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입학은 최악이였다. 하필 여주랑 다른 반이되냐.. 이따 쉬는시간에 찾아가야겠다.
새학기 첫 날이라 어색한 공기를 굳이 깨고 싶지 않았다. 곧 있으면 2주년인데 뭐 해주지?
공책에 뭐 해주지 모 해줄까? 여주♡범규 이런 낙서들만 끄적이고 있었다.
"안녕! 우리 짝꿍이네? 이름이 뭐야? 난 김예림"
"아, 나는 최범규"
깜짝아.. 옆에 사람이 있었구나. 언제부터 있었지
어색하게 웃어주다 다시 공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주야 보고 싶어 ㅠㅠ'
['쉬는시간에 내가 찾아갈게!']
"푸흐.. 귀여워"

"여자친구?"
"응"
'아니야 내가 찾아갈게!' 여주에게 답장을 보낸 뒤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시간 언제 지나가..
.
.
.
"범규야 나랑 -.."
"나 나가야돼"
쉬는시간 종이 치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옆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안 들렸다. 뒷문을 열고 반을 나서려는 그 때 황급히 들어오는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혔다.
"아 시발.. 똑바로 안 보고 다니냐?"
"미안한데 비켜"
별 게 다 시비네. 그 남자애를 밀치고 나가려는 그 때 김예림이 그 남자애한테 소리치는게 들렸다.
"박태정, 범규는 건들지마"
물론 걔네한테는 신경도 안 썼다.
***
처음에 친절한 줄만 알았던 김예림이 점점 싸가지 없는 애였단 걸 깨닫고 싫은 티를 냈다. 그렇지만 나에게 말 거는 시간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점점 귀찮아지려 그러네
"너 박태정 알지?"
"응"
"걔 나 좋아한다? 내 말만 들어"
"그럼 둘이 잘해보면 되겠다"
제발 둘이 사귀고 나한테 말 걸지 말아주라 제발
둘이 결혼까지 해라.. 이런 저런 생각을 속으로 하며 핸드폰을 하고 있다가 김예림이 한 말에 멈칫했다
"범규야 나랑 사귈래?"
"...?"
대답 없이 커플링을 낀 손을 보여줬다. 존나 어이없다는 표정도 같이.. 얘는 무슨 생각이지
"나랑 사귀면 여주 안 괴롭힐게"
"뭐? 무슨 개소리야 그게"
네가 여주를 어떻게 알아. 괴롭히고 다니냐?
처음으로 김예림한테 세마디 이상 얘기 해본 것 같다
연속으로 묻는 내 질문이 뭐가 그리 웃긴지 피식 웃던 김예림이 또 한 번 입을 열었다.
"박태정 걔 내 말만 듣는다니까? 어떡해. 여주 좀 혼내달라고 부탁 해볼까?"
"시발년이..."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왔다. 지금 누가 누굴 협박해.. 재수없게.
***
"윽!..."
퍽-, 퍼억
재수 없다는 말을 입 밖에 꺼내면 안됬었다. 말이 씨가 된다. 무자비하게 맞고 있는 내가 한심하지만
내가 더욱 더 가만히 맞고 있는 이유는
"예림아 더 때릴까? 엉?"

"태정아. 범규 재미없지"
"하, 실컷 때려놓고 그게 무슨 소리야"
"김여주 어때? 사실 걔가 제일 거슬리는 애거든.."
..안된다. 여주는 절대 안된다
아픈 몸을 일으켜 고개를 저으며 김예림을 붙잡았다.
뒤에서 박태정이 뭐 하는 짓이냐고 주먹을 들었지만 김예림이 그를 멈추게 했다.
"차라리 날 더 때려. 내가 맞을게. 절대 신고도 안 할게"
"풉-.. 내가 네 말을 어떻게 믿어"
"여주한테는 그러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
"그럼 내가 한 말 지켜야해"
"너.. 나한테 왜 그러는거ㅇ..."
"범규야 많이 아프지? 보건실 가자 데려다줄게"
걸려도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
"범규야 너 자꾸 왜 그래.."
"뭐가"
"계속 핸드폰만 볼 거야?"
"담배 좀 피우고 올게"
여주를 뒤로 한 채 옥상으로 올라갔다. 생각해보니 내가 김예림이 원하는 대로 놀아주고 있는거였어
그래도.. 여주가 나 대신 괴롭힘 당하는 건 죽어도 싫다.
***
"..."

"와..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싸이코 같은데?"
"왜 나한테 얘기 안 했어?"
범규의 말을 들으면서 서운하기도 속상하기도 화가 나기도 했다. 왜 자기 혼자 숨기고.. 주변에 도움이라도 청하지 왜..
조금은 굳은 내 표정이라도 본 듯 연준오빠가 내 등을 토닥이며 입을 열었다.
"집에 데려다줄까? 몸은 어때"
"괜찮아 나 혼자 갈게"

"데려다줄게"
"..."
지금보니 저번부터 절뚝 거리던 다리가 더 심해져 있는 것 같았다. 지도 지 몸 간수 못 하면서 누굴 데려다줘.. 가만히 지켜보자 범규가 뒷머리를 머쓱하게 긁적였다.
"미안해. 춥지 옷 벗어줄까?"
"됐어"
집으로 걸어가는 내내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생각할 게 많았고. 범규를 슬쩍 보았을 땐
여전히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집 앞에 도착하자 범규가 드디어 말을 꺼냈다.
"나 이러는거 염치 없지"
"..."
"처음에는 너 지키려고 아무 말 안 하고 있었던 거 맞는데.. 시간 지나고 보니까. 나 김예림보다 더 미친새끼더라"
"..왜"
"그건.. 널 지키는 게 아니잖아. 상처만 주고"
"범규야, 솔직히 나 너 다시 좋아할 자신 없어"
"..."
더이상 말을 하면 힘 빠질 것 같았다. 나보다 축 처져 있는 범규를 보다가 문을 열려는 그 때, 범규가 뒤에서 무어라 말을 했다.

"그래도 너한테 털 끝 하나 안 건들여서 다행이야"
은은하게 웃는 범규가 예뻤다. 이렇게 편히 웃는 모습을 언제 마지막으로 봤더라..
괜히 마음이 아파왔다.
______끝.
여러분이 여주라면 어떻게 할건가요? 용서 해준다 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