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너로 할게

3화. 반복된 선택

윤서는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현관 문을 닫고 신발도 벗지 않은 채 그대로 서 있었다. 머릿속에서 계속 같은 말이 맴돌고 있었다.

 

당신이 죽을 때마다.

시간을 다시 돌렸습니다.

 

그 말이 장난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 카페에서 일어난 일만으로도 충분했다. 정국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고가 일어나는지.

 

윤서는 천천히 소파에 앉았다.

손목이 다시 따끔거렸다.

소매를 걷어 올리자 검은 선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아주 미세하게 맥박을 치고 있었다.

 

“이게… 뭐야.”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짧은 메시지가 떠 있었다.

 

[정국]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윤서는 한참을 화면만 바라봤다.

결국 답장을 보냈다.

 

[윤서]

어디서요.

 

잠시 후.

 

[정국]

회사 근처 공원입니다.

 


 

밤공기가 차가웠다.

공원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가로등 아래 벤치에 정국이 먼저 앉아 있었다.

 

윤서는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갔다.

정국이 고개를 들었다.

 

“와 주셨네요.”

윤서는 벤치에 앉지 않았다.

“설명해 주세요.”

 

정국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시간을 돌렸다는 말.”

윤서는 손목을 들어 보였다.

“이 문양.”

그리고 낮게 말했다.

“…그리고 왜 내가 죽는지.”

잠시 바람이 불었다.

정국은 잠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어디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처음부터요.”

윤서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정국은 잠시 윤서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윤서 씨는 한 달 뒤, 퇴근길에 사고를 당합니다. 횡단보도에서요. 오늘처럼.”

윤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정국이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사고로 죽습니다.”

“…”

“처음에는… 그냥 사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하지만 시간이 돌아갔습니다.”

윤서의 눈이 흔들렸다.

“눈을 떴을 때, 저는 같은 날짜에 있었습니다. 똑같은 회사, 똑같은 사람들, 똑같은 하루.”

정국의 시선이 윤서를 향했다.

“그리고 윤서 씨는 다시 살아 있었습니다.”

윤서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게… 회귀라는 거예요?”

정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왜 또 죽어요.”

윤서의 질문은 단순했지만, 정국은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운명이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슨 뜻이에요.”

정국이 손목을 보여줬다.

검은 선이 거의 짙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 문양은 시간을 되돌린 흔적입니다.”

윤서는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봤다.

“윤서 씨는 항상 같은 날에 죽습니다.”

정국이 말했다.

“그리고 저는 그때마다 시간을 다시 돌립니다.”

 

윤서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왜요.”

그 질문은 단순했지만, 정국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조용히 말했다.

 

“처음에는… 우연이었습니다.”

윤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국이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반복되면서 알게 됐습니다.”

그의 시선이 윤서를 향했다.

“윤서 씨가 죽는 순간을… 저는 항상 보고 있었습니다.”

 

윤서의 심장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래서 시간을 돌렸습니다.”

 

정국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지만, 아주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 번이면 바뀔 줄 알았습니다.”

 

그는 짧게 웃었다.

“하지만 운명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더군요.”

 

윤서는 한 발짝 다가갔다.

“그래서 계속…?”

정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윤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몇 번이에요.”

정국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멀리 어두운 공원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

“처음에는 기억했습니다.”

윤서는 숨을 멈췄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정국의 손이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가 윤서를 바라봤다.

“…몇 번째인지 기억이 안 납니다.”

윤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윤서의 손목이 다시 빛났다.

정국의 문양도 동시에 반응했다.

둘의 손목 사이에서 미묘한 빛이 흔들렸다.

 

정국의 표정이 굳었다.

“…이상하네요.”

“뭐가요?”

 

정국이 낮게 말했다.

“이전 반복에서는 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윤서는 불안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때였다.

멀리서 바람이 갑자기 세게 불었다.

공원의 가로등 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정국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윤서도 따라 올려다봤다.

아주 잠깐.

하늘 한쪽이 어둡게 갈라진 것처럼 보였다.

 

정국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시간이 틀어지고 있습니다.”

윤서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정국이 말했다.

“이번 반복.”

잠시 멈춘 뒤.

“…뭔가 달라졌습니다.”

윤서의 손목 문양이 다시 한 번 강하게 빛났다.

 

정국이 윤서를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

“아마.”

잠시 숨을 고른 뒤.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