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
우리가 처음 만난 그날은 난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순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녀 해사롭게 웃는 모습이 아직 생생하게 기억난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있었던 일이다. 어머니가 운전을 하시는 도중 갑자기 튀어나온 차량에 부딪혀 어머니의 차는 충격으로 인해 튕겨져 바닷속으로 추락했다.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나긋한 목소리로 '정국아, 일어나야지.'라고 말하던, 그에 학교에 가기 싫어 고함을 지른 그런 나를 토닥이며 깨워주는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이 이렇게 눈에 선한데.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
지옥 끝에 서있던 4년 전 ‘그 일’을 다시 한번 회상해 본다.
“혹시 정국이 어디 있는지 아니?”
“저기-, 책상에 누워서 자고 있어요.”
“···그래 고맙다.”
똑똑똑, 누군가 자고 있던 내 책상을 두드렸다. 나는 앞에 있는 친구가 한참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데 눈치 없게 깨우나 싶어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아, 아직 점심시간인데 왜 깨우냐고-!”
변성기가 올 듯 말 듯한 목소리로 꽥 소리를 지르며 위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앞자리에 있는 친구가 아닌 우리 반 담임선생님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헛기침을 하며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입을 떼었다.
정국아 지금부터 선생님이 하는 말 놀라지 말고 잘 들어.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이 저절로 삼켜졌다. 선생님은 내 어깨를 꽈악 잡았고 꾹 입을 다물다가 결심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정국아, 너희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그만······.”
···뭐라고요? 나는 선생님의 말에 이성의 끈이 풀려버렸다. 나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뒤에선 선생님이 나를 부르는 듯했지만, 난 무시한 채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어디 병원인지는 알고 가는 거냐고? 이 좁은 동네에서 그나마 큰 병원. 거기 말고는 갈 데가 없다. 엄마, 엄마 제발···.
* * *
나는 숨 쉴 틈도 없이 뛰었고 드디어 병원 입구까지 도착했다. 나는 바로 안으로 들어갔고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곧바로 어머니가 있는 병실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며 울부짖었다. 어린 나이에 이렇게 큰일로 병원에 온건 처음이었다. 그렇게 나는 온몸에 식은땀과 함께 무언가의 액체가 수도 없이 흘리기 시작했다. 저기요-. 학생 괜찮아요? 누군가 나에게 물었고 나는 덜덜 떨리는 고개를 부여잡고 누군가의 물음에 고개를 올려다보았다.
“누구 찾아요? 환자 이름 불러줘요, 알려줄 테니까.”
“우리 엄마요, 우리 엄마···.”
나는 떨림과 눈물로 인해 먹먹하게 변해 버린 목소리로 엄마의 이름 석 자를 말했다. 듣고 있던 간호사는 컴퓨터를 한참 동안이나 쳐다보며 나를 힐긋 쳐다보았고 자리에 일어나 입을 떼었다.
“학생,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고 온 거 맞죠?”
“알아요, 알아요. 그러니까 제발 빨리-!”
“······따라오세요.”
나는 간호사를 따라갔고, 따라간 곳에 천으로 덮여져 있는 누군가의 시체를 보았다. 우리 엄마 아니죠···? 나는 물었고 간호사는 말없이 그냥 고개만 끄덕인 채, 의사를 불러 줄 테니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며 나갔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누군가의 아니, 우리 엄마의 시체 위에 덮은 천을 들췄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엄마, 이거 꿈 맞지? 응? 엄마 제발 눈떠봐! 나는 엄마를 보며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잘못했어, 제발. 엄마 나 너무 무서워... 누군가 내 어깨 위로 손을 올리며 인기척을 냈고 슬며시 뒤를 돌아 보니 의사였다.
“미안하다, 어쩔 수 없었어.”
“ㅇ, 어쩔 수 없었다고요? 어떻게든 살려 내셨어야죠. 무슨 의사가 그래요? 우리 엄마라고! 하나밖에 없는 우리 엄마······.”
부모님이라곤 엄마밖에 없는 나. 오늘 오직 내 편이었던 엄마까지도 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나는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이 모든 것이 그냥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뛰쳐나갔다. 이제 나 혼자인 거야? 나는 그냥 비상계단 쪽으로 돌진했고 수도 없이 긴 계단을 올랐다. 옥상, 그곳까지 도착해버렸다. 나는 옥상 문고리를 잡아 돌렸고 문이 열렸다.
“······엄마 이제 곧 같이 따라갈게.”
나는 반쯤 정신이 나가있었다. 나는 철조망도 없는 옥상 꼭대기 쪽으로 거침없이 돌진했다. 그 순간 누군가 내 손 목을 잡았다.
“너 미쳤어-?”
내 또래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고개를 돌려 뒤쪽을 쳐다보았다. 그 애는 내 팔을 잡아끌어 더 이상 낭떠러지 쪽. 나와 그 사이를 멀어지게 했다.
나는 두 눈이 풀린 채로 그 애를 쳐다보았고 그 애는 여전히 내 팔을 놓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미간이 좁혀지며 잡고 있던 팔을 뿌리쳤다. 그 애는 눈물을 글썽이며 입을 떼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아직은 아니야.”
“뭐가 아닌데! 이제 나는 혼자야, 이런 내가 이 세상에 살 필요가 있을까? 그냥 차라리 죽는 게 나아.”
“그냥 좀 놔둬.”
“···죽을 거면 나랑 조금만 얘기한 다음에 죽어.”
“······.”
그 애는 나를 다시 붙잡고 하늘이 잘 보이는 지금 높이 보다 더 높은 곳으로 이동했다. 그 애는 빨리 앉으라며 바닥을 툭툭 쳤고 나는 주저 없이 털썩 앉았다.
그러자 그 애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을 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나한테 말해봐. 과연 오늘 처음 본 애한테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말해줄 수 있을까? 나는 흐르고 있는 눈물을 한번 쓱 닦고 그래 그냥 말해보자. 하고 이야기를 꺼냈다.
바닥을 보며 눈물을 감춘 채 힘들게 이야기를 했고 그 애는 아무 말 없이 내 등을 토닥이며 안아 주었다. 그 품속은 너무 나도 따뜻했고 나도 스르륵 눈이 감기며 눈물을 훌쩍였다. 아무 말 없이 등을 토닥여 주는 것만으로도 그땐 나에겐 큰 위로가 되었다.
“너희 어머니는 지금 천사들과 함께 천국으로 가셨을 거야, 그러니까 넌 어머니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지.”
“벌써 같이 따라가면 너희 어머니가 좋아하실까? 아니야, 지금 마음이 너무 아파도 조금만 견뎌내자 응?”
“······.”
“내가 옆에 있어줄게.”
나는 그때 처음으로 그 애를 올려 쳐다보았고 그녀는 정말 예쁘게 해사한 웃음으로 나를 쳐다보며 웃었다. 몇 달 전 초등학생이었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성숙했다.
긴 속 눈썹과 체리빛 나는 입술, 그리고 오뚝한 코와 마지막으로 움푹 파여 있는 연못처럼 예쁜 보조개를 가지고 있었다.
* * *
그때부터 나는 너를 좋아하게 되었고 한마디로 아무도 모르게 너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짧은 1년 동안 그녀는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되었고 나는 그 소식을 모른 채 우리가 처음 만난 그곳으로 이동했다. 그 이후로 몰래 옥상으로 자주 왔었기 때문이었다.

“좋아했으면 좋겠다···.”
허물어지는 입꼬리를 다시 부여잡고, 옥상 위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고 반듯한 글씨체로 쓰여 있는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나는 동공이 흔들렸고 그토록 그녀가 좋아했던 안개꽃을 툭 하고 떨어트렸다.
그러다 어느새,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1년이 지난 지금은 연화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이모가 집 한 채를 주셨고 옥탑방에서 살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평소 밝던 성격은 사라졌고, 애써 밝은 척 살아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에게 소중한 존재였던 아이가 돌아왔다.
“안녕, 난 이여주야. 앞으로 잘 부탁해!”
우연이 필연으로,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였던 그녀가 툭-. 내게로 다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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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 작업 : 자나깨나앙큼⁷ 님
퇴고 작업 : 끄예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