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모두 픽션입니다.오해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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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등 연습생 발표하겠습니다."
"이 연습생은 지난 순위발표식에서 순위가 두 자리에서 한 자리로 급상승한 연습생입니다."
고개를 쳐들 수 없을 만큼 밝은 조명, 관중들의 웅성웅성거리는 소리, 자신과 같은 곳에 있는 연습생들의 불안하고 처절한 눈빛, 데뷔가 확정된 연습생들이 눈물을 쏟아내자 슬기는 마치 바위를 짊어지고 있는 듯한 압박감을 받았다.너무나 세게 물어뜯긴 아랫입술에서는 피비린내가 느껴졌고, 손은 주먹을 쥔 채 나도 모르게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슬기의 의식은 얇은 실을 마구 흔드는 듯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이 위태로웠다.
"JYP 신류진!"

"...."
채연의 바로 옆에 서 있던 류진이 어딘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채연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채연이 꽤 키가 큰 편이기에 류진이 그녀의 품에 쏙 들어갈 수 있었었다.
채연은 류진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류진은 슬기의 차가운 손을 잡아주며 무언가를 말했지만 슬기에게는 잘 들리지 않았다.류진은 채연의 품에서 벗어나며 무대 쪽으로 향했다.

"........"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던 승우의 눈에는 한이 서려 있었다.승우는 슬기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그녀의 차갑게 굳은 옆모습을 바라봤다.그가 슬기의 손목을 잡아 금방이라도 피가 흐를 듯 꽉 쥔 주먹을 풀어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손을 말없이 덮었다.흔들리면 안돼.무너지면 안돼.슬기는 잡생각을 떨쳐내려 고개를 흔들고 다시 정면을 응시했다.
"3등 연습생입니다."
"이 연습생은 올라운더 실력픽으로 국프님들의 많은 지지를 받은 연습생입니다."
"Plan A 한승우!"
승우의 이름이 불리는 동시에 슬기의 두 눈에선 눈물이 떨어졌다.승우가 붙었다는 안심과 함께,떨어졌구나.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슬기야...슬기의 옆에 있었던 승우의 목소리는 아래로 추락하듯 떨어지며 그녀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슬기야..."
더욱 더 처절하고 애타게 슬기를 부르는 승우의 음성은 마치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발악하다 죽기 전 힘이 다 빠진 채, 눈이 감겨가는 그 순간에 마지막으로 신에게 살려달라 속삭이는 목소리처럼 채연을 감싸듯 슬기의 마음에 파고들어 자리를 잡아 버렸다.
아무 말 하지 마.승우는 슬기의 옷깃을 붙잡으며 떼지지 않는 입을 겨우겨우 억지로 열어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행복을 만끽하기도 전에 먼저 많은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며 그를 무너뜨렸다.승우는 슬기에게 안긴 채 힘이 빠지며 그녀에게 완전히 몸을 맡겨버렸다.
슬기는 승우의 등을 몇번 쓸어내려주며 그를 진정시키고 입을 열었다.이제 가.나 신경쓰지 말고.그게 슬기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이였다.그녀의 입장에서는 최선이였지만 그 말이 승우의 비수를 찌를 줄 누가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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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 잠깐일지도 몰라-
우린 무얼 찾아서 헤메이는 걸까-
But i don' care I'll do it over and over 내 세상 속엔 너만 있으면 돼-
이 순간까지 들리지 않았던 가사들이 머릿 속을 한 순간에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 세상에는 너만 있으면 된다는 달콤한 가사밖에 들리지 않았던 그가 처음으로 아픈 가시들을 마주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승우는 큰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꼈다.무슨 일이 있어도 내 옆에 있어주겠다고 했잖아.승우의 자아는 그런 가시들을 회피하다 힘에 겨워 결국에는 붙잡혀 죄책감에 고통스럽게 짓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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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슬기는 절대로 자신이 1등 후보에 오를 일이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눈을 감은 채 숨을 들이켰다.천천히, 조금은 습기가 찬 공기가 흘러들어와 슬기를 진정시켰다.
"1등 후보 발표하겠습니다."
"1등 연습생은 프듀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항상 상위권을 차지한 연습생, 2등 연습생은 중위권에서부터 순위가 급격하게 상승한 연습생입니다."
곧 많은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들리며 채연의 고인 눈물이 후두둑 땅으로 떨어졌다.정말 끝이구나.슬기는 천천히 눈을 떴다.시선은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그녀의 시선은 전광판으로 올라가고, 곧 모든 연습생들이 슬기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왜???"
슬기는 가장 먼저 뛰쳐나오다시피 달려온 민규에게 무슨 일이냐 물었고, 민규는 되리어 소리를 지르며 슬기에게 전광판을 보라 말했다.
슬기는 민주의 손을 잡고 꼭 오라는 말을 뒤로 우석의 손에 이끌려 본무대로 걸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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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슬기 연습생?"
"이젠 연습생으로 불리는 것도 마지막이겠네요."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저희 항상 챙겨주시고 관리해주시는 스탭분들, 우리 트레이너 선생님들, 그리고 컨셉평가때 저희 움직여 작곡해주신 지코 선생님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같은 소속사 친구들 나 없다고 속상해하지 말고, 분명히 잘 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더 힘 냈으면 좋겠고,"
"그리고 저와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같은 길을 걷게 될 우석이, 진혁이, 승우, 류진이, 요한이, 예나, 유진이, 윤성이, 은상이, 그리고.."
"민주...꼭 왔으면 좋겠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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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속 탄다 속 타....왜 그러고 있어 도대체가....."

"애기야, 애기."
"맨날 안기구, 찡찡대고, 애교부리고, 툭하면 울고."
"애기 아니야.."
많이 컸네.이젠 옹알이 안 해?그녀는 장난스럽게, 능글맞게 나를 맞았다.내가 항상 마음을 터놓고 쉬는 곳.삶의 낙원.나에게는 네가 전부였다.애기야.그녀가 나에게 안긴 채로 내 귓가에 속삭이듯 달콤하게 말했다.나는 얼굴을 붉히며 채연의 어깨를 밀어내자 채연은 꺄르르 웃으며 다시 나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마치 그녀는 봄바람처럼, 내 마음을 흔들어 놓고서는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인생이 어디 마음대로 된 적이나 있었던가.
그녀의 손이 승우의 뺨을 스치며 눈물을 닦아냈다.애기 맞는데?채연이 승우의 기분을 풀어주려 장난스럽게 말했다.너 못 보는 줄 알았다고....승우는 슬기의 품에서 단 한 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그녀를 꼭 끌어안고 놔주지 않았다.12등을 발표한다는 대표님의 말이 떨어지자 그제서야 승우는 그녀의 어깨에서 얼굴을 떼며 채연을 놔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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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다.이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이 눈 앞에 펼쳐졌다.승우는 얼굴을 가리고 무릎에 자신의 고개를 붙혔다.모든 연습생들이 두 손을 모으며 대표님의 목소리가 들리기만을 기다렸다.
"12등 연습생 발표하겠습니다."
슬기는 눈을 질끈 감고 미간을 좁혔다.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얼반웍스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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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컷!생방송 종료입니다!대기실로 돌아가실게요"
모든 것이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슬기가 승우의 손을 잡고 계단 아래쪽으로 이끌자 승우도 곧 슬기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얘들아 괜찮은 거야??"
"아니요...."
별로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멤버들 사이로 대기실 밖으로 나가는 은상이가 보였다.잔뜩 쳐진 어깨,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머리가 이내 슬기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슬기는 가만히 앉아 생각하기 시작했다.설마 은상이가 진짜로 민주한테 마음이 있다면..어쩌면 저런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슬기는 턱을 괴고 다시 한 번 골똘히 생각해 봤다.지금 상태로는 민주도 우석이형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슬기는 고개를 돌려 우석이 있는 쪽을 천천히 돌아보았다.민주의 어깨에 기댄 우석이 눈을 감고 있었다.마치 한 쌍의 백조를 보는 것 같았다.아직 확신할 수는 없으니까...슬기는 그저 은상이 민주에게 마음이 없기를 바랬다.아니, 그래야만 했다.
승우가 대기실 문을 열고 한숨을 내쉬며 문 틈으로 몸을 밀어넣었다.아무렇게나 젖은 채로 내려앉은 머리를 한 채 승우는 그녀의 옆에 앉더니 채연의 허벅지에 머리를 올렸다.은상이?그는 낮고 차분한 톤으로 슬기에게 부드럽게 말했다.길게 내려앉은 머리카락 때문에 그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 지는 몰랐지만, 슬기는 놀라며 승우를 내려다 봤다.
"응."
"뭘 고민하고 있어.딱 봐도 민주 좋아하는구만."
"혹시 아닐 수도 있잖아.."
"아닐 수가 없는데?"
승우는 자세를 고쳐 누웠다.슬기는 승우가 혹시라도 불편할까 배 위에 있는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살며시 덮었다.너무 걱정하지마.언젠가는 자기 짝 잘 찾아가겠지.승우는 슬기에게 말하며 채연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손깍지를 꼈다.
"삼각관계지.선택은 민주 몫이고."
"그런 건 어떻게 꿰고 있어?"
"나 눈치 꽤 빠른 편인데,"
사실은 너 때문에 눈치도 빨라진 편이야.그런데도 여전히 네 속마음은 모르겠네.승우는 차마 그녀에게 내뱉을 수 없는 말을 삼켰다.조금 잡히나 싶으면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널.네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 때면 여전히 선을 그어버리고 다가오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너를 어떻게 하면 붙잡을 수 있을까.항상 널 안고 놓아주지 않는 이유도 그것 때문일까, 하지만.항상 토끼처럼 꾀를 부려 내 품을 빠져나가는 너를 원망하지도 못했다.
"너 나 진짜 좋아하는 거 아니지..?"

"응."
이렇게 보면 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단 말이야.승우는 슬기의 품 속에 자신의 얼굴을 묻어 버리고는 슬기가 도망가지 못하게 그녀를 꽉 붙잡고 있었다.
"넌 내가 왜 좋아?"
"이유가 어디 있어, 그냥 좋아."
"나도 너 좋아요."
네가 말하는 '좋다'의 의미가 나와는 조금 다를 것 같지만, 난 너를 아마 오랫동안 놓지 못할 것 같아.어쩌면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너를 생각하고 있을 것만 같아.이런 감정은 처음인데, 이게 무슨 감정인지는 잘 모르겠네.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대던 어느 여름날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