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쉬듯 내뱉은 말에 몸이 움찔했다
눈을 도르륵 굴리며 옅은 한숨을 쉬었다
일부러 엿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괜히 들킨 기분이 들었다

“ 어디까지 들었어? ”
한순간에 조용해진 공기에는 긴장감이 머물렀다
나도 모르게 시치미 떼는 말이 먼저 나왔다
모른 체하는 걸 알아챈 그는
이미 다 듣고도 시치미 떼는 거냐며
날카로운 태도로 나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 처음부터 다 들었나 보네 “
황현진의 어깨를 툭 치곤 앞서 달아났다
혹여나 뒤를 쫓을까 여러 차례 돌아봤지만 보이는 것은
다급하게 나를 뒤따라오는 황현진이 아닌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팔짱을 낀 채
달아나는 뒷통수를 빤히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황현진과 그런 일이 있고 나서부터
이상하게 황현진이 나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시선을 옮길 때마다 항상 눈이 마주쳤고
가는 길마다 주변에 황현진이 있었다
수업 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뒷통수가 따가워 고개를 돌려보면
뚫어져라 내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날 왜 내가 이어폰을 깜빡하고 집에 두고 와서
이런 일에 휘말리게 된걸까
하필 자리마저 가까운 탓에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그가 의식됐다
불편한 나날들이 반복되던 어느 날
5교시로 국어 수업을 듣던 와중
쪽지 하나가 내 등에 맞고 맥없이 툭 떨어졌다
뒤를 돌아보니 황현진이 턱짓으로
의자 밑으로 떨어진 쪽지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따가 나 좀 봐
의미를 알 수 없는 쪽지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뒤를 돌아보자
그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소리 없이 입모양을 뻥긋거렸다

“ 다 봤으면 앞에 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