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는 처음이라_

1. 고등학교는 처음이라_

착하다. 공부를 잘 한다. 친절하고 예쁘다. 항상 사랑받는다.
내가 지금까지 목숨걸고 지켜온 말들.

진짜 내 인생은 옛날부터 왜 이럴까..

착해봤자 뭐해? 지금은 다 뒷통수 치는데.

공부 잘 해봤자 뭐해? 대학교 자체가 없어졌는데.

사랑 받아봤자 뭐해? 살아있는 사람도 얼마 없는데.

나도 이젠 모르겠다. 세상이 이렇게 변해버린 뒤로는 도저히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가 없어.

복도에 흩뿌려진 피에서 비린내가 냈다. 
죽어버린 아이들은 형태도 못 알아버릴 정도로 검게 변했고,
중간중간 깨진 유리 사이로 괴물이 보였다.
 
나도 지금까지 노력 많이 했는데. 이제는 쉬어도 되지 않을까?
괴물이 입을 벌린다. 사람의 머리를 얼마나 씹어댄 것인지 이가 검게 물들어있었다. 이번엔 끝나긴 할까? 또 반복되면 어떡하지? 이제는 좀 편해질 수 있을까?

"아.. 람아.. 하람아..!!!"
누군가가 나의 팔을 낚아챈다.
곧 이어 누군가의 피가 흩날린다. 그게 내 피인지, 그것의 피인지 구분도 안 가. 

"하람아.. 안돼.. 제발."
안타깝게도 흩날린 피는 내 피였나보다. 머리가 뜯어진 고통 속에서도 나는 한 가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녀'가 누구인지 보지 못했다. 항상 내가 죽는 걸 보고, 나를 구하려는 사람.

이제 또 돌아가겠지.
새학기 첫 날로.

이 모든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새학기 첫 날에 시작됐다.

내 인생이 망가진 날.
동시에 내 인생이 다시 시작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