고의 운동장이 지금 내 발에 닿고 있었다.

아직 수업 시간인 건지 운동장에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고, 창문을 올려다 봐도 인기척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잠시 뒤, 딩동댕동-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학교 전체에 울렸다. 종이 친 뒤에는 금방 소란스러워졌고 창문 밖을 내다보는 몇몇 남자애들이 보였다. 그중에 혹시나 전정국이 있을까 집중해 살폈고 전정국의 얼굴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여기도 아닌 거야?”





허탈한 마음에 위를 향하던 시선이 발끝으로 옮겨졌다.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온 곳이 여기였는데… 전정국 한 명 찾자고 남의 학교를 들쑤시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 포기하는 수밖에 없나 싶은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난 너 없이 정말 안 되는데… 아직도 네가 필요한데, 왜 안 나타나는 거야……”





다리에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정국을 찾는 모든게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허망함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때, 남고 애들이 우르르 나오더니 나와 멀찍이 거리를 두고서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와, 진짜 여자애네…”

“우리 동네에서 못 보던 교복 아니냐?”

“쟤 아까부터 우리 학교 창문만 뚫어져라 보던데, 누구 찾나?”





남고에 여자애가 있다는 것부터 남자애들 사이에서는 화제의 소식이었나 보다. 남자애들이 바글바글한 이곳에서 혹시나 내가 무서울까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오지 않는 남자애들이었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운 남자애 아무나 붙들고 물었다. 저기, 물어볼 게 있는데…





“혹시 여기 3학년에 전정국이라고 있어?”

“아-, 있긴 있는데 3학년 아니고 1학년.”

“1학년이라고…? 얼마 전에 전학온 애 맞아?”

“응, 입학한지 얼마 안 돼서 전학가더니 얼마 전에 다시 전학왔던데.”





두 눈이 동그래졌다. 전정국은 분명 나랑 동갑인 열아홉이라고 했는데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라니…? 의아해 눈살을 찌푸리자 나와 얘기하던 남자애가 옆 남자애를 툭툭 치더니 뭐라 속닥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남자애는 빠르게 학교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진짜 1학년 맞아…? 내가 아는 전정국은 분명…”

“방금 부르러 갔으니까 직접 보던ㄱ, 저기 오네. 전정국!”





아까 달려간 애가 전정국을 부르러 간 모양이었고, 그 남자애는 직접 보라며 교실 쪽을 가리켰다. 그때, 아까 달려간 남자애 뒤로 누군가 함께 나왔고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못 알아보는 게 이상한, 내 심장이 유일하게 반응하는 단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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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게 왜 불ㄹ, 김여주… 네가 여길 어떻게……”





전정국이었다. 몇 날을 울고, 며칠을 찾던 전정국이 지금 내 앞에 서있었다. 전정국은 내가 여길 올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는지 두 눈이 토끼눈이 되어 나를 바라봤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전정국인데 원망스러운 마음이 앞서 주먹을 쥔 손이 부들거렸다. 전정국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았는데 눈치 없이 눈물은 계속 차올라 툭 떨어졌고,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전정국, 여자 울리면 존나 쓰레기인 거 알지? 그것도 이렇게 예쁜 애를. 잘 해결하고 와라-.”





그 남자애는 눈치가 참 좋았다. 전정국과 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자마자 씨익 웃으며 전정국의 어깨를 한두번 두드린 뒤, 운동장에 쏟아져 나왔던 다른 애들까지 전부 이끌어 학교 안으로 들여보냈다. 덕분에 운동장 끝쪽에 단둘이 남은 우리였다.





“… 어떻게 알고 왔어.”

“나한테 할 말이 그거밖에 없구나.”

“……”

“넌… 내가 이 쪽지 하나로 괜찮을 줄 알았어? 아니, 너한테는 내가 이 종이 쪼가리 하나로 끝낼 수 있는 인연이었어…?”





며칠간 너만 찾았고, 너만 보고 싶었고, 네가 있어야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만약 다시 만난다면 보고 싶었다고, 좋아한다고, 다시 한 번 내 옆에 있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욱하는 마음이 자꾸만 울컥 올라와 전정국의 마음을 파내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손에 꼭 쥐고 있던 구겨진 쪽지를 전정국을 향해 내던졌다. 꼬깃한 쪽지는 동그랗게 뭉쳐진 채 전정국의 가슴 부근을 맞고 흙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전정국에게 화가 나서 소리친 게 아니었다. 그냥 조금 서운했을 뿐이었다. 또, 불안했던 것 뿐이었다. 말도 없이 홱 떠날 수 있을 만큼 나를 좋아했던 게 아니면 어떡하지? 전정국이 나를 좋아한 게 아니었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들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확인하고 싶었다. 나의 물음에 대한 전정국의 분명한 대답을 듣고 싶었다.





“말을 해봐, 그렇게 한순간에 떠날 수 있을 만큼 내가 소중하지 않았던 거냐고!”





감정을 실어 외치다 끝까지 찬 숨을 힘겹게 내뱉었다. 전정국은 끝까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의 침묵이 여기까지 온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고, 내가 여태 생각만 했던 걱정들이 현실이 된 것 같아 무척 허탈했다. 이러니까 진짜 같잖아… 내가 했던 걱정들이 전부 진짜인 것만 같잖아, 전정국……





“내가 너 사라지고 며칠을 울었는지 알아? 없는 번호라고 뜨는 네 번호로 전화를 몇 번씩 걸었는지, 네 온기가 느껴지지도 않는 방에서 며칠밤을 꼬박 새웠는지, 네가 아냐고… 목구멍으로 뭐가 넘어가질 않아서 아무것도 못 먹고, 혹시나 네 소식을 아는 사람이 학교에는 있지 않을까 해서 갔다가 복도에서 쓰러지고. 그런 와중에 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하나로 여기까지 왔단 말이야……”

“……”

“그런데도 넌 대답 한 마디 안 해주잖아… 네가 뭐라고 날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만드는데……”





덜덜 떨리는 손에 주먹을 꽉 쥐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한 단어마다, 한 문장마다 힘을 주며 전했다. 솔직히 이건 전정국이 죄책감을 조금은 느꼈으면 해서 일부러 말했던 것이기도 했다. 내가 이만큼 아팠는데 너도 조금은 아팠으면 해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슬픈눈으로 나를 바라보기만 하는 전정국이 미운 마음에 그에게서 돌아섰다. 들이댈 때와 비슷한 마지막 수단이었다.





“… 나 너 다시는 안 봐. 이번에는 내가 널 버리는 거야.”





전정국에게서 돌아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천천히 너에게서 멀어졌다. 이제는 잡지도 않는 전정국에 정말 끝임을 깨달아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과 반대로 허탈한 웃음이 내 입꼬리를 당겼다. 조금씩 전정국에게서 멀어지다 시야가 뿌얘졌고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나의 몸이 까슬한 흙에 닿았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