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율아 그런데 너는 연애할 생각 없어?”
연애. 남들은 실실 웃고 넘길 테지만 선율에게는 한정 없이 달갑지 않은 주제였다. 스물셋, 신입생을 한참 넘긴 선율은 정말이지 이제 연애라는 단어만 들어도 치가 떨렸다. 그놈의 질문은 재작년, 막 입학한 순간부터 나를 아주 착실하게 괴롭혀왔으니. 연애가 돈을 벌어다 주나, 아니면 인생에 꼭 필요하기라도 해. 선율에게 연애란 너무나 불필요한 감정 소비였다. 동기나 선배나 너나 할 것 없이 왜들 그리 내 연애에 관심이 많은 건지, 대답을 기다리는 듯 향한 시선들을 무시하고 율은 맨정신에 무작정 맥주를 들이부었다. 어, 할 생각 없어. 뒤늦게 들려오는 무심한 목소리에 술집에 있던 학생들은 모두 같은 답을 내놓았다.
선율이 그럼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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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너희 그거 들었어?”
전정국 전역했다던데. 금방 뒤바뀐 주제에 서류 내는 걸 자신이 봤다며 몇몇 동기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반대편 테이블에서 넘어온 도윤도 옆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너도 알지 걔. 누구. 누구긴 누구야, 전정국 유명하잖아.
“….아아— 전정국.”
잘 몰라. 별로 안 친해서. 뭐라도 건질까 싶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선사하던 이들이 이어진 말에 하나둘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친한 줄 알았네. 도윤이 호쾌하게 웃으며 맥주를 마셨다. 전정국 걔 아니야? 군대 가기 전부터 잘생겼다고 소문났었던. 장내가 금세 떠들썩해졌다. 얼마나 잘생겼을까— 하는 말부터 오늘 술자리에 온다 안 온다 내기를 하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선율도 전정국을 알긴 알았지만, 되짚어보면 그마저도 오며 가며 몇 마디 나눠본 게 다였다. 물론 전정국의 기억과는 다를지 몰라도. 오겠지. 중얼거리던 율의 말을 용케 들은 도윤이 큰소리로 외쳤다.
“진짜? 오늘 온대?”
뚝. 유추하던 목소리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의구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엥 쟤 잘 모른다며. 자기만 알고 싶었나 보지. 몇몇은 아니꼽다는 듯 속닥속닥. 도윤아. 응? 나오려던 말을 간신히 삼킨 율이 해탈한 웃음을 지었다. ···아니야, 마저 먹어. 도윤이 실실거리며 치킨 한 조각을 들자 일순간 딸랑—. 청명한 소리와 함께 나타난 건

“안녕. 오랜만이네.”
역시나 예상은 틀리질 않고. 전정국은 몇몇 동기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가장 시끄러운 테이블로 향했다. 그래, 분명 다른 테이블인데 왜 자꾸 여길 보냐고. 선율은 입이 바짝바짝 말라 연거푸 물을 들이마셨다. 아까부터 전정국의 시선이 묘하게 이쪽을 향한 것 같았기에.
“율아 그거 물 아니고…. 소주야.”
···아. 나 그만 가봐야겠다. 오히려 좋아, 선율은 더 있으면 취할 것 같다는 핑계로 짐을 챙겼다. 집 도착해서 연락 줘. 도윤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선율이 발걸음을 재촉하자마자 벌써 가냐는 연락이 휴대폰 화면을 가득 채워 앵앵거렸다.
모기도 아니고 아무래도 알림은 꺼두는 게 답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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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죽어라 마셨던 선율은 풀리지 않는 숙취를 가득 안고 강의실에 입성했다. 해장해야 되는데 뭐 먹지. 도윤은 아직 자고 있는지 연락이 없고, 누구랑 먹을지도 고민이네 이거. 애꿎은 휴대폰만 툭툭 치던 선율은 강의 시작과 동시에 책상으로 고개를 떨궜다. 학점이 떨어지든 말든 지금은 잠 안 자고는 못 배겨.
“······율.”
선율. 희미하게 들리는 이름에 안드로메다를 향하던 정신을 간신히 붙잡은 율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목소리의 근원을 찾았다.

“언제까지 잘 거야.”
근데 왜 전정국이 내 옆에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