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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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빠

박필터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소중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나 또한, 너무나도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딸~ 얼른 밥먹자”

당시 여섯살이었던 나는,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토요일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치.. 맨날 계란이야.."

"미안해, 아빠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맛있는 거 많이 해줄게. 오늘만 이해해주라, 응?"

"아라써.."

가난한 집안 환경 때문에 매일 계란과 쌀밥으로 끼니를 떼우다보니, 나는 어린 마음에 반찬의 종류가 다양한 밥상을 바라게 되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무겁게 내려앉는 눈꺼풀을 애써 무시하며 동화책을 읽고 있던 때, 아빠는 나를 살짝 들어올리며 말했다.

"오구구, 공주님 졸려요~? 우리 이제 잘까?"

고개를 살살 저으며 눈을 꿈뻑거리는 나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자장가를 불러주던 아빠.

그게 아빠의 마지막 자장가였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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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새벽부터 소란스러운 바깥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 일요일 새벽은, 이상하리만치 요란스러웠다.
조용히 방문을 열고 바깥 상황을 살핀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순간적인 공포에 눈물마저 나오지 않았다.

내 앞에 펼쳐진 풍경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사람들의 비명소리, 피로 물든 그들의 옷자락.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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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에게 자비없이 끌려가던 나의 아빠.

"아빠..!!!"

애타게 그를 불러보았지만,
너무나도 어렸던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나를 떠나던 그를 그렇게 바라보는 수 밖에 없었다.

뜨거운 눈물이 비쩍 마른 양볼을 타고 흘러내리던 때를,
아빠의 흐릿한 그 눈동자를,
난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나와 평생 함께하겠다 약속했던 아빠는
한순간에 내 곁을 떠나버렸고,
그 사실은 나를 겉잡을 수 없는 슬픔에 뒤덮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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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그 날 이후 난 고모의 집에 맡겨져 하루하루를 보냈다.

나는 그저
아빠의 존재가 너무나도 그리웠던,
아빠의 사랑이 고팠던 6살의 작은 아이일 뿐이었다.

상황파악도 되지 않은 채, 나의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게 되었다는 커다란 상실감은 나를 계속 집어삼켰다.

치직-, 칙-

간간히 들려오던 라디오 소리.

'인민군의 침입으로, …’

북한의 인민군은 끝도 없이 남한을 공격해왔고,
결국 고모와 나 또한 피난을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우리가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고, 거대했다.
나의 안전한 보호막이라 생각했던 아빠마저
처참히 제압당했을만큼.

피난을 가던 길에, 백일홍 한송이를 주웠다.
그 꽃을 보니 더더욱 아빠의 대한 그리움이 커져만 갔다.

백일홍, '떠나간 님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꽃말을 가진 붉은 꽃. 백일홍 한 송이를 고사리 같은 손에 꼭 쥐고 인민군을 피해 피난을 가던 그 날.
난, 그렇게 다짐했다.

아빠를 모든 우주가 탐내었던 것이라고.
아빠의 존재는 너무나 든든하고 선한 존재여서,
이 쓸쓸한 지구에 존재하기엔 아까운 존재였다고.

그렇게 내 퀭한 마음 한 켠을 달래는 게,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떠나버린 아빠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나의 아빠,
소중한 나의 벗이자 하나뿐인 가족이었던 아빠.
그런 당신이 너무나도 그립습니다.
나는 아빠가 다시 내 곁에 돌아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말로, 많이 그립습니다.
아빠가 내 곁에 다시 돌아오는 때가 온다면,
그 땐 사랑한다고 한없이 말해줄 것이라 약속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