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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WORTH IT 크루 미션 글입니다.
-성씨나, 가문 모두 작가의 생각입니다. 사실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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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별은 그 자체로 이미 빛나며, 고귀한 존재이다. 둘 다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를 성실히 행하고 있다. 해는, 칠흑 같은 세상을 모두가 칭송하는 그의 아름다운 빛으로 보듬어주며 별은, 달과 어둠의 차갑고 외로운 하늘에 있어 따뜻함을 선사함과 동시에 길잃은 나그네들의 지도가 되어준다.
이 같은 존재가 만난다면 어찌 될까. 해는 낮을 밝히는 등이요, 별은 밤을 밝히는 등이다. 한때의 감정을 위해 이치를 거스른다면, 그 결말은 결코 아름답지 못할 것이다. 아, 해가 지고 달이 뜰 때, 그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시간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만날 수는 없는데 서로의 아름다움을 알고, 목적이 다른 같은 일을 한다면 해에게 별은, 적인 동시에 사랑이지 않을까.

해와 별, 이루어질 수 없는 악연과 인연의 경계

알록달록, 눈이 아플 정도로 다양한 색채의 옷을 입고 있는 여인들과 경쾌하게 뛰며 제 부모를 따라다니는 아이들. 그리고 사내들의 웃음소리와 흥정으로 시끌벅적한 저자. 그곳에는 눈에 띌 정도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여인 하나가 있었다.
밝은 곳 사이 어두움. 그녀의 모습은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잘 어울렸다. 그녀는 지나치게 남루한 행색을 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저고리와 치마 모두 찢어져 헝겊으로 기운 것 같고, 본연의 색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히 어두운 잿빛의 색채를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머리칼은 모양새가 그리 흉측할 수가 없다. 그녀는 부모께서 주신 소중한 신체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일까. 서양인들처럼 머리칼을 허리까지 자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단정함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너무나 헝클어져 마치 수세미 속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행색으로 두리번두리번하며 주변을 살피는 꼴이 거지나 다름없었다. 아니, 그저 밥 빌고 돈 빌어 사는 거지가 아니고선 이러한 꼴을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런 그녀는 눈치를 살피다 두둑이 부풀려져 있는 어느 상인의 소매에 손을 대었다. 소매를 탐함으로써 소매 속의 주머니, 그러니까 주머니 속 엽전 꾸러미를 노린 듯했다. 아니, 확실히 엽전들을 탐하려 한 게 맞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순간, 어느 도령이 그 판의 도자기 하나를 발로 찼다. 아마도 오냐오냐 키워진 지체 높은 도련님이셨을 것이다. 그 도령의 짧은 유흥을 위해 도자기와 그녀는 깨졌다. 그것도 아주 무참하게 산산이 조각났다. 궁극적인 이유는 심술 맞은 도령이 깬 도자기 파편, 그것이 하필이면 그녀 쪽으로 깨진 탓이었다.
ㄴ,네 년은 무엇이냐! 감히 내 돈을 탐해?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저자에서 사라졌다. 아아, 날렵한 도망침, 이런 게 아니라 불행히도 머리채를 잡힌 상태로 질질 끌려갔다.
- 으으윽, 아파. 아프다고!
- 그, 만.. ㅎ, 하..ㅁ..
아팠다.
견뎌내기 힘들다. 정말 오늘은 재수가 지지리도 없는 날인 듯하다. 아아, 풀리는 일이 하나 없구나. 훔치는 것을 걸리다니. 그것도 초행인데.. 재수도, 운수도 지지리도 없는 나여서인가. 아니, 원래 내가 이런 자인걸까. 윤 참판 댁 고명딸에서 운 없는 거지로 떨어져버린, 비애의 주인공.
퍽, 푸읍,. 크읏.. 푹, 퍼억
폭력을 행사하는 소리가 커질 수록 나오는 신음과 비릿한 맛은 늘어만 간다. 이제는 입에서 신음이 저절로 나온다. 입에선 비릿한 피의 맛이 느껴졌다. 아마 입 말고도 복부와 하체, 두 부분 모두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찌르르 거리며 따가운 걸 보아하니 상처가 깊은 것 같다.
흐으앗,. 혼자 고통스러워하고 있으니 그 상인 일행은 더 좋아라하며 무자비로 폭행하는 것을 이어나갔다. 마치, 먹이를 발견한 맹수와 같았다. 그들은 누구 하나 잡히길 기다렸다는 듯 물을 만난 물고기마냥 나를 계속 폭행했다.

그때, 누군가의 미성이 들려왔다. 뭐하는 짓들인가? 신경이 거슬린다는 다는 어투로 다가온 그는 놀라웠다. 이렇게나 외진 곳에 있는 동굴 가를 지나다니는 자들은 주로 나무를 주워 생계를 잇는 평민 어린아이들이나 무언가 숨기러 온 양반가들의 노비들이다. 하지만, 그 미성의 주인공은 목소리를 보아하니 남자였고, 나이는 노인도, 소년도 아닌 듯 했기 때문이다. 그 목소리는 딱, 소년티를 갓 벗은 듯한 목소리였다. 앳되고, 부드러운. 이런 젊은 목소리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누군지 궁금해진 나는 상황도 잊은 채, 그를 올려다 보았다.
가녀리고, 얇은. 그런 아녀자 하나를 폭행하고 있는 다수의 남정네들의 모습이 심기에 거슬렸는지 찡그리고 있었다. 이내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방금과는 대비되게 그는 웃어보였다. 웃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만,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은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것도 같은데... 익숙한 듯 하나, 어딘가 생소했다.
아, 우리 집안을 희롱하다 결국 역적으로 누명을 씌워 내 부모형제를죽여버린.. 그 자와 소름끼칠 정도로 닮았다. 그래, 내가 늘 죽이고 싶어 벼르고 있는 나의 절대적인 원수를 빼다박아 놓은 듯 했다. 정말, 내게 운이란 것은 지지리도 없구나. 은인이 원수와 닮았다니,. 고마운 감정보다 복수심이 불타 제대로 감사하지 못할 듯 했다.
일단, 그는 날 구했다. 비록 말로 하는 사과일 뿐이더라도, 감사는 제대로, 마음을 담아 해야한다는 우리 집안의 가르침을, 난 잊지 않았다.
무심하게 말하는 그에,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뭐, 입을 것 먹을 것 없는 자들끼리 모여사는 곳, 그것이 집은 아닐테니 주거지는 없다. 이럴 땐 양념을 첨가해야지. 좀 더 애처롭게, 좀 더 가련하게.
사실이지만, 감정을 실었다. 저 자는 제 아비와는 다르게 공감을 잘하는 듯 한데, 과연, 어찌 반응할지도 궁금했다.
그가 집이라고 만들어준 곳은 실로 놀라웠다. 사실 처음 맞닥뜨려진 사이에 갑자기 집이라니. 당황했으며, 거짓을 말하고 어디론가 데려갈까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기와집까진 아니지만 꽤나 깨끗한 초가집을 집이라며 내주었다. 제 딴에 찾은 최상인 듯 했다.
멀끔한 양반가 자제에게 거지 애인이 있다며 거짓된 괴소문이 퍼지면 어찌 될까. 최악의 경우, 나도 정체를 들키고 죽는 거고, 그도 도성 전체에 괴이한 자라고 낙인될 지 모른다. 양반댁, 그것도 참판댁 도련님이 멀끔한 여자 대신 거지를 좋아한다며 소문이 난다고 생각해보라. 말이 퍼지게 된다면 이건 규모가 매우 커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니 이 곳에서 절대 나가지 않거나, 그를 만나지 않아야된다. 복수하려면 그가 필요하니, 절대 후자는 선택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난 여기 안에서만 있어야겠다. 나름 깔끔하며 정돈되었으니.
이 집에 있으며 내가 얻은 것도 상당하다. 처음 만난지 아흐레정도가 흘러간 현재, 그의 아버지, 내 원수는 여자를 밝힌다는 것, 사치를 즐기는 것, 그리고 뇌물을 받는 것등의 다양한 약점을 알아냈다. 이젠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 민윤기. 그 자가 날 그저 가난한 여인으로 판단하여 하나하나 다 얘기해준 것이다. 나름 신뢰도를 얻은 것일까.
그리고 실로 놀란 것이, 그는 그 집의 장자였다. 음, 우리 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 자신의 오랜 죽마고우에게 약속을 하나 하신 게 있었다. 첫 아들과 첫 딸을 혼인 시키기로. 나는 윤씨 가문 마지막이자 첫 딸이었고, 그는 장자였다. 종합시키자면, 그와 나는, 그의 아버지만 아니었다면, 부부사이었을 수도 있었다. 나름 귀여운 듯한 이 자와 그런 미래를 가졌었다면 행복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가끔 그가 웃을 때면 너무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저잣거리에 파는 비단과 같이 보드랍고도 보드라운 기분이 든다. 계속 웃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는, 요즘에 내 상태를 보기 위함이란 핑계로 나를 찾아온다. 첫 만남으로부터 몇 달이 지난 지금, 그가 날 보지 않은 날은 손에 꼽힌다. 내게 와서는 제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고, 다정하게 웃기도 한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 정말 그랬다는데도? 아버지께서 멋대로 혼인할 아이를 정한게야.
효를 무시하면 아니되니 그저 있었더니, 그러시기에 내 이리 말했다. 소자에겐 초희라 이름 붙인 사랑스런, 연모하는 여인이 있사옵니다, 라고. "
초희, 草嬉. 풀 초에, 아름다울 희를 써 풀이 아름답다는 뜻이다. 그가 지어준 이름이지만, 본래 내 이름, 윤여주처럼 마음에 들었다. 그가 말하길, 신분이 낮을지언정, 누군가에게 업신여겨지언정 제겐 아름답다는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뭐, 그저 한 여인의 마음을 위로하려 든 말이겠지만, 기분이 좋긴 하다. 내가 그에게 아름다워 보였다는 말, 그 말로 행복해진 내가 우습기도 하다.
이리 행복해지면 부모님께 죄를 짓는 듯해 가슴이 아려온다. 불타는 집과, 처형된 오라비와 아버지. 나만 살아남았는데, 행복하면 아니될 것 같다.
그리고 착하디 착한 그에게 내가 누군지 어서 말해야할텐데, 그가 아예 날 상종하지 않을까 두려워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용기가 없는 난 과연 그를 이용이나 할 수 있을까. 해야만 하니 이 것은 그저 내 쓸데없는 고민이겠지만.
이젠 알겠다. 그때의 보드라운 기분이 뭔지. 절로 나는 웃음의 이유가 뭔지. 난 어느샌가 모르게 그에게 빠진 것 같다. 결코 이루어질 순 없겠지만. 난 나의 목적을 기억해야한다. 복수, 내 원수에게 칼을 꽂아야만 한다.
그가 결코 웃지 못할 것 같아 벌써 미어지는 기분이다. 내일은, 그에게 말을 해도 되려나. 처음 볼 때부터 너무나 착한 윤기.. 민윤기. 신분도, 나이도 불분명한 나에게 제 유년시절의 집을 선물한 착하디 착한, 미련할 만큼 착하고 여린 그가.. 내게 상처를 받을까 두렵다.
아침이 밝았다. 그에게 말을 하려고 보았더니, 그가 없었다. 아마 제 집에 간 듯해 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늘 오던 해가 남중하던 시점에도 오지 않는 그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 내 가족처럼 영영 나를 떠날까 두려웠다. 어디로 간 것일까.. 불안한 생각이 계속 들어 그를 불러보았다. 윤기.. 민윤기.. 어디로 간거야, 대체..
그 때였을까. 너무나 불안한 그 와중에 서랍장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 보이는 누리끼리한 색감의 얇은 것. 아아, 한지였다. 그가 쓴 편지가 쓰이지 않았을까.. 어제 잠자리에 들 때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건 오늘 아침에 쓰인 것이 아닐까. 무슨 내용일지 전혀 모른채, 그 종이가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 종이를 조심스레 펼쳐 보았다. 그 종이는 편지가 맞았다. 그런데 편지 내용은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나는 이 사과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날 두고 나간 것? 혹 내 맘을 알아 거절의 의미? 집을 비워야하니 나가란 의미?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지만, 평소 그의 부드럽고 긍정적인 언행을 보아서는 미안해. 라는 단어는.. 부정적일 거란 것은 어렴풋이 느껴졌다. 오늘따라 너무나 불안한 건.. 그저 내 기우이겠지.
바깥에서 들리우는 웅성댐에 조심스레 창을 내다보았다. 혹 모르니 누군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살며시. 마당에는 남자가 하나 있는 듯 했다. 윤기일 거라 생각해 그저 기쁜 마음으로 달려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민윤기였다. 하지만, 칼을 들고 온 걸보니, 난 더 이상 살 수 없겠구나. 내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 편지는 그저 농이었고, 사정이 있어 늦었던 것이라 치부하기엔 이미 결말이 난 듯하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타박타박 오는 그, 그리고 묶여서 곧 죽을 목숨인 나. 죽더라도 할 말은 하고 죽어야겠다.
" 연모했습니다, 민도령 "
흐릿해져 가는 기억 가운데 들리는 것도 보이는 것도 같았다. 네가 우는 게, 네가 나도.. 라며 말하는 게. 그래, 그랬으면 좋겠다.
사랑, 사랑, 나의 짧디 짧았던 사랑.
그저 묻어두기엔 조금 서러운, 너무 고운 내 사랑.
복수도 하지 못하고, 이리 끝나는 것일까.
아아, 그나마 다행인 걸까,. 연모하는 이 손에 죽으니,.
EPIL_
어쩌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에게 감시가 붙을거란 기본적인 것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빠져, 잊고 있었겠지. 우리는 해와 별이었다. 서로에게 해가 될 달달한 독을 품은 관계. 악연이라 할지, 인연이라 할지 오묘한 그 어딘가. 해가 뜨면 별은 보이지 않는다. 너무나 빛이 가녀린 탓이다. 별이 떠 해를 찾으려고 해도, 이미 해는 저 멀리, 반대편으로 돌아가버린 걸. 맞아, 그래. 잊고 있었네. 초희란 그 이름, 잠깐 볼 초에, 빛날 희를 쓴다면. 우리 관계와 같았다. 해가 지고 별이 드러나는. 별이 가리고 해가 뜨는. 새벽에 잠시 볼까말까한 사이. 그래, 우리는 해와 별이 맞는 듯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