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빙의글] 단종 이홍위, 운명을 거스른 사랑

2화. 처음 마주한 얼굴

아침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연우는 한참을 서 있었다.

 

 

마당 끝,

햇빛이 반쯤 걸린 자리.

 

 

아직도,

현실 같지 않았다.

 

 

“아씨, 준비하셔야 합니다.”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연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입궐하셔야지요.”

 

 

입궐.

그 단어가

이상하게 무겁게 내려앉았다.

 

 

“…궁에요?”

“예, 중전마마께 문안 인사

올리러 가시는 날입니다.”

 

 

연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제 들었던 말.

 

 

세종 34년.

그 숫자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홍위.

 

 

 

 

그 이름.

연우는 고개를 숙였다.

“…진짜인가…”

 

 

 

 

가마가 흔들렸다.

천이 드리워진 안쪽,

연우는 손을 꽉 쥐고 있었다.

 

 

심장이,

계속 빠르게 뛰었다.

밖에서는

말발굽 소리가 일정하게 울렸다.

 

 

궁으로 가고 있다.

진짜로.

연우는 눈을 감았다.

 

 

영화 속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어린 얼굴.

조용한 눈.

그리고—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왕.

 

 

“…아니야…”

작게 중얼거렸다.

 

 

아직은 아니다.

 

 

지금은—

아직 왕도 아니다.

 

 

 

 

가마가 멈췄다.

“도착했습니다, 아씨.”

 

 

연우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천을 걷었다.

 

 

궁이었다.

 

 

높은 담.

넓은 마당.

끝이 보이지 않는 기와.

 

 

 

 

연우의 발이

잠깐 멈췄다.

“…와…”

말이 작게 흘러나왔다.

 

 

그때,

“아씨, 이쪽입니다.”

궁녀가 앞서 걸었다.

연우는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걸음 하나하나가

이상하게 무거웠다.

 

 

익숙한데,

처음 보는 곳.

 

 

머릿속이

조용해졌다.

 

 

 

 

대전 앞.

연우는 걸음을 멈췄다.

안으로 들어가면,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지 않았다.

 

 

“잠시 대기하시겠습니다.”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때였다.

 

 

 

 

멀리서,

발소리가 들렸다.

조용하게.

천천히.

 

 

연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한 무리의 사람들.

 

 

그 가운데,

한 사람.

소년이었다.

 

 

 

 

곱게 묶은 머리.

단정한 옷차림.

그리고,

눈.

 

 

너무 조용했다.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연우의 숨이

멈췄다.

 

 

이상했다.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인데,

알고 있었다.

어디선가,

이미 본 것처럼.

 

 

소년이 걸음을 멈췄다.

연우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심장이,

세게 내려앉았다.

 

 

“…아…”

소리가 새어나왔다.

 

 

이유를 몰랐다.

그냥—

확신했다.

 

 

소년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

그리고,

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세자저하, 이쪽으로—”

 

 

그 말이,

모든 걸

끝내버렸다.

 

 

세자.

저하.

 

 

연우의 손이

천천히 굳었다.

 

 

머릿속에서

어제의 기억이

터지듯 떠올랐다.

 

 

세종 34년.

이홍위.

그리고—

단종.

 

 

연우의 시선이

다시,

소년에게 향했다.

 

 

이홍위.

아직은,

왕이 아닌 이름.

 

 

하지만—

곧,

왕이 될 사람.

 

 

그리고,

죽게 될 사람.

 

 

 

 

연우의 입술이

천천히 떨렸다.

“…진짜네…”

 

 

아주 작게,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소년은

그 말을 듣지 못한 듯,

그대로 지나갔다.

 

 

하지만,

한 번.

아주 잠깐.

뒤를 돌아봤다.

 

 

연우와,

다시 눈이 마주쳤다.

 

 

그 짧은 순간.

이유 없이,

가슴이

아프게 내려앉았다.

 

 

 

 

연우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손끝이 차가웠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이제 확실했다.

여긴 조선이고,

저 사람은—

단종 이홍위다.

 

 

연우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도망칠 수 있을까.

 

 

아니면,

이걸—

바꿀 수 있을까.

 

 

대답은

아직 없었다.

 

 

하지만,

하나만은 분명했다.

연우의 시선이

 

 

그가 사라진 방향을 향했다.

“…지켜야겠다…”

 

 

처음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