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남친과 동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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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속 부정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나와 김태형의 관계가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음에도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걱정 때문에 계속 돌고 있다는 걸. 김태형은 오죽 답답했으면 내 앞에서 한숨을 푹푹 쉬어대나 싶다. 친구… 맞아, 학기초에 처음 만난 어색한 친구.
“내가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그렇게 생각하면 네 마음이 좀 편하냐?”
슬슬 김태형도 화가 나기 시작했나 보다. 말에 가시가 돋친 느낌이 어떤 건지 알 것 같았다. 지금 김태형의 목소리도, 어조도 무척 뾰족했다.
“네 생각엔 내 마음이라고 편할 것 같아?”
“너도 불편하잖아. 근데 왜 자꾸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대는 건데.”
말 같지도 않은 소리… 그래, 그게 맞는 것 같다. 내가 이런 소리를 지껄이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나는 한참 말없이 하던 설거지를 마무리했다. 김태형은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건지 뭔가를 더 말하거나 하진 않았다. 설거지를 끝내고, 그제서야 뒤돌아 김태형을 마주했다.
“네 말이 맞아, 불편해. 불편해서 미칠 것 같아. 세상 어떤 사람이 전 남친이랑 친구로 잘 지낼 수 있겠어.”
“그러니ㄲ,”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날 확률은?”
“뭐?”
“그건 얼마나 될 것 같아?”
김태형의 입이 앙 다물어졌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듯, 한 번 끝을 맺은 인연 역시 다시 시작하기는 어렵다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날 확률,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제로였다.
“넌 이미 다 알고 있잖아, 거의 제로라는 거.”
“아니. 우리는 헤어진 이유를 알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아는데 어떻게 100프로 확신해?”
“……”
“네 말대로 안 될 수도 있지. 근데 가능성이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야. 시도해 볼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가능성.”
김태형의 의지는 확고했다. 김태형이 한 말에는 틀린 부분이 단 한 부분도 없다는 걸 나는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계속 부정하고 싶은 이유는 어디서 오는 걸까? 미칠 것만 같다. 이 촬영을 시작하고 모든 게 혼란스럽다. 가능성? 그거 진짜 좋은 말이네. 헛된 희망을 주는 말이기도 하고.
“난 진짜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그냥 이 모든 게 원망스럽다? 내가 이걸 왜 찍는다 했을까, 더 넘어서 내가 너를 왜 만났을까.”
“김여주.”
“그냥 친구로 지낼 걸… 운명은 개뿔, 왜 그런 생각을 해서 여기까지 온 걸까.”
“여주야.”
“난 이제 너까지 원망스러워. 난 상대가 너인 줄 몰랐다고 쳐도, 넌 알았다면서.”
알았으면 거절했어야지. 1년간 서로 없이 잘 살았는데 갑자기 무슨 욕심이 생겨서 이래… 눈시울이 붉어지고 양 주먹을 꽉 쥐며 부들거렸다. 그리고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김태형은 꽤 오래 말이 없다 겨우 입을 열었다.

“… 말을 왜 그따구로 하냐. 내가 아무리 미워도 지난 날에 대해서는 부정하면 안 되는 거잖아.”
“……”
“네가 뭔데 행복했던 날들 마저 부정하는데? 김여주 네가 뭔데… 우리의 추억들을 짓밟아.”
눈에 눈물이 핑 고이기 시작했다. 김태형은 울컥한 마음들을 꾹꾹 눌러담아 겨우 말하고 있었고, 그 말을 듣고 있는 나는 죽기 살기로 눈물을 참아내고 있었다.
“나만 원망해. 지난 날은 행복했던 대로, 아팠던 대로 놔두고 나만 미워해. 앞으로도 네가 날 원망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사과는 그때 몰아서 할게.”
김태형은 나에게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 나 역시 김태형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우리는 또 서로에게 한 번씩 지워질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앞으로도 내가 김태형을 원망할 일이 많을 것 같다는 건… 김태형은 그만하지 않겠다는 거였다. 김태형은 어떻게든 가능성을 믿어볼 예정인가 보다.
나는 김태형이 나를 지나쳐 집 밖으로 나가버린 후에도 한참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눈물만 툭 떨어뜨렸다. 그러다 도중에 풀썩 자리에 주저앉아 몸을 들썩이며 소리내 울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최선을 다해 뺀 눈의 붓기가 우스울 정도로 펑펑 울었다. 김태형을 다시 만나고 얼마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보냈다. 그 중에서도 오늘, 지금 이 시간에 제일 많은 눈물을 흘렸다. 오죽했으면 나를 찍고 있던 분이 내게 괜찮냐 물어봤겠어.
“여주 씨, 괜찮으세요?”
“… 아니요. 저, 진짜 안 괜찮아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찍을게요. 금요일이니까 집에 가셔서 좀 쉬세요.”
네, 감사합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분은 찍던 걸 멈추고 카메라를 정리했다. 나는 방에 들어가 주말동안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집에서 나가기 전, 내가 없어져 당황할 김태형이 걱정되기라도 했는지 카메라를 정리하던 분께 물었다.
“저… 혹시 김태형은 어떻게…?”
“따라나간 친구한테 연락 넣었으니 걱정 마세요.”
“아… 그럼 월요일에 봬요!”
“네-, 여주 씨도 푹 쉬고 그때 봬요.”
그분은 굉장히 친절했다. 내 상태를 보고 우리의 상황을 봐서 촬영보다 우리를 생각해주신 걸로 모자라서, 웃으며 인사까지 해주셨다. 덕분에 기분이 조금 나아진 상태로 집을 나왔다. 집을 나와 터벅터벅 걷다보니 쓸데없이 좋은 날씨에 피식 웃었다. 오늘을 넘기기에 술의 힘이 필요할 것 같아 곧장 폰을 들어 일의 시초인 강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쫄리긴 하신가 봐요, 강주아 피디님?”
- 여주야, 내가 진짜 존나 빌게! 무릎도 꿇으라면 꿇고, 개 때려도 뭐라 안 한다.
“됐고, 오늘 언제 끝나.”
- 방송국 피디한테 퇴근이 어딨ㄴ, 너라면 언제든지 뺄 수 있지-. 오후 5시쯤부터 시간 비는데 어디로?
“우리 자주 가는 포차로 와. 오늘은 술이 진짜 마렵다.”
- 뭔 일 있었냐?
“만나서 얘기해줄게. 술 마시고 내가 너 존나 팰 수도 있으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오고-.”
- X발… 무서운 년. 끊어.
강주아와 전화를 하며 걸으니 어느새 벌써 우리집 앞이었다. 드디어 집이네-. 집을 비운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여러가지 일이 많았어서 그런가, 우리집이 더욱 반가워 달려들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짐을 홱 팽개치고 곧장 침대에 다이빙했다. 강주아와 만나기로 한 시간에 알람을 맞춰놓고, 이불을 뒤집어쓴 나는 복잡한 머릿속을 뒤로 한채 눈을 감았다.
오랜 시간 푹 자고 일어나면 이 모든 것들이 조금이나마 해결되어있길 바라며 말이다.
*
[발문]
Q. 연애할 때에는 싸우면 서로 어떻게 풀었어요?
“항상 김태형이 먼저 져줬어요. 제가 잘못했을 때도 매번 져주더라고요. 그래서 제 버릇이 나빠졌나 봐요-.”

“걔가 자존심이 엄청 세서 먼저 사과하는 법을 모르거든요? 뭐, 저한테는 몰라도 돼요. 어차피 항상 지는 건 저일 테니까.”
댓글 하나하나 다 잘 읽었어여! 제 고민을 마치 본인 고민처럼 생각해주신 독자님들에 이런 고민을 했다는 것 자체가 좀 쪽팔렸습니다. 어제 그 고민은 없었던 걸로 할게요. 한 번 시작한 작품은 책임감을 가지고 끝을 내는 게 맞으니까여😆 댓글 한 번씩 부탁드리고,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