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연화

#2화 <꽃으로 살아가고싶습니다>

"세자!  한 나라의 국본임을 잊지 말아야하거늘!!"

"송구합니다 아바마마"

"쓸모없는 놈"

"쓸모...없다.. 어마마마께도 늘 이리 말씀하셨습니까?"

"그 얘긴 꺼내지 말거라!"

"아바마마께서는 벌써 잊으셨습니까?"

"잊었다 그러니 너도 잊거라"

"어찌 어마마마를 잊으시라하십니까..."

"헌아 잊어야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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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생생히 기억이나서... 어마마마의 마지막 말씀이 잊혀지지가 않아서... 동궁에만 있으면 어마마마가 그리워서 숨이 막혀 죽을것만같습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말을 기억하거라"


자리에서 일어나 대전으로 향하는 임금


"아버지께서 모르시는 어머니의 진짜 마지막 말씀은 '전하'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잊으신 어머니는 죽는 순간까지 아버지를 생각하셨습니다..."



3년후
첫날에 한번, 보름에 한번, 그믐날에 한번 이 3번은 어느새 3년이란 시간이 흘러 108번이 되었고 둘의 사이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모른채 깊어지고 있었다

이 헌(세자)=석권(도련님):15살
연화:13살

연화는 몇달 전부터 아버지의 호통소리에 잠에서 깬다
아마도 세자빈 간택 때문이겠지... 금혼령이 내려지고 언니가 처녀단자를 올린후 아버지는 더더욱 언니의 교육에 열과 성을 다했다. 

"더욱 현명하고 지혜롭게 생각하고 행동해야한다!"

"ㅇ,아버지... 만약 삼간택에서 떨어진다면..."

"대비마마께서 우리 집안 분이시다 삼간택은 대비마마께서 심사를 하시니 소월이 너만 제대로하면 세자빈은 따놓은 단상이니라!"

"ㄱ,그래도"

"너의 이름을 생각하거라 밝을 소에 달 월이다! 밝은 달이 되거라 높은 자리에서 온 세상을 비추거라! 도씨 가문의 여인이 국모의 자리에 올라서는 아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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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소녀 꼭 세자빈이 되겠사옵니다..."


아버지의 호통 소리의 끝에는 늘 누이의 울음소리가 있었다 소월 누이의 울음소리로 얻은것은 연화 누이의 삶이었다. 소월이는 연화를 위해 이름을 잃고, 정인을 잃고, 자신의 삶까지 잃었다. 나는 이 둘의 오라비로써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오라버니... 어찌 그러십니까"

"정녕 괜찮은것이냐? 지금이라ㄷ,"

"아버지께선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아니면 연화일것입니다 국모의 자리가 얼마나 위험한 자리인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알고있었느냐..?"

"어찌 모르겠습니까? 중전마마의 죽음도 도씨 가문의 몰락도 아버지와 대비마마의 소행인것을... 연화만은 몰라야합니다 그 여린 아이가 버틸 수 있을만한 진실이 아닙니다"

"연화는 걱정말거라 내가 지킬것이니"


그 시각 연화는 나갈 채비를 하고있었다. 흰 피부, 붉은 입술, 단정히 올린 머리, 고운 비단 옷 

"연화야"

"예 오라버니"

"또 그 도련님을 만나러가는 것이냐?"

"다 아시면서 어찌 물으십니까"

"이번 달 그믐에는 재간택 날이니 일찍 들어와야한다"

"알고있습니다 오늘은 보름이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심하거라"

"예 오라버니"


연화가 밖에 나가고 얼마지나지 않아 하늘에서 빗물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ㅇ,어... 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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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두막으로 가자꾸나"

"도련님? 도련님께서 어찌..."

"오늘 하늘이 범상치 않길래 연화 너의 집 앞에서 너를기다렸다"

"깜짝 놀랐습니다"

"설명은 나중에하고 일단 비를 피하는 것이 좋겠다"


가까운 오두막으로 들어간 둘은 비가 그칠때까지 기다렸다. 비는 노을이 질때쯤에서야 겨우 그쳤다

"오늘 하루는 비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였습니다"

"오늘은 어짜피 밤이 더욱 중요한 날이다"

"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텐데..."

"내가 너에게 준비한것은 밤에만 볼 수 있는것이다 노을이 지고 어두워지고있으니 슬슬 가보자꾸나"

"어디를 말씀이십니까?"

"가보면 알게될것이니 내 손을 잡고 따라오거라"


석권이 향한 곳은 뒷산이었다 산 꼭대기가 아닌 사람의 발자국이 드문 길로 가니 덩쿨사이에 나무로 만들어자 문이 하나 있었다

"뒷산에는 자주 갔어도 여기는 처음 와봅니다"

"벌써 놀라긴 이른데~"

석권이 가지고있는 열쇠로 자물쇠를 풀고 들어가니 황홀한 풍경이 펼쳐졌다. 나뭇가지 사이로 꽃잎이 떨어졌고 밤 하늘의 보름달이 밝게 둘을 비추고있었다

"석권 도련님..."

"너에게 이 풍경을 꼭 보여주고싶었다"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어머니께서 내 탄일에 알려주신 곳이다"

"어머니께서 석권 도련님께 참으로 좋은 선물을 하셨습니다"

"어머니말고 여기에 온 여인은 연화 니가 처음이구나"

"이리 중요한 곳을 어찌 제게 알려주십니까...?"

"연화 너는 내게 중요한 사람이니 같이 오고싶었다"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이리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어찌 눈물을 흘리느냐"

"도련님 저는 꽃으로 살아가고싶습니다"

"어머니와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

"해와 달은 같은 하늘에 있지만 해는 낮에 뜨고 달은 밤에 뜨니 서로 만날 수 없지요... 허나 꽃은 해를 바라보고 아름답게 피어나고 해 또한 꽃을 비추니... 홀로 쓸쓸히 빛을 내는 달보다는 꽃으로 살아가고싶습니다"

"참으로 그러하구나..."

"도련님께서 신첩의 해가 되어주십시오 신첩 도련님의 꽃으로 살아갈것입니다"

"나는 영원히 너의 해가 되어줄것이다"

"신첩 도련님의 꽃으로 영원히 시들지 않을것입니다"

"연화 너에게 줄것이 있다"

"이미 너무나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은을 꽃 모양으로 만들어 장식한 노리개다"

"과분한 선물입니다"

"너에게 주고싶어 특별히 노리개를 만드는 장인에게 부탁한것이다 그리고 여기 이 문의 열쇠도 달려있다"

"도련님...."

"오늘 우리는 혼인을 약속한것이다 가락지 대신이라 생각하고 받거라"

"예 그럼 신첩도 드릴 선물이 있사옵니다"


연화는 석권에게 짧은 입맞춤을 했다

"너무 짧지 않느냐"

석권은 연화의 볼을 감싸며 입을 맞췄고 오랫동안 둘의 입술은 떨어지지 않았다

"하...하... 도련님 ㅅ,숨이..찹니다"

"해서, 싫었느냐"

"아니요... 좋았습니다 아니 그 이상입니다"

"황홀하였다"

"예 도련님 황홀하였습니다"


깊은 밤이 되자 석권은 연화를 집으로 데려다 주고 연화는 대문 앞에서 그가 멀어져 안보일때까지 그를 눈에 담았다. 대문을 열어 들어가려는 순간 한 사내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무례하십니다! 처녀의 몸에 손을 대시다니요!"

"송구합니다 아가씨... 이 집의 아가씨이십니까?"

"예 그러하옵니다. 헌데, 어찌 물으십니까?"

"허면 소월의 누이겠구나"

"저희 언니는 어찌..."

"소월에게 이 서찰을 전해다오"

"언니께 연정을 품으신듯한데 그 마음을 외면하십시오... 언니께선 세자빈이 되실분입니다"

"혼인을 약조하였다... 그 약조를 저버리란말이냐..."

"성함이 어찌 되시옵니까..?"

"이 선이다"

"이 선... 서찰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고맙구나"

"밤이 늦었습니다 이만 돌아가시지요"


연화는 곧장 설화의 방문을 두드렸다

"언니 저 연화입니다"

"들어오거라"

"전해드릴게 있어서..."

"전할것이라니..?"

"이 선이라는 분께서 서찰을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이 선... 서찰을 두고 가거라"

"예..."


연화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노리개를 장신구함에 넣고 피곤했는지 금새 잠들었다. 그 사이 소월은 서찰을 읽고선 밖에 나와 서찰을 태웠다.


"선 도련님... 아버지께 들키시면 어찌하시려고 도련님께서는 무사 강녕하셔야지요..."

보름후 그믐날
소월은 가마에 올라타기전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람처럼인사를 건넸다

"오라버니 연화를 지켜주세요"

"연화는 걱정말거라"

"연화야 이 언니의 미련함을 용서하거라..."

"어찌 그리 말씀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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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그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너의 연심을 외면하지 말거라 사람의 연은 끊어지지 않으니... 염치 없게도 나는 지금 행복하구나"


소월이 가마에 올라타고 가마는 대궐으로 향했다

"연화 너는 어찌 집에 있느냐?"

"석권 도련님께서 오늘은 집안에 중요한 행사가 있어 만나기 힘들 것 같다고 하셔서요"

"악직도 그 석권이란 도련님의 집안은 어떤 집안인지 모르는것이냐"

"예 소녀 그분이 노비든 양반이든 상관 없사옵니다. 임금만 아니라면 연정을 품는게 어찌 죄가되겠습니까?"


소월이 대궐로 항하고 재간택이 끝나고도 한참이 지났을텐데 여전히 기별이 없으니 걱정이된 혁과 연화는 집 대문 앞을 서성이며 소월을 기다리던중 문득 연화의 머릿 속을 지나난 한 사내가 있었다

"이...선"

"이 선이라니 연화 니가 어찌 그 사내의 이름을 아는것이냐?"

"오라버니께선 어찌 아시옵니까?"

"소월이도 연화 너처럼 정인이 있었다 그 정인의 이름이 이 선이었다 허나, 아버지의 반대로 연이 끊어진줄로만 알았는데"

"보름날 그 사내가 서찰을 전해달라하여 언니께 서찰을 전했사옵니다"

"소월이가 위험하다!"


아니나다를까 아버지께선 집에 오자마자 역정을 내시고 사람을 시켜 소월을 찾아내게 시켰고 혁은 검을 뽑아 그 뒤를 따랐다. 아버지께서는 정신이 나간듯 나를 지키려 내 앞을 막아서는 모든 몸종을 죽이고 내 목에 기어이 검을 들이밀었다


"ㅇ,아바마마 저 연화입니다 검을 거두어주십시오"

"이제는 연화 니가 소월이 그 년 대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