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소중한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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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잼》





"지민아, 작지민!"

아주 큰 목소리로 그의 별명을 불렀다. 그런데 그는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 건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였다. 

"뭐야, 지금 일부러 못 들은척 하는 거 맞지."

내 옆에는 같이 대화할 친구 같은건 없었지만 나는 이를 신경쓰지 않고 오직 그 하나에만 집중을 하였다. 나는 다람쥐처럼 빠른 발걸음으로 그의 뒤를 쫓았다.

"요정아, 왜 못 들은척 해?"
"...."
"어쭈, 계속 무시하려고?"

나는 그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가 위에서 그를 내려다 보았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드디어 나를 올려다 보았다. 그는 166cm의 아주 작고 외소한 키였다. 하지만 나는 175cm의 아주 크고 길쭉한 키였다. 

"너 왜 자꾸 나 무시하니?"
"자꾸 네가 별명으로 부르잖아."

학교에서 나는 모델로 칭해지고 있었지만 그는 원하지도 않은 별명인 '요정' 으로 불렸다. 

"별명이 마음에 안들어서 그래?"
"아니, 날 그냥 '작지민' 이나 '요정' 이라고 하는게 싫어."
"왜? 귀엽고 좋기만 한데."
"몰라, 난 하나도 안 귀엽다고."

그럼 그게 싫어서 계속 내 말 무시하던 거였어? 우리 요정이 그런 생각을 하다니. 그런데 그런 모습도 너무 귀여웠다.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그래서 삐쳤어?"
"안 삐쳤어."
"삐쳤으면서."
"안 삐쳤다니깐!"

깜짝이야. 이거이거 제대로 삐쳤구나. 우리 지민이 삐치면 풀어주기 어려운데. 

"화내지 마, 우리 매점갈까?"
"매점은 왜?"
"왜긴, 우리 지민이 맛있는거 사주려고 그러지."
"정말 네가 사줄거야?"
"그래, 이 누나가 사줄게."

그는 몸을 틀어 매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쩜 뒷모습도 저렇게 귀여울 수가 있는건지.

"같이가자, 요정처럼 귀여운 지민아."
"...."
"누나가 손 잡아줄까?"

계속 묵묵부답이다. 나는 그의 옆으로 다가가 그의 손을 깍지까지 끼면서 소중히 잡아주었다. 손까지 작네. 정말 귀엽다. 귀여워서 울고 싶다.

"지민이는 귀엽게 손까지 작네?"
"별로 안 작아."
"그래그래, 지민이 손은 안 작아."
"진짜 안 작아."

내 말이 못 미더웠는지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해주는 그의 모습은 너무 쫄망쫄망 했다.

"좀 빨리 가자."
"음, 왜?"
"그냥."
"그래 그럼."

나는 긴 다리를 쭉쭉 뻗어 걸어갔지만 그는 나의 걸음걸이에 맞추기 위해 열심히 달려야 했다.

"헉, 헉."
"지민아, 내가 좀 천천히 걸을까?"
"아냐, 괜찮아."

숨이 차서 헐떡이는 그에게 내가 약간의 배려를 해주기 위해 걸음을 좁혔다. 

"괜찮다니까."
"내가 안 괜찮아서 그래."
"...고마워."
"에이, 고맙긴."

생각보다 매점이 가까워 금방 도착한 것 같다. 도착하자마자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빵과 우유, 젤리와 초콜릿을 골라 계산대에 올려 놓았다.

"이거면 되겠어?"
"응!"
"그래. 아주머니, 이거 얼마에요?"

총 8,000원이었다. 비싼건지 싼건지. 그가 음식들을 봉투에 다 담은 것을 보고 밖에있는 벤치로 걸어갔다.

"여기 앉아서 먹자."

그는 내 말에 쫄래쫄래 내가 앉아있는 벤치 쪽으로 달려왔다. 멀리서 보니 그의 땅딸막한 몸이 더 잘 보였다.

"너도 같이 먹어도 되는데."
"난 괜찮으니까 너 많이 먹어."
"너 그 말 진짜지."
"그럼, 당연하지."

말을 마치고 그는 빵의 포장지를 뜯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체하겠다. 천천히 먹어도 돼, 안 뺏어 먹으니까."

나는 옆에 있던 우유를 뜯어 그에게 건내주었다. 그는 먹는 것을 잠시 멈추더니 내가 준 우유를 몇 모금 마시고는 다시 빵을 먹기 시작한다.

"맛있어?"
"응, 맛있어."

맛있다며 먹어주는 그를 보고 왠지 모르게 뿌듯해졌다. 엄마가 아들 밥먹이는 느낌이 이런건가.

"앞으로 먹고 싶은거 있으면 말해."
"정말?"
"응, 내가 다 사줄테니까."
"알겠어, 근데 다음에는 내가 사줄게."
"그래."

앞으로는 자기가 사주겠다며 귀엽게 말하는 그에게 왠지 모를 감정을 느꼈다. 

왜 이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