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04











그날 이후, 학생들이 내 마음이라도 읽은 듯
황현진만 벌점을 면제하는 이유에 대한 추측이
곧 학교 소문으로 빠르게 퍼져갔다

재벌집 아들이라 물려받을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
학교 측에서 쉬쉬 한다더라,
극성 부모님의 잦은 컴플레인 때문이라더라,
건달 아빠가 학교에 와서 협박을 했다더라 등등

온갖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오히려 황현진은 그런 루머를 듣고도
별다른 말 없이 조용히 학교생활을 이어갔다

내심 답답한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나였으면 짜증나서라도 루머를 해결하려 들 텐데
어째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지
남들이 본인 집안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올리는 것이 기분 나쁘지도 않은지

약간의 걱정과 의아함이 섞인 눈빛으로
황현진을 바라보았지만
그 소문이 사실일까 싶은 생각에
소문을 반신반의하는 마음은 어느 정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황현진에 대한 의문을
말끔히 지운 것은 아니었다

깔끔한 정장 차림의 남성과 번쩍이는 카니발
그리고 졸린 눈을 비비며 그 안에서 오르내리는 황현진

소문이 엉뚱하게 나도 이상하지 않을 광경이었지만
만약 이 광경을 보았다고 친구들에게 전하면
소문이 더욱 이상하게 변질되어
상황이 꼬일 게 분명했기 때문에 굳이 입을 열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느끼는 부분 또한 물론 있었다
그가 자리에 있든 말든
그의 이름을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여러 추측들을 이어갔지만
아무도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는 학생들의 태도였다

황현진은 그들의 수근거림에
보란 듯이 엎드려 잠을 청했다









학교가 끝난 후 정문을 나설 때쯤
건물 뒤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노랗게 물든 하늘과 분홍빛 구름이 이리저리 얽혀
하늘은 파스텔로 칠한 것처럼
알록달록한 색을 띠고 있었다

어김없이 좁은 골목길로 걸음을 옮겼다

황현진은 양쪽 귀에 에어팟을 꼽은 채
누군가와 통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날 선 말투에 잠시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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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됐다니까요, 굳이 학교까지 와서 대접받아야 해요?
조용히 살고 싶으니까 경호원 형도 그만 좀 보내세요 “


들으면 안 되는 대화를 엿들은 것 같았다

커다란 등이 골목을 가로막는 탓에
하는 수 없이 황현진의 뒤를 따랐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심코 들어버린 통화 내용에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나간다고 말을 꺼낼까,
아니면 통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길 좀 터 달라고 부탁해 볼까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보았지만
통화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저기.. ”


손가락으로 황현진 등을 콕콕 찔렀다


“ 좀 지나갈게 “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그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표정이 그려져 있었다

황현진은 꼽혀 있던 에어팟을 빼며 느긋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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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새끼가 엿듣고 있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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