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었다> 제 5화. 나의 청춘에게 [외전/~ 위에]
—
아침부터 약속 때문에 바쁜 와중에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보니, 약속의 당사자인 사람이 ‘박지민💜’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되어서,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여보세요~”
-응, 당신 여보에요~
…하, 진짜. 이런 멘트는 어디서 알아서 써먹는건지 모르겠다.
내가 대답이 없으니, 박지민이 나에게 괜찮으냐 물었다.
“응? 아, 괜찮아.”
- 아니, 너 아프면 노는 것도 안되는데…
“아니, 나 멀쩡해, 진짜로!”
- 진짜로?
“어어, 진짜!”
잠깐 웃는 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리더니 박지민이 아무렇지 않게 말을 했다.
- 그래, 그럼 오늘 10시, 맞지?
시곌 보니 지금은 8시 50분을 향해 초침이 달려가고 있었다.
조금 있다가 나가면 거의 맞춰서 나갈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한 후에 박지민에게 대답했다.
“어, 맞아. 나는 좀 이따가 나갈건데 너는?”
- 나는 곧 나가려고.
“그럼 전화 끊어야겠네?”
- 응, 아쉽지만 아무래도.
“그래, 나중에 10시에 봐.”
- 응, 그래.
“…”
- …
뚝—
후… 결국 사랑한단 말은 아직 전화로는 못하네.
사실 지금은 고2 말로, 벌써 2학기까지 끝나고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모처럼 정말 오랜만에 박지민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서로 방학 시작날이 비슷하기도 했고, 요 최근에 못보기도 했고, 또 겨울방학이 길어서 하루 만나는 걸로는 일상에 지장이 갈 게 없었으니.
한 9시 10분쯤에 나가면 되려나? 아니 진짜, 이러면 내가 너무 죄책감이 들잖아. 쟤는 어디 사는지도 몰라서, 결국 내 집 근처로 약속장소를 정하고, 거기서 만나기로 했는데.
…뭐 어때, 다음에 집 알려주면 무조건 그 근처로 정하면 되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아니, 어차피 박지민 생각이긴 하지만. 뭐, 아무튼 여러 잡생각을 하다가 시계를 보니 벌써 9시 5분을 넘었다.
지금쯤 나가면 되겠지.
박지민은 어디쯤일까, 요즘엔 뭘 할까, 성적은 어떨까, 만나면 뭐부터 얘기해줄까 라고 또 박지민 생각을 하며 아파트의 공동현관을 나왔다.
“김여주.”
…응? 누가 나 불렀는데.
어딨지 싶은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니 내 시야의 사각지대쪽에서 익숙한 기분이 드는 사람이 나왔다. 모자를 쓰고 있어서 당장 확인은 못했지만, 그냥 순간적으로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김여주, 뭐야? 나 못 알아봐?”
아, 이제 알겠네.
“…못 알아볼리가 없잖아.”
“그래, 아무튼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하는 물음에, 놀란 마음도 뒤를 하고 멍청하게도 울컥해서, 눈물이 고였다.
“뭐야, 울어? 울지마.”
“너 진짜… 내가… 내가 얼마나 너때문에 마음고생 했는지도 모르면서…”
“아니, 그건 좀 봐줘. 오늘 알려줄 예정이었다고.”
“어딘데?”
“나중에, 순서가 다 있어~“
“…그래라.”
뭐부터 얘기해야할까. 박지민이랑 오랜만에 만나서 기분이 묘한데.
그런데 그때, 박지민이 나에게 물어왔다.
“…그럼 갈까, 자기야?”
그때와 같은 분위기. 그러나 그 고백 당시에는 어두워서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낮이다. 박지민을 바라보니, 표정이 매우 잘 보였다.

…환하게 웃고있는 얼굴. 그래, 난 니 웃음이 진짜 너무 좋더라.
“…그래, 여보.”
계속 그렇게 웃어줘. 니가 웃는 건 곧 내게도 웃음이 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