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치료가 가능한가요

54ㅣ캔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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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ㅣ캔커피








나는 그렇게 트라우마와 슬럼프를 극복하게 되었다. 언제까지 구태의연하게 살 수는 없었다. 내 몸조차 건사하지 않고 일에만 집중했다. 나는 제희 씨의 수술에 주력했다. 하등의 변화도 없을 줄 알았던 제희 씨는 점점 상태가 호전되고 있었다. 나는 희망을 가져 제희 씨를 돌보았고, 결국 심장이식수술이 가능한 상태까지 왔다. 교수님을 주축으로 우리는 수술을 감행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며, 제희 씨는 안정적인 호흡을 이어갔다.

“진짜 고마워, 서아야.”

환자를 많이 살린 나로서는 감사의 표현을 많이 받아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간구하고도 처연한 감사 인사는 처음이었다. 가슴이 찡하니 울리며 눈물이 차오르는 걸 뒤로 한 채 진작 눈물을 흘리는 지민에게 따끈한 캔커피를 건네었다. 이 순간에는 입에 발린 말이 아닌 따끈한 캔커피가 지민의 마음을 더욱 안심 시켜줄 것이라는 생각에 아무 말 없이 옆에서 등만 토닥여 주었다.

“내 인생은 널 만난 전과 후로 나뉘는 것 같아.”

“너를 짝사랑했을 때, 힘들다는 생각은 없고 그저 너를 보는 게 좋았어.”

“지금은 좋아하는 마음이 없어졌지만, 이렇게 도움을 줘서 고마워.”

“… 뭘, 나는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지민의 말은 내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환자 진료가 있다는 핑계를 댄 채 지민에게서 멀어졌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밖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는 없어 미묘한 감정을 뒤로 한 채 휴게실로 향하던 도중 교수님을 마주쳤다.

“윤서아, 너 왜 울어.”

“… 모르겠어요, 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왜 우는지.”

“이거라도… 마셔, 좀 진정될 거야.”

교수님이 건네준 건 다름 아닌 캔커피.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교수님이 신기하면서도 당황한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나는 결국 살풋 웃고는 캔커피를 두 손으로 받았다. 온기가 느껴지는 따뜻한 커피, 존재 자체만으로 위로가 되었다.

“고마워요, 덕분에 좀 괜찮아졌어요.”

“뭘, 마음 추스려.”

“왜 우는지 모르겠을 때는 따뜻한 커피가 최고거든.”

“… 내 인생은 교수님을 만난 전과 후로 나뉘는 것 같아요.”

“내 인생에 들어와줘서 고마워요, 계속 내 옆에만 있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