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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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도 모른 채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니 훅 끼치는 황현진 향기에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또 다시 아빠가 있는 방에 들어와
얼굴 도장을 찍은 후 주차장으로 향했다

달라진 것 없는 시가 냄새와 정장 차림의 남자들
험상궂은 얼굴을 한 황현진 아빠의 얼굴을 마주하니
그날의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떠올랐다









” 밥 먹으러 간다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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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일식 먹으러 갈거야 ”


머리를 가볍게 쓸어넘겼다

약간 헝클어진 머리는 바람에 휘날려 향기를 뿜어냈다

앞장 선 황현진은 잠시 발길을 멈추더니
귀에 휴대폰을 갖다대고는 말했다


“ 여보세요, 저 지금 친구랑 밥 먹으러 가려고요 “


그 목소리가 주차장 안을 메아리처럼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 흘러나오는 연륜 있는 남자의 목소리는
어떤 말을 뱉는지 도통 알 수 없었지만
말씨 하나하나에 친절함이 배어 있었다









도착한 곳은 최고급 오마카세 식당이었다

일식이라는 말을 듣고
평범한 라멘 같은 메뉴를 예상했지만
전혀 다른 메뉴에 당황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가게는 매우 조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은은한 나무향과
차분한 조명이 나를 맞이했다

황현진은 이 가게를 단골 맛집이라고 소개했지만
단골 맛집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분위기였다

익숙한 듯 자리에 앉은 황현진을 따라 옆에 자리했다

셰프와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워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눈알만 도르륵 굴렸다

음식은 코스로 나왔다

셰프는 같은 멘트를 여러 번 뱉으며
음식에 대한 설명을 짧게 이어갔다

에피타이저로 차, 전채요리, 계란찜 같은 음식이
세 차례나 나왔고
본 음식으로는 우니, 전복, 참치 등
값비싼 해산물이 줄줄 나왔다

아무도 말을 섞지 않는
조용한 가게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려니
체할 것만 같았다

황현진은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익숙한 듯
물 흐르듯이 식사를 하고
냅킨으로 입 주변을 톡톡 닦아냈다

가게를 나와 차로 향하던 도중
내내 입을 닫고 있던 황현진이 차분히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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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일은 고마워, 그리고 우리 집 놀러 오고 싶으면
마음대로 들락거려도 돼 “

“ 왜? ”

“ 그냥.. 친구니까 ”


식사 이후 다시 황현진 아빠가 있는 회사로 돌아갔다

지문인식과 안면인식을 등록하고
황현진이 지내는 집 현관문에도
내 얼굴과 지문을 등록해 놓았다

이유를 묻자 그는 단순히 친구니까 해주는 것이라며
같은 대답을 여러 번 반복하기만 했다

아직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이인데도
황현진은 나를 신뢰한다는 듯한 행동을 여러 차례 보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종일 친구라는 개념을 되뇌었다

혹여나 황현진이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지
아니면 정말 나를 친구로 생각해서
이런 대접을 해주는 건지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혀
머릿속이 마냥 복잡해지기만 했을 뿐
별 다른 결론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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