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때도 되지 않았니?"
교무실 문을 열고 나오는 내 손에는 새빨간 잉크로
가차 없이 그어진 성적표와
음대 입시 기획서가 들려 있었다.
잔인하게도 세상이 정해둔 기준은 온통 새빨간 색이었다.
다 컸으면 원래 다 감당해야 하는 거라고,
어른이면 어른답게 행동하라는 선생의 말.
그게 내 눈에는 왜 이렇게 더 유치해 보이고 치사하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또 시작된 지독한 하루도,
나에겐 늘 난생처음인 일 투성이라 매 순간이 버겁고 숨이 막히는데.
"참, 이건 뭐 코미디도 아니고……."
나만 괴롭히려고 온 세상이 짠 것처럼 사방에서 목을 조여 왔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고2 여름방학의 한가운데,
에어컨 바람마저 서슬 퍼런 교실을 뛰쳐나왔다.
터벅터벅 걸어 올라간 학교 옥상.
내 인생은 지금 배경음악만 빼면 딱
잔인한 호러 영화나 다름없었다.
흔하디흔한 열린 결말조차도,
주인공인 내겐 당장 내일 닥쳐올 시커먼 현실이었다.
죽으란 것도 아니고,
왜 다들 나한테만 뭐라 해 숨도 못 쉬게 만드는 걸까.
쿵, 하고 거칠게 옥상 문을 닫아걸었다.
먼지 쌓인 낡은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어 활을 쥐었다.
손끝이 바들바들 떨려왔다.
시간이 나를 강제로 어른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차라리 머리에 뿔이라도 달고 버티고 싶었다.
조금만 더 나중에 나를 데려가 달라고,
나를 조금만 더 달래달라고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저 멀리선 벌써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어리광의 끝을 알리듯 붉은 노을이 옥상 바닥을 적셨다.
LUCY(루시)
🎧전체관람가[Childis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