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루

언니 니가 그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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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오늘따라 언니가 더 생생해요. 카랑카랑한 언니 목소리. 밝고 맑은 언니 그 눈동자. 내 머리를 쓸어주며 머리카락 사이사이를 누비던 그 진득한 손길. 내게 입 맞추던 그 질펀한 느낌도.



아, 그래. 그것도 생각난다. 우리 같이 그 예쁜, 저기 저 흩날리는 풍경 마냥 예쁘기만 하던 정말 딱 예쁘기만 하던 그날에 언니랑 나랑 단둘이 걷던 날.


- 서현아, .. 김서현.
- 네, 언니.
- 너 나 좋아해?
- ··· ··· .
- 얼마나 좋아하는데?


멍하니 대답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늦추는 나와 달리 언니는 답을 들을 생각도 없었는지 그저 빠른 보폭으로 멀어졌잖아요. 한참을 생각하다 쪼르르 달려가 언니에게 말을 붙이니까
언니가 그랬잖아요.


- 언니, 나는요.
- 서현아 우리 언제까지 걸어? 추운데.


그렇게 내 답은 긴 한숨에 섞여 공중에 흩어져 메아리가 되었잖아요. 언니 기억나? 그래, 그래. 그것도 기억난다. 언니 집에서 말이에요. 언니 아프대서 찾아간 그 고요하고 숨 막히던 작은방 여럿 딸린 그 집에서요.


- 김서현, 나 아프다고.
- ... 많이 아파요?
- 응, 완전. 존나게 아파 뒤질 것 같아.
- ... 약 먹어요.
- 나, 너 싫어.


언니가 그랬잖아요. 나 싫다고.이건 기억나잖아. 그렇죠? 응? 언니가 그랬잖아요. 나 싫다고. 존나게 싫다고. 너무너무 미워서 그 예쁜 모가지를 틀어버리고만 싶다고. 그러더니 눈물 그렁그렁 매달고 돌아서는 나한테 그렇게 말했잖아요.
사랑한다고. 울먹이면서 다 잠긴 목소리로 사랑한다며.
나 사랑한다고 그랬잖아요 언니가.


왜 하나도 기억을 못해요, 언니. 나는 다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왜 언니가 기억을 못 해. 왜 날 기억하지 못해요. 나 사랑한다며 아니 나 싫어한다며. 아니 나 죽여버리고 싶다며. 아니 이 예쁜 모가지 틀어버리고 싶다며. 그리고 또 나 사랑한다며. 근데 왜 기억을 못 해요. 내가 이렇게 버젓이 있는데 기억을 못 하긴 시발 뭘 기억 못 해.




아니야. 언니 다 기억하는 거잖아. 그래서 그런 거잖아. 이거, 이거 그래서 그런 거잖아. 다 너무 끔찍하게 생생해서. 아니라고 대답해 봐요 언니.




이상하네. 언니가 날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아니 날 지워내려 그렇게 무던히도 애쓴다는 게 나는 너무 억울해. 언니는 내 안에 깊이 잠식되어 새겨졌는데 어떻게 언니가 날 지울 수가 있어요.


언니, 가은언니, 가은, 야 가은아, 가은언니, 언니야




대답해보래도,응?어서,어서대답해가은아응?응?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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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해 봐 언니 니가 그랬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