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승우가 한 모든 호의에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왜 그렇게
나에게 잘 해줬는지, 조건없이 모든걸 바쳤는지.
포도주에 잔뜩 취한 그는 한번도 보인적 없던 흐트러진 모습을
내 보였다. 나는 승우가 잠깐 나갔다 온다는 말에 알겠다 했
지만 이렇게 술에 취해 들어올 줄은 알지못했다.
어찌저찌 집으로 들어오더니 알수없는 이름들을 얘기했다.
''...승식.. 찬.. 세주ㄴ.. 한세.. ㅂ..찬.. 수빈이..''
라고 하더니 8개중 내가 쓰던 침대 위에 눕더니 한 여자의 이름
을 중얼 거리기 시작했다.
''....화야.. 미안해... 가지마..''
라며 나의 손목을 꾸욱 잡았다
''..가지마..''
''... 안갈꺼에요''
쿵-
책장에 가지런히 세워져있던 앨범이 떨어졌다. 한번도 관심을
가진적 없었지만 유난히 그날따라 눈길이 갔다. 앨범 옆에는
가죽으로 된 다이어리가 꽂혀있었다.
앨범을 펼쳤더니, 한 여자를 중심으로 두고 승우를 포함한 7명
의 남자들이 활짝 웃고있는 사진이었다. 밝은 분위기의 사진이
었다. 그 여자, 그 여자만 웃고 있지 않았다.
그 여자는 소름끼칠정도로 나와 닮았다.
길고 검은 생머리, 연한 갈색의 눈동자, 하얀피부, 외에도 얼굴
이나 체형 모두 똑같다. 거울을 보는듯한 정도였다.
사진을 하나 둘 넘겨보니 모두 그 여자만 웃고있지 않았다. 화
가 난것 같아보였지만 슬퍼보이기도 했다. 맨 뒷장에 어려보이
는 7명의 남자와 웃고있는 여자가 있었다. 딱 한장이었다. 그
여자가 웃고있는 사진, 그 사진에는 날짜가 써져있었다. 2016
년 11월 9일
침대 8개가 찍혀져 있는 사진이 있었다. 지금 이 집의 사진이
었다. 내가 자는 그 침대가 그 여자의 침대였다.
미친듯이 혼란스러워졌다. 난 지금 내가 아닌 그 여자의 역할을
대신하는것같았다.
승우는 이미 잠에 든지 오래였고, 소녀는 다이어리를 꺼냈다.
다이어리는 먼지가 쌓여있었다,
일기는 정말 한 여자를 좋아하는 이야기었다. 단순히 짝사랑하
는 내용이였다. 그 남자들의 이름이 잠결에 외쳤던 이름이었고,
승우를 포함한 7명의 남자 모두 그 여자를 좋아했다고 한다.
여자가 좋다고 할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들의 사랑은 일방적이
었다.
그 여자는 어떠한 이유로 죽었다.
일기에는 '세준이가 요즘 무언가에 쫒기는 듯한 꿈을 자주꾼다'
라는 말이 나와있었다.
머리가 터질듯 했다.
'우리는 세준이에게 블루문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내가 낸
아이디어이다 왠지 세준이는 블루문이 잘 어울린다'
'연화가 여행을 간다고 했다. 오랫동안 갔다올것이라고 한국에
오면 연락을 주겠다 얘기했다. 우리는 다같이 나를 기억해! 알
겠지? 우리 모두 생각해줘야해 라고 말했다'
'연화가 죽었다, 한국에 도착했다더니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
다. 우리 모두 정신을차리기 힘들어 바람을쐬러 바닷가를 가려
했다. 가는길에 연화와 항상 전화하던 공중전화 부스를 보았
다. 세준이도 그걸 보았다. 세준이는 브레이크를 밟지 못했다.
세준이와 나는, 안전벨트를 매고있었고 에어백과 들고있던 인
형 덕분에 살았다. 하지만 승식이, 찬이, 한세, 병찬이, 수빈이는
죽었다. 나와 세준이만살았다. 그 기억속에 아름답던 우리는
가슴속에 묻어두었다'
'그립다. 밤이 깊어갈수록 너무 그립다. 애들과 연화, 향수가 젖
은 밤이다. 이게 정말 그리운밤 아닌가, 세준이라도 연락이 닿
는다면 좋았을 텐데 그때 이후로 작은 흔적도 볼 수가 없다. 모
두가 너무 그립다'
나는 죽은 여자의 가짜인가, 대체품같은걸까, 만약 내가 가짜이
고, 대체품이라면 난 어떠한 행동을 해야할까.
''다신 널 놓치지 않을꺼야 널 이렇게 안아서
우린 영원히 함께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