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망치러 온 양아치 전정국

12. 날 망치러 온 양아치 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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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망치러 온 양아치 전정국















그 뒤로는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전정국이 나와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과, 뽀뽀와는 차원이 다른 입맞춤을 했다는 것에 기분이 얼떨떨했다. 전정국은 진득했던 입맞춤을 끝내자 손에 들고 있던 헬멧을 내 머리에 씌웠다. 

전정국이 내게 씌워준 헬멧은 앞이 까맣게 되어있어 입맞춤을 끝낸 전정국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희미한 기억으로는 귀가 빨개져 본인의 뒷목을 매만지고 있었던 것 같기도.





“타, 데려다 줄게.“

”어, 어…“





우리는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다. 이것 하나만은 정말 똑닮은 우리였기에 나도 몰래 웃어버렸다. 전정국이 먼저 바이크에 오르고 나는 멀뚱멀뚱 서있었다. 바이크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랬다고 해야 할까.





“손이 참 많이 간다니까.”





멀뚱히 서있는 나를 보더니 전정국은 고개를 한 번 저으며 바이크에서 내렸다. 그 다음, 본인이 입고 있던 와이셔츠를 벗어 내 허리에 묶어주고는 그냥 걸터 앉으면 된다는 식이었다.

그렇게 나는 전정국의 뒤에 걸터 앉는 식으로 엉덩이를 걸쳤고, 두 손으로 전정국의 허리 근처를 살며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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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놓치면 큰일 날 텐데?”

“그, 그럼 어쩌라고…!“

”이렇게, 좀 꽉 잡으라고.“





전정국은 본인 옷을 쥔 내 손이 불만이었나 보다. 옷만 살짝 잡고 있던 내 손을 직접 본인 허리에 갖다 댄 걸 보니 말이다. 본의 아니게 전정국의 허리를 감싸게 되자 몸을 흠칫 떨었다. 그랬던 것도 잠시, 입가에 미소를 잔뜩 머금은 채 전정국을 껴안다시피 했다.





“… 출발한다. 꽉 잡아.”





뒤에서 보는 전정국의 모습은 내 심장을 건드리기 충분했다. 떡 벌어진 어깨, 그에 비해 얇은 허리까지. 바이크에 시동이 걸리고, 나는 전정국의 허리를 감싼 손에 더욱 힘을 줬다. 여전히 나는 전정국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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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늦은 시간 도로 위를 달리던 바이크가 멈춘 건, 우리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였다. 바이크의 속도가 점차 줄어들고, 이내 시동이 꺼졌을 때는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다. 왜 벌써 집에 도착한 건가 하는. 하지만 나는 그 아쉬움을 접어두고 헬멧을 벗었다.





“전정국, 이거.”





아쉬움이 생각보다 컸는지 바이크에서는 차마 내리지 못하고 먼저 벗은 헬멧을 전정국에게 건넸다. 전정국은 진작 내려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고, 받은 헬멧은 바이크 머리에 살짝 걸쳐둔다.

점차 또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매번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전정국이 나를 빤히 볼 때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시선을 피하는 것. 딱 이것들 뿐이었다.





“여주야.“

”……“

”김여주.“

”왜…”

“나 안 봐줄 거야?“





전정국은 꼭 이런다. 그저 툭툭 내던지는 다정함에 사람 설레게 만들어 놓고는 가끔가다 미치게 다정할 때가 있어서. 그게 얼마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지 본인은 절대 모를 거다.





“보고 있잖아.“

”내 얼굴이 그렇게 밑에 있나-.“

”… 너 진짜 싫어.”





분명 다 알고 있다. 전정국은 무서울 정도로 나를 꿰뚫고 있는 사람일 뿐더러, 어쩔 때는 나보다 더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지금 내가 본인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이유가 부끄러워서 그렇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웃음 섞인 말투로 말꼬리까지 늘이는 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정국은 여전히 나를 놀리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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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주가 좋은데, 어쩌지?“





순간이었다. 전정국이 내 턱 끝을 잡아 눈을 맞추게 한 것은. 강제적으로 전정국과 눈이 맞은 나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 놔라, 좋은 말로 할 때.“

”좋게 안 하면 어쩔 건데.“

”자꾸 장난 칠ㄹ,“





짜증이 잔뜩 섞인 내 목소리는 이내 전정국의 입술에 먹혀 들어갔다. 아무래도 나만 애가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전정국이 이 전에 연애를 얼마나 해봤는지, 키스는 몇 번씩 해봤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했다. 전정국은 나를 본인 손 위에서 놀아나게 할 만큼 모든 것에 능숙하다.

왠지 모르게 전정국에게 지고 있는 듯 했다. 누군가에게 져본 적이라고는 없는 나였기에. 자존심이 상해도 엄청 상했다. 내 입 안에 들어와 얽히고 있는 전정국의 혀를 이빨로 깨물고, 전정국을 밀친 다음, 그대로 도망쳤다.





“푸흡… 귀엽네, 갖고 싶을 정도로.“





도망가는 나의 뒷모습을 보며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어깨를 들썩이면서까지 웃는 전정국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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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새빨개져 급한 듯 번호키를 눌렀다. 무작정 누르느라 몇 번이고 틀린 현관문 비밀번호였고, 집에 들어가자 두 손으로 뺨을 감싸며 깊은 숨을 내쉰 나였다.





“후… 이 정도면 괜찮겠지?“





그렇게 한참을 현관에서 신발도 벗지 않고 심호흡을 했다. 여전히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싶었을 때, 꼭 감았던 눈을 뜨자 내 앞에는 예상치 못한 인물이 서있었다.





“이제 들어오니?”





단 한 마디 말로도 나를 긴장시키고, 떨게 만드는 존재. 학교나 학원에서처럼 함부로 대들 수 없는 존재. 현재 나의 목을 끝까지 조이고 있는 존재. 바로 엄마였다.

당연히 이 시간에는 잘 거라고 생각했다. 평소 독서실에서 이 시간에 들어오면 우리 집은 아무도 살지 않는 것 마냥 차갑고, 조용했으니.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엄마가 깨어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좀 늦었구나.”

“그… 과학 수행평가를 조금 준비하다가 와서요.”





특유의 날카로운 듯 묵직한 엄마의 목소리가 나를 찌른다.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 조차 이제는 무섭기만 했고, 엄마는 내게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신발을 벗고 엄마한테 고개를 한 번 숙인 뒤, 방으로 들어가려는 때.





“김여주, 잘 하고 있는 거지?”

“……”

“정말 예전처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거냐 묻는 거야.“





몸이 움찔거렸다. 그와 동시에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최선을 다 했고, 엄마가 원하는 결과를 갖다 바쳤다. 그렇게 해서 겨우 벗어난 엄마의 시선이었는데… 신경을 쓴다 라고 말하는 엄마의 속박이 너무나 싫었다. 이제는 치가 떨릴 정도로 말이다.





“괜찮아요, 전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뭐… 그래. 네가 그렇다는데.“

”……“

”무조건 잘 해야 돼, 여주야.“

“… 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과 손, 그리고 다리에 빠르게 움직여 방으로 들어왔다. 방문을 조심스럽게 닫아 걸어 잠근 뒤에서야 나는 불안정한 호흡을 내뱉는다. 몇 번이고 숨을 쉬어도 달달 떨리는 손은 여전히 진정이 되질 않았다.

방문을 등받침 삼아 기대 주저 앉은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과연 이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부모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그럴 힘이 있을까?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 전정국 보고 싶다.“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자 내 머릿속은 전정국으로 가득 차올랐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이 고작 전정국이라는 게, 이럴 때 생각나는 게 전정국 뿐이라는 게 허탈했다. 그럼에도 전정국이라 좋다는 생각이 참 모순적이다.

하루종일 전정국과 붙어있었음에도 미치도록 전정국이 보고 싶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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