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빌레라

3. 윤기의 이야기

고3이라고 다 수능 준비를 한다? 좆까라고 해ㅋㅋㅋ 공부도 돈이 있어야 하는거다. 과외 받고 학원 다니고 레슨 받는 애들. 다 돈인데 왜 재능인 마냥 칭찬, 존경의 눈빛을 다 받는건지 모르겠다. 다 가식적이다.



아, 난 민윤기. 19살, 고등학교 3학년이다. 10살 때 입양돼서 지금까지 같은 가족이랑 살고 있다. (솔직히 가족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다.) 양어머니라는 인간은 지 아들만 예뻐할거면 날 왜 입양한건지 궁금하다. 양아버지? 말도 말라 그래. 얼마나 처맞고 살아왔는지 지금은 왠만한 타격은 아프지도 않다.



“얘, 이 시간에 어딜 나가니?”


Gravatar
“편의점이요.”


“늦게 다니지 마라. 아저씨 돌아오실 시간이니까 마중 나와야지?”



자기들 입으로도 ‘엄마, 아빠’ 라는 말을 안 쓴다. 서로를 아줌마, 아저씨거릴 뿐이지. 내 부모가 되기 싫은 거겠지. 그럴거면 왜 입양을 했냐는 말이다. 차라리 지원금 받고 독립하게 내버려두는게 나았을걸.



Gravatar
“친아버지도 아닌 ‘아저씨’ 를 제가 왜 마중 나와야 되는데요? 이해가 안 되네요, 아줌마.”


“뭐…? 지금 뭐라고 했니!?”


“마중 그거, 그렇게 아끼는 친아들이나 실컷 시키시라고요.”



열받는다. 맨날 저런 식이지. 내가 마중 나가면 아저씨가 오히려 싫어하는 걸 훤히 알면서도 꼬박꼬박 마중을 세운다.(내가 눈 앞에 있으면 토 쏠린다나 뭐라나.) 내가 무슨 집 지키는 개새끼도 아니고.



“1500원입니다.”



짤랑거리며 500원짜리 동전 3개를 계산대에 흩뿌리다시피 하고 나왔다. 젠장, 더럽게 춥네. 방금 막 사온 따뜻한 캔커피를 따서 마시려는 찰나였다.



“푸엣취…!”



왠 여자애 한 명이 벤치에 쭈그리고 앉아서 훌쩍이고 있었다. 겉옷 하나 걸치지 않고 후드티에 반바지. 이 날씨에 미쳤나 싶으면서도 괜한 동질감에 그 애에게 다가갔다.



“마셔라.”


Gravatar
“네…? 아, 괜찮은데…”


“주면 그냥 받지? 팔 떨어지겠다.”


“아… 감사합니다.”



그 애는 캔커피를 홀짝거리면서도 쓴 맛에 놀랐는지 인상을 쓰고 그러면서도 꾸역꾸역 다 마셨다. 왜였을까. 그 애를 보며 있지도 않은 상상 속 여동생이 생각나는 건. 애초에 외동인 나에게 이런 동생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죄송해요. 저 때문에 마시려고 사오신 것도 못 마시시고…”


“됐어, 어짜피 카페인 그거 뭐가 좋다고…”


“아…”


Gravatar
“아,아니…! 그렇다고 안 좋은걸 먹인게 아니고 그니까 내 말은 안 좋은건 그냥 좀 덜 먹어도 되니까 너한테 아니… 하… 씨발.”


“푸흐… 네, 다 이해했어요ㅋㅋㅋ”



아. 이런 기분이구나. 누군가 나를 보면서 웃어주고 맞장구 쳐준다는 건… 되게 묘하다. 뭣도 아닌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처음 보는 애가 웃어준 거 가지고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건가?



“야, 민윤기! 너 그렇게 뛰쳐나가면 끝인줄 알았냐?”


“왜, 왜 여기…?”


“아저씨한테 인사ㄷ… 어머! 예쁜 아가씨 앞에서 내가 못 하는 말이 없어ㅎ”



어이없다. 나만 아니면 다 된다는 듯한 저 사람의 심보. 처음보는 애라도 이미지 관리가 하고 싶은가 보지. 갑자기 코너에서 튀어나오더니 사근사근 착한 척. 역겹다, 지겹다.



“ㅎ… 걱정했잖니, 윤기야. 편의점 간다고 나가고 안 들어오니까…”



걱정이라… 웃기네. 나를 걱정했다면서 내 손을 붙잡는 그 여자의 손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한 마디로 손을 잡았다기보다는 손을 얹었달까? 그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그 여자애 쪽으로 한 발자국 움직였다.



“윤기야… 왜 그러니…?”


“아줌마, 얘 진짜 오해하겠어요ㅋ”


“뭐, 뭐를 말하는거야, 윤기야…”


Gravatar
“누가 보면 아줌마가 내 친엄만줄 알겠다. 언제부터 내 걱정을 했다고 이러세요, 소름돋잖아요.”







———
음 할 말이 없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