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진 금지구역

01. 반갑습니다, 김여주.













김석진 그는 인류의 획을 그을 막대한 국가 자산이다. 그의 말 하나는 먼 미래 후손들이 보게 될 넓은 양지에 바르게 쓰이고, 그의 걸음 하나에 수만개의 기사들이 세상 밖 너머로 보도된다. 다. 대략 2년 전 AI 시장이 이 보다 더 활발하고, 은둔 했을 때 J.U그룹 대형 프로젝트로 탄생한 매개체 AI 김석진. 생긴 것은 물론 표정 하나 하나, 이 모두 인간과 다름 없는 무색한 30 청년의 모습이었다. 짙은 눈썹, 큰 눈, 광야를 삼킨 해묵은 눈빛, 잡티 하나 없는 백옥의 피부. 약 4년 간 김여주 그녀가 공들여 
만든 결과이다. 










그녀는 이래 김석진이 되기 까지 이루 말 할 수 없는 양의 AI들을 선별하고 양산해냈다. 그렇게 김여주 그녀의 시험에 통과한특별대상 김석진. 그가 각별한 이유는,




 그녀 김여주는 늘 AI에게 묻는 문항이 있었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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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랬어요. 사과 향은 달았고, 저 한테서는 썩은 촛농 향만 났거든요. 당신은요? 어땠나요. 궁금해요."




"늘 실관에서 커피만 드시길래 따분 하지 않나 싶었어요. 가끔은 아침 커피 대신 사과를 먹어보는 건 어떨까요."










바로 습득한 것들을 더하고 뺄 수 있는 능력. 섞어 한가지 뜻을 토해낼 수 있는 영역. 배우지 않은 기름 냄새에 썩은과 촛농을 더해 특별함을 만들어낸 것. 그 자리에서 내 하루를 되물음과 동시에 형편 없는 답을 추구해 나가는 권유와 추궁.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대화의 창의성. 김여주는 다음 질문을 묻지도 않은 체 제자리를 박차고는 '드디어!' 를 연신 외치며 벽 너머 석진에게 엄지를 추켜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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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김여주."


"반갑습니다, 김여주."


"그래, 내 이름은 잊지 말고."




한글자씩 목구멍 밖으로 뱉어 읊는 여주의 말을 따라한 석진은 며칠새 퀭한 여주에게 생기를 불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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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담당 일을 입력해 주세요."

"오늘 연구원들이 와서 네 메모리즈 칩을 초기화 시킬 거야."


"ᆢ메모리즈 칩이 무엇인가요."


"있어. 그냥 군말 말고 누워만 있으면 돼."





AI 김석진은 끝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석진이 너무 인간화 됐다는 건에 대해서 다양한 분석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덕에 결국 석진의 메모리즈 칩을 초기화 시키기로 결정했고 말이다. 물론 인간적 감정 조건만. 더 정확히는 연구원들과의 이야기. 그리고 나에 대한 감정과 호기심을. 처음 부터 다시 기초적인 감정 조건만 입력해 놓을 계획이다. 내 걸작이니 만큼 조금은 아쉽지만 뛰어난 기술과학에 예민한 인간들을 위해 발전을 조금 늦추고자 한다. 실은 나도 조금 불안했기도 하고.







띡-






석진은 집 앞 대문까지 마중 나온 AI 보호관리 정책 팀에 의해 운송될 예정이다. 그렇게 계획은 뒤틀릴리 만무하게 목재 문을 열자 마자 석진의 뺨에 보호관리 팀은 바코드를 찍어 내렸다. 이 역시 의견과 항의로 대중들의 입방아를 탔었다. 그런데 별 수 있겠는가, 아직 계약 기간이 1년이나 남았기에 언론이 좋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도 없는데.



그렇게 인간과 흡사 한데 바코드를 목이나, 옷으로 가려지는 곳에 찍어도 되겠냐며. 그렇게 깐깐한 준수함에 따라 나온 위치는 눈 밑에, 뺨보다 위에. 마스크를 써도 얼추 보이고, 확실한 위치. 



굳이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석진을 보내고 나서야 노트북을 열었다. 정말 오랜만에 연구실이 아닌 나의 집에서 얻은 나만의 휴식이었다. 요 몇 년 사이 자유를 즐기는 방도도 잊어버렸는지 무얼 해야 하나 한참을 뒤적 거리다 결국 업무 파일만 스크롤 했다.



옆에는 식빵에 덕지 덕지 바른 딸기잼, 산딸기가 얹어진 토스트와 우유 한 잔이 놓여 있었다. 입에 문 따뜻한 식감. 보드라운 빵이 입무새를 감싸안았다. 혀로 주름 진 입술을 훑어안고는 무의식 적으로 업무를 타이핑 했다.








띠링-







[여주, 이번에 연구 결과 나온 거 봤어. 축하해.]


[응. 고마워.]





전정국이다. 배 다른 동생. 이게 몇 년 만이지. 벌써 5년이나 됐다. AI 만들겠다고 무작정 집 밖을 나와 방랑했었는데, 5년 사이 전정국은 꼬박 부르던 누나 라는 말도 이제는 떼버린 것 같다.




[나 경찰 됐어.]


[축하해.]




그래도 간만에 달가운 소식이었다. 우리 아빠는 고리타분 하고 아집이 센 사람이었다.책으로 먹고 살 돈을 족히 벌었던 아빠는 명성이 떨어져서야 정국에게 작가가 되길 원했었다. 그렇게 되도 않는 문장 안에 어려운 단어들을 비집어 넣으며 골골 거리더니 경찰이 됐댄다. 다행이다. 하루는 16시간 동안 원고지를 붙잡고도 문장 하나를 시작 못 했으면서 말이다.







[전정국 용 됐네ㅋㅋ]


[요새 바쁜가. 나 간만에 쉬는데 만나자.]








서울로 연구원 발령을 받자마자 급급히 떠날 채비를 했던 겨울, 전정국이 코가 벌겋게 그늘 져서야 간신히 건넨 쪽지를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통이 핑핑 돌고 아찔하다. 같이 산 10년 동안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도 몰랐었고, 실은 조금 불편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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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안 가면 안 될까. 응? 지방에도 연구소 많잖아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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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오랜만."



"그러게, 진짜 오랜만이네."


........

"AI는 그럼 언제 부터 대량 생산 돼?"



"우선 일시적인 거지. 약 1년 동안 지켜보고 괜찮다 싶으면 대량 생산 되고, 아니면 다시 만들어야지."






호프 구석 자리에 앉자 마자 창가 커튼을 치던 정국은 질문들을 수 없이 뽑아냈다. 가장 결론적인 질문은 살아있는 사람을 똑같이 기계로 복원해낼 수 있는가였다. 불가능은 아니었지만 가능은 더욱 아닌 확신이 서지 않는 그런 질문이다. 아무리 봐도 정국의 의도는 명백 했다. 그 아이가 내게 연민과 사랑을 느꼈던 건 생채 많은 생에 처음 본 호의였고, 다정이었기 때문이니까. 그 만큼 필요 이상의 정을 가졌다.





이와 똑같이 버려진 전정국은 여전히 애정의 실마리를 좇고있다. 아마도 전정국은 가능 하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 연락을 한 게 아닐까.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면 정국은 없는 돈을 털어서라도 저의 부모를 복원해내려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예전의 그들이 정국에게 느꼈을 감정 까지 똑같이 복원해낼 용기가 없다. 스스로가 고작 500에 팔려왔다는 걸 인지하면 화가 나지 않을까 해서. 어쩌면 그 보다 더 입체적인 감정이거나.





이를테면 내가 전정국을 기피했던 연유엔, 이 아이 앞에만 서면 감정적이게 된다는 게 한 몫 거들지 않았을까 싶다. 살짝 흔들렸다. 가능하다고 말 할까 봐. 괜스리 그 날 서럽게 가슴을 쳐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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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명 ' 𝐽 𝐼 𝑁 ' _ 김여주 고객님, AI 메모리즈 칩 초기화가 완료 되었습니다.]





"아, 나 먼저 갈게. 나중에 시간 되면ᆢ."



"ᆢ나 오늘 엄마 봤어. 근데 너무 속상해서 잊어버리고 싶어."




그러니까, 나 좀 복원 해주면 안 될까. 할 수 있잖아. 내 머리 속에서 송두리째 없애주라. 응?



누나. 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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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잖아."

하라는 건 다 할게.



구릿빛 피부 표면에 비등 거리는 눈물들은 좀체 마를 생각을 안 했다. 알고 있었는데 필연적으로 너에게 말 할 수 없었다. 몇십년을 밤마다 흐르듯 괴로워 했고, 범배의 가치를 갖지 못 한 나날이 얼마나 속을 갉았는지. 어쩌면 일말의 애증도 너는 네 부모에게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일까. 석연찮은 울음은 조용히 넘실 거렸다.




네 부모를 복원해 달라는 것이 아닌, 저를 복원해 달라는 말이었다. 네게서 평생을 전전긍긍 대며 풀리지 않은 부모를 지운 채로. 간단했다. 간절했고.





"ᆢ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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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ᆢ김여주."




얼핏 냉랭해진 어투에 혀를 곱씹었다. 그래도 이름은 기억하네. 백업 과정에 난 기스는 없나 볼에 적힌 바코드 부터 찬찬히 훑어내렸다. 근데, 아까부터 계속 이상하다. 




"너 손에 뭐야."



"ᆢ"



"김석진."


"실은, 정호석이라는 작자를 만났습니다."


"정호석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