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난치지 마
-
쿡쿡.-
"야, 자냐?"
"아..으..우으..제발"
운학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책상 앞에 엎드려 잠든 운학을 향해 쿡쿡 볼을 찌르고 눌러봐도 꿍얼거리는 것 외에 얌전하다. 신기하게 또 잠결에 물어보면 대답까지 해준다는 게 제법 웃기기도 하다.
"김운학, 언제까지 먹을 거야?"
"우응.. 다 먹을거야..”
나는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도대체 꿈에서 뭘 먹고 있는 건데ㅋㅋ 김운학 하여튼 저 먹보는 어딜 안 간다.
나는 요즘 김운학 괴롭히는 맛에 들렸다. 18살 처음 같은 반이 된 김운학은 덩치와 다르게 놀리는 맛이 있었다. 반응 하나하나가 찰지고 웃겨서 계속 건드리고 싶은 욕구를 돋게 한다. 내가 워낙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김운학은 그런 나의 먹잇감에 탁월한 토끼이기도 하다. 반응이 재밌으니까.
어느날은 수업시간이었다. 학교에서 엄하기로 소문난 수학쌤 시간이었다. 예전에 치마길이, 교복 마이 철저하게 잡아내는 학주로 유명한 선생님이었다. 요즘은 세대가 바뀐지라 학교 규정이 덜 하지만 이 선생님은 아직까지도 무섭기로 유명하다.
딩. 딩. 딩.
굿모닝~
딩. 딩. 딩.
수업 도중 교실에서 알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교탁을 등지던 선생님의 고개가 홱 돌이갔다. 학생들 자리를 슥 훑어보시더니 아이들의 시선이 모인 곳에 멈춰섰다.
빠빠빠빠빠 빠빠빠빠~
굿모닝~
"..아, 진짜 왜 안 꺼지지..;;"
김운학은 책상 밑에 두었던 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운학의 책상 밑으로 흘러나오는 모닝 알람음이 미친듯이 울려대는데 운학의 등에서 실시간으로 땀이 뻘뻘 흘러내렸다. 뚝.- 결굴 폰 전원을 껐다. 그러나 이미 수학쌤은 운학의 앞으로 다가와 김운학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사나운 인상으로.
"김운학. 핸드폰 압수."
"..네"
"이따 학교 끝나고 찾아가라"
"..네, 죄송합니다"
운학은 잔뜩 쭈글이가 되어서 수학쌤한테 폰을 뺏겼다. 운학은 창피함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 속으로 아. 아. 거리며 이불킥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그런 김운학의 얼굴을 보면서 피식 웃음을 참아냈다. 사실 저 알람음 내가 맞춰 놓은 걸 김운학은 몰랐을 것이다. 의심조차 안 했겠지. 또 저항없이 당하는 김운학이 너무 웃기다.
-
"아, 진짜 폰 뺏겼어.."
"왜, 모닝콜남"
"...야;"
어느새 김운학의 별명이 추가 됐다. '모닝콜남' 거의 한달마다 매 새로운 별명이 추가된다. 별명 적립에 탁월한 성격이다. 별명이 생기는 계기도 웃긴데. 매번 아무 것도 안 먹겠다고 선언해 놓고 바로 실패해서 붙여진 '입만번지르르' , 애 간식을 몰래 먹고 있다 들켜서 '운아기' , 일본어로 우나기는 '장어' , 이름도 워낙 특이하다보니 뭐만 붙이면 말이 되는 것도 한 몫했다. '기무낙지' , 기무낙' , ‘운학교 종이 땡땡땡' 등등 이제는 못 외울 지경이다.
"진짜 이상하네, 난 알람 맞춘 적도 없는데.."
"그치, 넌 맞춰도 못 일어나지"
"...아, 아니라고~!"
운학은 억울하다는 듯이 눈을 번쩍였다. 억울할때마다 이목구비가 동글해지는 게 가장 포인트다. 동글한 눈 코 입에서 억울한 호흡 섞인 "아니~!" 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아, 오늘 체육인데"
"그거 앎?"
"뭐?"
"오늘 체육 체육관에서 한대"
"엥, 운동장 아니었음?"
"오늘 아침에 바뀌었던데?"
"진짜?"
.
.
.
-
"출석 체크한다, 김ㅇㅇ"
"네"
"김여주"
"네"
체육쌤이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운동장에 이름이 하나씩 불려오는데 드디어 김운학의 이름이 불렸다.
"김운학"
...
"김운학 없어?"
"잠시만요~!!!"
저 멀리서 김운학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급하게 뛰어오면서 얼굴이 시뻘게 진 게 여기서도 보일 정도다. 운학은 운동장 앞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헥헥 숨을 몰아쉬면서
"..하아..김, 김운학 왔습니다!!"
"..일찍 다녀라."
"네..!!"
변명도 없이 씩씩하게 네를 외치고 자리에 돌아왔다. 내가 장난친 걸 아는지 자리에 돌아온 김운학은 나를 째릿 째려본다. 나는 그런 김운학을 향해서 통쾌한 미소만 찍. 김운학은 그럼 두눈을 억울하게 뜨며 입으로 나쁜 말을 참는다. 그래놓고 입모양으로 뻐끔이는게 '아 진짜로.' 밖에 없다. 욕도 제대로 못하는 게 미련한 곰탱이 같기도 하다. 바보 처럼 착한 건 김운학 밖에 없을 것이다.
"아.. 배고파"
"오늘 제육볶음이래"
"와, 진짜??"
제육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인다. 점심시간이 다가올 때면 김운학의 텐션은 주체할 수 없다. 먹보 아니랄까봐. 먹는 것에 진심이다. 급식실에 들어서자 김운학은 급식판을 들고 고개를 삐죽 삐죽 좌우로 흔든다. 줄 사이사이로 오늘 급식의 상태를 체크하는 중이다. 흡하- 하고 냄새를 맡고 입맛을 다신다. 줄이 줄어들때마다 신나는 게 그에게서 붕방방 꼬리가 보인다. 급식 앞으로 다가섰을 때 급식 아주머니분들에게 꼬박 꼬박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이며 급식을 받는다. 그리고 대망의 제육볶음 앞에서 "아주머님, 제육 좀 많이 주세요~!!" 헤벌쭉 미소를 들이민다. 급식 아주머니는 이젠 김운학의 이름까지 외우셨다. 저 살가운 미소에 누가 안 넘어가겠는가.
"넉살은 참 좋은 것 같아"
"믕..어?"
운학은 입에 제육을 박박 집어 넣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입에 묻히고 먹는 모습이 귀엽다. 나는 저 얼굴이 좋은 것 같다. 어쩐지 더 놀리고 싶은 게.
"야, 너 얼굴에 뭐 묻었다"
"아, 뭐..ㅋㅋ 잘생김?"
운학은 이제 내 장난에 능청스럽게 받아친다. 익숙해졌나. 좀 괘씸하네.
"응, 못생김"
"..아"
운학은 어이가 없다는 듯 다시 제육을 입에 넣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배불러.."
"다 먹은 거야?"
"응"
"...남은 거 내가 먹어도 돼?"
"그러던가"
운학은 기다렸다는 듯이 남은 제육을 집어 간다. 남이 먹던 것도 서스럼없이 먹는 김운학. 항상 내가 남기는 것도 지가 먹어준다. 무슨 잔반처리도 아니고... 그래도 김운학은 지가 더 먹고 싶어서 먹는 거 겠지만 남이 먹은 것까지 먹어주는 게 영 마음이 좋지 않다. 그냥 내가 제육 더 받아 오면 되는데...
-
"매점 갈래?"
"아까 내 제육 다 먹은 사람 누구지"
"헤헤.., 아니 간식배는 따로 있지"
"...그거 보통 여자애들이 하는.."
"가자, 응?"
운학은 내 팔을 붙잡고 늘어진다. 눈망울을 반질반질 굴리며 세상 불쌍한 표정이다. 못 말린다 김운학. 나는 또 김운학의 얼굴에 넘어갔다.
"그럼, 매점 늦게 도칙한 사람이 돈 내주기"
"..엉?"
"준비 시.작."
나는 시작을 외치자마자 매점으로 달렸다. 김운학은 잠깐 어안이 벙벙이더니 이내 "아, 반칙이지~!!" 소리치며 내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먼저 도착했다.
"하아.."
"와..이건 아니지..하..아...-"
"그러게, 빨라야지"
"..와, 진짜..와.."
김운학은 할말을 잃었는지 연신 "와.. 진짜" 라 말하며 탄식한다. 그래도 김운학은 승부에 수긍했다. 우리는 매점에서 막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골랐다.
그렇게 운동장 주변을 걸으면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점심시간마다 김운학과 산책하는 게 일상이다. 김운학은 가끔 운동장으로 나가 남자애들이랑 축구를 하고 오곤 했다. 요즘은 나랑 산책하는 날이 더 많아 진 것 같지만..
"김여주, 나 한입만"
"왜 너거 있잖아"
"그건 딸기 맛이잖아, 난 초코인데"
"어쩌라고ㅋㅋ"
"아아.. 한입만"
운학은 내 아이스크림이 맛있어 보였는지 한입만을 시전한다.
"알겠어, 한입만 먹어"
"와-암"
김운학은 자신이 벌릴 수 있는 최선의 입모양으로 벌려 내 아이스크림을 와앙 물었다. 내 아이스크림이 반토막이 났다.
"...야, 뒤질래"
"..아ㅎ, 너무 많이 물었다.."
김운학은 자신도 너무 많이 물었나라는 생각에 찔끔 내 눈치를 살폈다. 발발 떨리는 눈동자에 잔뜩 쫄아 있는 김운학이다. 따가운 시선에 김운학이 먼저 수그리고 들어왔다.
"...미안"
"너거 내놔."
나는 덥석 아이스크림이 들린 김운학의 팔을 낚아 채 끌어 당겼다. 와앙 입을 벌리고 김운학의 아이스크림을 향해 돌진했다. 운학은 식겁하며 "아아 알겠어!!"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제지했다. 나는 그럼에도 꿈쩍도 안 하고 김운학의 아이스크림을 잡겠다고 끙끙거렸다. 내 반토막 낸 아이스크림에 대한 복수라고 김운학을 항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어째... 김운학의 힘에 못 이겨 털썩 그대로 김운학의 가슴 위로 얼굴이 파묻혔다. 젠장 키가 너무 큰 탓이다. 저 덩치는 쭉쭉 뻗은 긴 팔로 요리조리 아이스크림을 하늘 위로 치켜세우는데 얄밉기만 하다. 그렇게 몇 분을 실랑이를 했을까.
얼굴이 묻힌 김운학의 가슴팍에 둥둥둥 얕은 진동이 느껴졌다. 조금 빠르게 진동하는 둥둥둥 소리는 김운학의 교복 셔츠 위로 세어 나왔다. 심장 뛰는 소리가 이렇게까지 들일 일인가? 나는 김운학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순간 눈이 마주치면서 김은학의 꿈뻑이는 눈과 마주했다. 잠시 멀뚱히 바라보다가 아까 들리던 둥둥둥 소리가 점차 커지는 게 느껴졌다. 어쩐지 가까워진 얼굴이 낯간지럽다.
"자, 자 줄게 됐지?"
나와 눈이 마주친 김운학은 순순히 내게 자신의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그리고 조금 뒷걸음질하듯 한두 발짝 뒤로 물러섰다. 머리를 긁적이며 당황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귀는 새빨개져서는 내 눈을 피했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김운학이 왜 저렇게 당황하지?
아이스크림은 막대를 따라 뚝 녹아내린다. 손에 떨어진 초코맛 아이스크림은 찐득하게 달라붙었다.
날씨가 좀 더운가...
-
"김운학, 가자"
김운학은 청소당번인 나를 기다려주곤 했다. 집 방향이 같아서 자주 김운학이랑 등하교를 같이 했다. 그리고 오늘도.
김운학이랑 하는 하굣길은 재밌다. 주절주절 말 많은 김운학의 얘기를 듣는 것도 웃기고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하곤 한다. 대화 주제는 좀 확확 바뀌긴 해도 우리는 뭐가 그리 재밌다며 킥킥거린다.
"아 오늘 먹었던 제육 맛이 안 잊히네"
"어제는 불고기 맛이 안 잊힌다며"
"그만큼 맛있었다는 거지~"
"제육이 그렇게 좋냐"
"당연하지, 제육 안 좋아하는 사람 있어?"
"...나는 그냥 그런데"
"...충격이야, 제육을 안 좋아해??"
"..굳이?"
충격 먹은 김운학의 표정은 마치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 제육킬러 김운학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호들갑을 떤다.
"뭐 다들 호불호가 있잖아"
"그럼 너는 뭐 좋아하는데"
김운학은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기는 한 건가라는 생각에 물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김여주는 먹는 것에 행복이란 모를 것 같다고.
김운학의 말에 나는 좋아하는 것을 곰곰이 떠올려보았다. 딱히 좋아할만 한 거라... 아무래도 김운학한테 장난치기? 그것 아니면 내 인생의 재미라곤 1도 없는걸. 김운학의 반응 보기가 내 취미고 재미고 좋아하는 부분이다. 그 생각에 나는 또 재미난 장난이 생각났다. 조금은 짓궂지만.
"난, 너 좋아해"
"...진짜?"
"...뻥인데~"
"..."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깜박 속은 김운학의 얼굴을 기대하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쩐지 말이 없는 김운학이었다.지금쯤이면 "아, 진짜;; 뭔데~!!" 라는 말이 나왔아야 했는데. 김운학의 표정에 웃음기 하나 없다. 뭐지... 화났나?
"뭐야, 김운학 화났어?"
"..."
"야..~ 장난인데.."
"그런 장난치지 마"
"...응?"
김운학의 얼굴이 낯설다. 평상시와 달리 좀 진지해보인 달까. 무표정의 얼굴은 어딘가 단호하고 차갑다. 아니 뭐 이런 장난가지고 정색을 하는지... 원래 같으면 더 짓궂은 장난에도 실실 웃으며 넘어갔으면서 이런 거에 굳은 표정을 보이니 나도 이 상황이 민망하기만 하다. 안 받아주는 김운학에 조금 서운하다고 생각했나.
"그렇다고 뭘 정색하고 그러냐.. 사람 무안하게..."
"...어?"
운학은 그제야 아차 싶었는지 원래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나는 방금전 김운학의 반응에 서운했는지 웅얼웅얼 서운함을 표출했다.
"이제 장난 안 치면 되잖아. 됐어?"
"아니 그게.."
운학은 횡설수설 서운해하는 여주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버벅거린다. 방금 전 자신이 왜 그랬지라는 생각에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었다. 사실은 그게 아닌데. 왜 말이 저렇게 나갔을까. 후회했다.
"나 갈래"
"여주야..!!"
여주가 돌아서자 김운학은 흠칫 그녀를 멈춰세운다. 여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휙휙 길을 앞질러 나아간다. 김운학 얼굴 절대 보기 싫다는 듯 걸음걸이에 감정이 실려있었다.
"김여주!!"
"..."
"나 할말 있어"
운학은 어느새 여주를 따라 잡아 그녀를 붙잡았다. 여주는 김운학을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
"뭔데"
"...아까는 미안, 말이 좀 심했어"
"...그래서 뭐,,"
"안 그럴게"
...사실 이미 서운 한 건 그 전에 풀렸다. 그냥 나도 좀 놀랐을 뿐이다. 김운학의 정색에 면역이 없었단 말이다. 항상 생글생글 김운학인데 처음 무표정의 굳은 김운학의 얼굴을 보니까 낯설어서 겁이 났던 것 같다. 잘 받아주는 성격인 걸 알면서도 내가 너무 했나 싶기도 했다. 김운학에게 나도 미안하다고 입을 열려던 순간.
"네가 좋아"
김운학이 먼저 나를 붙잡고 말했다. 김운학에 말에 온전히 알아듣는데에 시간이 걸렸다. 얼굴에 뭐라고? 라는 말을 띄우고 김운학을 바라보았다.
"...뭐?"
"나는... 네가 좋아!!"
갑자기 고백인지 포효인지 모를 말을 외쳤다. 겉보기에 포효에 가까웠다만. 아니 근데 누가 고백을 저렇게 포효하듯 하나. 보통은 "좋아해" , "사귈래" 가 정식 고백 멘트 아니냐고... 근데 무슨 초코가 좋아, 딸기가 좋아 취향 얘기하는 것 처럼 "네가 좋아!!" 는 뭔 고백 멘트인가. 근데 또 그 말을 뱉는 김운학의 얼굴은 진지하고 수줍은 게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내가 푸핫 웃음을 터트리자 운학은 당황한 듯 찔끔 눈치를 살폈다.
"그걸 고백이라고 하는 거야?"
"...싫어?"
"아니..싫진 않는데"
"그럼 좋아..?"
김운학은 긴장했는지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내 대답을 기다리는 지 빤히 내 눈을 바라보았다.
"...좋고 싫고가 문제가 아니라, 뭔 고백이 이렇게 무드도 없냐고..."
"아..."
김운학은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자신도 모르게 툭 튀어나 온 고백이었기 때문이다. 네가 좋아서 좋으니까 그런 장난이 싫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건데 그걸 뚝 잘라 네가 좋아로 줄여버리니 영 무드 없는 고백 외침일 뿐이었다. 나는 그런 김운학이 귀여워서 용기 한 번 내볼련다.
"좋아해"
"...어?"
"김운학, 너 좋아한다고"
"..또 장난치는 거면"
"장난아니야, 좋아해"
"..."
김운학은 잠깐 고장이라도 났는지 눈을 깜빡였다. 조금씩 입력값이 정리됐는지 " 어..? 어..!?" 호들갑을 떨며 입꼬리가 삐죽삐죽 올라가는 게 보였다. "아, 진짜..?" 한 번 더 확인하듯 묻는 김운학의 물음에 한 번 더 쇄기를 박았다.
"아, 진짜라고~"
"...아ㅎ, 한 번 만 더 말해주면 안돼?"
운학은 해벌쭉 바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부탁했다. 계속 보채는 김운학에 어쩔 수 없이 또 대답해 준다.
"좋아해, 좋아한다고"
"나도 좋아해"
"...알아, 얼굴만 봐도 알겠다"
"..헤헤"
저 바보 같은 김운학. 뭐가 좋다고 저리 실실 웃을까. 내가 그렇게 괴롭히고 장난쳐도 한결같이 반응해 주는 것도 너밖에 없을 거다.
"야, 김운학"
"응?"
"저기 가로등 앞까지 먼저 도착하면 사귀어줄게"
"..우리 이제 사귀는 거 아니었"
"준비 시. 작."
나는 김운학의 말을 끊고 가로등을 향해 달려갔다. 김운학은 그제야 "아, 잠깐만!! 그런 게 어딨어!!" 라 외치며 뒤따라 달려온다. 적당히 달릴 생각으로 뛰었는데 김운학 어쩐지 오늘 세상 빨리 달려온다. 어느새 따라잡히고 이내 나를 넘어서 달리고 있는 게 아닌가. 중간에 멈춰 주려고 했는데 그것도 필요 없을 것 같다. 아, 김운학. ....귀엽다니까ㅋㅋ
*

+) 운아기 평생 아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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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일반은 너무 오랜만이에오…
근데 저 언제 이렇게 됐죠?

아니 어쩐지 아무것도 안 썼는데 구독자가 오르더라구요? 감사하지만 조금 창피하고 민망하네요…….🙈
사실 혼자 망상할려고 쓰던 거라 얼떨떨해요
게다가 요즘 보넥도 팬픽도 조금씩 보이는 것 같고!!
제가 시작할때는 없었거든요……
외로웠달까 하하.😅
이제 원도어 유입도 많아진 것 같아 행복합니다.

원도어 나랑 400년 함께 움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