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럴 수도 있지.”
“너 나 놀리는 거지?”
“그럴 수도 있지.”
누가 봐도 나는 너를 놀리고 있는 중이다 가 얼굴에 적혀있는 승연을 보며 우석은 속으로 저 녀석이 대학에 똑 떨어지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우석이 고3이 되자마자 한결이 속해있는 그룹이 컴백을 했다. 우석이 팬이 된 이후 한결의 첫 컴백이 우석의 고3 3월인 것이다.
“1달만 일찍 컴백했으면 공방이나 팬싸 가는 건데.”
“에? 네가 공방, 팬싸까지 간다고? 온라인 덕후 김우석이?”
“그럴 수도 있지!”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아무리 생각해도 너 나 놀리는 거 맞는 것 같아.”
남들 다 망한다는 고등학교 첫 시험부터 작년까지 한 번도 올 1등급을 놓친 적이 없는 승연의 놀림은 우석을 속상하게 했다. 승연은 지금까지 해온 게 있다보니 고3이라고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고 있는데 애매하게 살아온 우석한테 지금은 아주 중요한 시기였으니까. 공방이든 팬싸든 무엇이든 갈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했다. 맘껏 놀렸는지 승연은 갑자기 우석을 다독이기 시작했다.
“일 년만 딱 참아. 같이 대학 간 후에 그때 맘껏 팬질해. 혹시 알아? 쟤들이 네가 다니는 대학의 내년 학교 축제에도 올 수도 있잖아.”
“그래. 걔네가 학교 축제에 온다는 건 좀 과한 희망사항인데, 우선 대학부터 붙고 보자.”
“그 전에 해체할지도 모르지만.”
“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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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이랑 팬싸를 가지 않는다고 우석이 한결을 완전히 안 본 건 아니었다. 뮤직비디오는 당연히 봤고 음악방송 무대도 언젠가는 다 보겠다는 심정으로 조금씩 보고 있었다. 정말 안되는 그룹은 음악방송 무대도 잘 못 선다는데 다행히 한결이 속한 그룹은 음악방송만큼은 꾸준히 잘 나온다. 아이돌 전용 예능에도 몇 번 단체로 출연한 것도 같았다.
-오늘 완전 대박 여기서 떡밥 엄청 터졌어요 다음 활동 때도 여기는 꼭 다시 나가야 해요
가끔 팬들이 전해주는 소식도 들으면서 음악방송 무대를 꾸준히 보던 우석은 언젠가부터 한결이 무대에서 보이지 않자 급하기 공식팬카페에 들어갔다. 고3이 된 이후로 처음 들어가는 것 같았다. 공지사항이 올라오는 게시판을 보니 이한결 부상 관련 공지가 있었다. 안무 연습 도중에 발목을 접질려 일주일간 활동을 쉰다고 나와있는데, 한 달 전에 올라온 이 공지 이후 올라오는 모든 무대에서 한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발목 접질린 게 가벼운 부상은 아니니까. 애초에 일주일만 활동 쉰다는 게 이상했어.”
무대에서만 안 보이는 거였지, 팬싸나 SNS에는 꾸준히 소식을 전해주고 있었다. 무대에 같이 못 서서 미안하다, 오늘 사녹 현장에 안 꾸미고 몰래 놀라갔는데 팬분들이 알아봐서 민망했다, 솔직히 이런 거 저런 거 먹고 싶다 등등 우석은 각종 TMI와 함께 올라온 한결의 사진들을 하나씩 저장했다. 그러면서 챙겨봐야할 것들이 또 늘었음을 깨달아 허탈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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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어요 형?”
“애들은 바로 안무 연습하러 갔어. 넌 좀 쉬다가 보컬 연습 시간에 회사로 와.”
“네...”
잠시 숙소에 들린 매니저는 멤버들이 연습 때 입는 옷을 챙기고 바로 나갔다. 숙소에 혼자 남아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한결의 목소리가 조금 처져있던 것 같았지만 다친 게 속상해서 그러려니 했다. 생각보다 부상이 심각해서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무대에 못 서는 게 속상할 수밖에 없으니까.
“…”
발목 부상이 한결의 다른 부위를 점점 아프게 한다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