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게 부는 바람에 태희의 앞머리가 휘날렸다
민호는 몹쓸 선배의 얼굴을
당장이라도 세게 후려치고 싶었지만
바람을 쐬며 이를 억누르려 노력했다

술이 약한 태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질투심도, 동정심도 아닌 이상한 감정이 사무쳤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어 괜한 술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꽉 쥔 주먹을 서서히 풀었다
혹여나 모든 대화 내용을 태희가 들었을까,
만약 들었다면 큰 상처를 받진 않았을까 걱정만 앞섰다
“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태희를 어깨에 들쳐멨다
힘없이 축 늘어진 태희는
부축을 받으며 겨우 걸음을 내디뎠다
“ 적당히 마시라니깐, 쯧 ”
집에 도착하자마자 태희를 눕히고
뻐근한 어깨를 이리저리 돌렸다
이마 위로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부엌으로 향했다
냉수를 들이킨 후 다시 침실로 돌아가자
꼼짝도 하지 않고 늘어진 태희를 보곤
어떡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겉옷 차림으로 이미 침대에 누운 애를
그대로 재우고 나갈까 했지만
금방 고개를 내젓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 야, 일어나 ”
어깨를 살살 흔들어 봤지만
뒤척이며 작게 신음을 토하기만 했다
반팔티 위에 걸친 가디건을 벗기려 손을 뻗었다
“ 지 몸보다 큰 걸 입고 다니네 ”
중얼거리며 벗긴 가디건을 의자에 개어 놓으니
또 다른 관문이 민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 고민했지만 이내 마음을 먹고 반팔을 벗기려 애썼다
등에 짓눌린 반팔이 벗겨지지 않자
이리저리 몸을 굴려가며 겨우 옷을 벗겨냈다
반팔 안에는 속옷 뿐이었다
벌개진 뺨을 몇 번 때리고는
아까 개어 놓은 가디건 위에
반팔을 가지런히 정리해 두었다
한편 태희는
자꾸만 몸이 뒤집히는 불편함에 뒤척이다 눈을 떴다
흐릿하게 보이는 민호의 등판에 아래를 바라보자
속옷 뿐인 몸이 보였다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무거운 머리를 다시 베개 위로 툭 내려놓았다
남은 옷들을 벗기려 태희에게 다가간 민호는
순간 굳어버렸다
가느다란 팔이 민호의 목을 감쌌고
감겨 있던 태희의 눈이 게슴츠레 민호를 바라봤다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진득한 술냄새가 코를 찔렀다
정신을 차리려 애써 눈을 깜빡였지만
목에 둘러진 그 팔은 더 세게 감겨왔다
뜨거운 숨결이 서로에게 맞닿았지만
이를 참아내려 입술을 꾹 깨물곤 말했다

“ 편하다고 까먹은 것 같은데 나도 남자야 “
“ 알아 “
이내 두 입술이 겹쳐졌다
포개진 입술은 따뜻하고 말랑했다
민호는 겨우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끊어진 듯
입술 사이로 혀를 비집어 넣었다
뜨거운 숨결에 방 안은 금방 습해졌다
능숙하게 바지 단추를 풀던 민호의 손은
곧장 태희의 뺨으로 향했다
커다란 손은 말캉한 살결을 움켜잡았다
피부 위에 아슬히 걸쳐져 있는 옷들이
하나 둘 바닥으로 던져졌다
둘의 몸은 뜨거웠다
상기된 두 얼굴은 서로를 마주했다
“ 후회 안 하겠어? ”
숨을 가쁘게 쉬며 맨몸으로 나를 내려다보던 그 시선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