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리고 차갑던 바람이 금세 따뜻해졌다
덕분에 겉옷 없이 교복만 입고 등교해도
몸이 덜덜 떨리지 않았다
황현진 집에서 잔 그날 이후로도
그에 대한 소문은 잔잔하고 꾸준하게 들려왔다
마음 같아서는 그들 틈에 비집고 들어가
그런 사람 아니라며 호통을 치고 싶었지만
입막음을 하려던 황현진을 생각해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그런 소문을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앞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
술렁이던 교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 자, 오늘 자리 바꿀거다 “
선생님 입에서 나온 한 마디에
교실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선생님은 곧바로 티비를 켜고 노트북을 열어
자리 바꾸는 사이트에 들어가
학생들 이름을 하나하나 입력했다

결과가 나오자 함성과 탄식이 동시에 섞여 들려왔다
꾸물대지 말고 얼른 움직이라는 선생님의 재촉에 떠밀려
급하게 책상을 뒷자리로 옮겼다
자리를 옮기고 나니
그제서야 짝꿍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인상을 쓴 채 옆을 힐긋 쳐다보자
황현진과 눈이 마주쳤지만
오히려 황현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눈을 피하며 자리에 앉았다
1교시는 국어였다
자리 바꾸고 난 후 처음 듣는 수업이라 그런지
어수선한 교실 분위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 반장, 인사하자 ”
국어 선생님은 들어오자마자 반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괜한 농담을 두루 늘어놓았다
“ 오늘 자리 바꿨네?
남자애들 얼굴 보아하니
좋아하는 사람이랑 자리 떨어졌구나~ ”
선생님 한 마디에 교실 안은
모두가 기겁하듯 지르는 비명이 가득 찼다
반면 황현진은 예상 외로
벌개진 귀를 혼자 만지작거리며 목을 가다듬었다
“ 왜? 진짜 좋아하는 여자애랑 자리 떨어져서 아쉬워? ”
귓가에 장난스럽게 속삭이자
황현진은 순간 움찔하더니 내 얼굴을 날카롭게 째려봤다

그 표정이 어찌나 재밌던지
누가 들을까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그 속에서 깔깔댔다
“ 조용~ 수업 시작한다 ”
수업 시작한 지 10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황현진은 고개가 떨어질 듯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샤프 뒷부분으로 옆구리를 쿡 찌르자 부스스 일어나더니
곧바로 자세를 바꿔 책상에 엎드렸다
그 모습을 보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학생이 학교에 와서 공부는 안 하고
잠만 자다 가는 꼴이 꽤나 우스웠다
황현진이 작게 뒤척일 때마다
은은한 향이 뿜어져 나왔다
잠든 황현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인상 쓰는 습관이 몸에 배어 버린 건지
아니면 딱딱한 책상이 불편한 건지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눈을 꼭 감고 있었다
“ 어이 거기, 자는 애 깨워 ”
깜짝 놀라 몸을 들썩였다
곧바로 커다란 어깨를 살살 흔들며 깨우니
짜증 섞인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