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녀왔습니다 ”
“ 응, 아가~ 일찍 왔네
수학여행은 잘 다녀왔니? ”
외박 후 들어간 집안 분위기는
살벌하기는커녕 따뜻하고 밝았다
왜 이제야 들어오냐며
험한 말이 나와야 할 엄마의 입에서는
수학여행이라는 뜻밖의 단어가 먼저 나왔다
잠시 멈칫했지만 급하게 표정관리를 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고작 하루 외박한 것일 뿐인데
왠지 모르게 집이 오랜만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침대 위에 풀썩 누웠다
이상하게 침대가 좁아보였고
천장에는 번쩍이는 샹들리에가 아닌
익숙한 조명이 보였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어젯밤 황현진이 한 말들을몇 번이고 곱씹었다
분명 입막음을 위해집을 데려간 것이라고 했는데
내 입을 막기에는 전개가 너무 흐지부지 넘어간 것 같아
기분이 영 찝찝했다
원래 영화에서 보면
주인공들이 남에게 본인의 비밀을 들켰을 때
극단적으로 협박을 하거나
약점을 빌미로 입막음을 시키던데
일이 왜 이렇게 대충 흘러가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사실상 입막음이라기보다는
친구 집에서 하루 묵고 온 기분인데
엄청난 대접을 받고 왔음에도 개운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정장 차림의 남자들은 도대체 얼마를 받으며 근무하길래
저런 싸가지 없는 행동에도 격식 있게 고개를 숙이는 건지
나같으면 얄미움에 딱밤을 세게 한 대 먹였을텐데
그나저나 황현진의 정체가내 예상을 제대로 적중해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입학 첫날 그저 양아치라고만 생각했던 황현진이
정말로 재벌가 아들이었을 줄이야
이제서야 황현진에게 물어보지 못한 질문들이
머릿속에 줄줄이 떠올랐다
그때 물어보지 못했다는 후회에
괜히 베개를 팡팡 내리쳤다

눈을 떠보니 창밖은 온통 까만 밤하늘이 보였다
자는 사이에 흘린 땀이
옷과 살갗에 진득하게 말라 있었다
애매하게 벗겨진한쪽 양말을
휙 벗어던지고부엌으로 향하니
요리를 하던 엄마의 뒷모습이 보였다
“ 어, 아가 일어났어? ”
따가운 부엌 조명에 눈을 비비며 방으로 되돌아갔다
도저히 이 진득한 교복을 입고 있기가 영 찝찝해
방바닥에 옷을 벗어던지고 곧장 욕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왔다
식탁 위에 놓인 반찬들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
금방이라도 새어 나올 것 같은
군침을 삼키고자리에 앉으니
곧바로 식탁 위에 된장찌개가 놓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