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제이 (현진) 단편 모음
행복한 나를

정화랑
2026.08.02조회수 0
하지만 누군가를 알고 사랑하게 되는 게, 네가 마지막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나한테 아주 시선 고정인데? 그냥 구경만 할 거야, 아니면 이 초안 제목 정하는 것 좀 도와줄 거야?" 현진이가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정적을 깨뜨렸다. 그는 노트를 무릎 위로 툭 내려놓고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나를 바라보았고, 그 다정한 눈빛에 내 얼굴은 순식간에 화끈거렸다.
"쳐다본 거 아닌데." 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저으며 말을 돌렸다. "그냥 눈 호강 좀 한 거지."
그는 내가 갑자기 툭 던진 솔직한 대답이 그저 귀여운지, 낮게 숨을 내쉬며 웃어 보였다. "아, 그래?" 그가 평소처럼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내 복잡한 머릿속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곤 한다. 그가 소파 가죽 시트 위로 스르륵 미끄러지듯 다가와, 그의 넓은 어깨가 내 어깨에 완전히 밀착될 때까지 거리를 좁혀왔다. "그럼 마음껏 봐, 누나."
순식간에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가라앉고, 고요한 공기 속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달콤함과 긴장감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그가 손을 뻗어 그의 따뜻하고 긴 손가락으로 내 뒷머리를 감싸 안았다. 내 머리카락을 슬며시 쓰다듬는 그 느릿하고 리드미컬한 손길은 내 몸에 남아 있던 모든 긴장감을 사르르 녹여내렸다. 그의 향기, 그의 온기, 그리고 나만을 담고 있는 그 단단한 시선까지 모든 감각이 아찔해질 지경이었다.
지금처럼만 날 사랑해줘. 난 너만 변하지 않는다면, 내 모든 걸 가질 사람은 너뿐이야.
나는 흔들림 없는 그의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리며 갈비뼈를 두드려댔다. "현진아," 내 목소리가 터져 나오려는 감정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살짝 떨렸다. "사랑해."
현진이는 찰나의 순간 동안 굳어버린 듯, 내 목덜미를 감싸 쥔 손가락을 멈추고 내 표정을 가만히 읽어내렸다. 그의 얼굴에서 장난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고 진지한 감정이 차올랐다. 이윽고 그의 입가에 나직하고 깊은 미소가 잔잔하게 번지더니, 내 뺨 위로 뜨거운 숨결을 흩뿌리며 고개를 숙여왔다.
"내가 더 사랑해, 누나." 그가 내 입술에 닿을 듯 속삭였고, 이내 머리카락 한 올만 한 틈마저 지워버리며 우리의 조심스럽고도 절절한 첫 키스를 선사했다. 그가 나를 자신의 넓은 품 안으로 꼭 끌어안아 주었고, 그의 가슴 팍에 단단히 안기는 순간 내 마음속에 남아 있던 일말의 두려움은 눈 녹듯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와 함께하는 지금, 나의 방황은 끝났다. 너와 함께라면 이제 온전히 행복한 나였다.